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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모두 아는 사이

by 답설재 2024. 7. 18.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다(케빈 베이컨 게임)"

 

오래전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2007)라는 책에서 봤다. 잠깐(돌연!) 세상이 좀 훈훈하게 느껴졌다(알고 보니 뭐 괜찮은 세상이네!).

외국인 같은 건 아예 접어놓고(아니, 집어치우고) 우리나라에만도 떠오르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따져보면 그들이 다 나하고도 가깝다는 거네?'

기라성 같은 배우들, 멋진 작품으로 말하는 감독들, 아름다운 남녀 탤런트들, 저런 사람은 직접 좀 만나봤으면 싶은 연예인들, 운동선수들, 가수들, 굳이 만나고 싶진 않은 정치인들, 재벌들, 고고한 학자들, 문학가들, 화가들, 음악가들......

 

이상도 하지. 떠오르는 그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텔레비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어서 나는 정말 친숙하게 느끼고 있는데 사실은 전부 모르는 이들이었다.

내가 여섯 다리만 건너면 우리가 아는 사이이고 이건 우스개가 아니라 학자들의 분석에 의한 정설(定說)이니 그러지 말고 일단 한번 만나자고 하면 "답설재님이 이렇게 이론적으로 다 알고 제안하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언제, 어디서?" 단 한 명도 그렇게 나올 사람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난 역시 순진파인가? 뭔가 잘못 받아들이고 있는가? 정재승 교수의 그 책에는 사회 현상에 관한 이런저런 지식 스무 가지가 제시되어 있었고,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이 사실(진실!)은 그중 한 가지였는데......

그뿐 아니다!

'여섯 다리' 이야기는 《링크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A. L.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김기훈 옮김, 동아시아 2002)라는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여섯 단계 분리(six degrrees of separation) 법칙은 놀랍게도, 우리 사회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간을 연결하는 링크를 따라가면 쉽게 그 안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60억 노드들로 이뤄진 네트워크에서 임의의 한 쌍의 노드를 선택했을 때, 그들 간의 거리는 평균적으로 6단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책에 의하면 이 법칙은 최근에 밝혀진 것이 아니라 이미 1930년대에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그건 그렇고 그 책에는 이런 문장들이 들어 있었다.

 

인간 두뇌에 비해 엄청나게 더 많은 명령을 훨씬 더 신속하게 처리하는 생각하는 기계가, 수십억 개의 서로 연결된 컴퓨터들로부터 갑자기 출현하는 때는 과연 언제가 될 것인가?

 

전략적이고 최적화된 나뭇가지 구조보다 순응적이고 유동적인 거미줄 구조, 즉 역동적이고 진화된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수동적인 기업은 자연히 도태되고, 주변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여섯 다리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인가? 떨떠름하지만 나 같은 노인이 텔레비전 보다가 만나보고 싶은 연예인 만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 아닌가?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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