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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사람 구경

by 답설재 2024. 7. 23.

 

 

 

'그들은 남들을 보고 또한 자신을 남에게 보이기 위해 서둘러 성당으로 갔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이탈리아')에서 이 문장을 봤다.

요즘 내가 밖에 나갈 때의 이유 중 반은 사람 구경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아파트에서는 일단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내 호기심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가에 미친다. 하다못해 편의점에 다녀올 때도 그렇다. 누구를 만나도 만난다.

'만난다'? 구경한다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그리고 그게 재미있다.

 

그 재미가 괜찮은 것이었는데 저 문장을 보고는 나 자신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물론 그들도 나를 슬쩍 쳐다보며 '저렇게 허접한 노인도 여기 사는구나' 하겠지만) 일방적·이기적으로 '사람구경'에 몰입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구경하는 만큼 남에게 나를 구경시켜 주어야 마땅하다. 나는 그걸 전혀 모른 채 지낸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남들을 보고 또한 자신을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런 걸 보면 나는 별것도 아닌 것에서도 이기심을 발동하며 살아왔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나를 좀 구경시켜 주어야 하나?

그런데 누가 날 구경하고 싶어 할까?

나 자신도 늙은이 구경은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다를까? 늙은이에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가는 사람들도 결코 젊은이보다 늙은이가 더 좋아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가 젊은이를 두고 늙은이를 바라보고 싶어 할까?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바로 그 글에서 이렇게 썼다.

 

'젊음, 중요한 것은 오직 젊음뿐, 나머지는 다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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