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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저녁노을 속을 달려 집으로 가는 부부

by 답설재 2024. 7. 11.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저녁노을. 남편이 지는 해가 이쁘다고 사진 찍으라 했다."

 

불친 W님의 블로그에서 이 글을 읽으며 문득 오래전 영 연방국의 교육과정(curriculum)에 대해 알아보려고 보름간 여행한 적이 있는 그 나라가 그리워졌다. 그들 부부는 그 노을 속으로 달려가며 떠나버린 이 나라를 그리워했을까?

W님은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달리며 찍은 저녁노을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었다.

글은 단 두 마디였고, 위의 문장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실제로는 지는 해가 더 선명하고 아름다웠는데 사진으로는 이것이 최선이어서 아쉬웠다."

 

그렇겠지?

아름다움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 사진이 어디 있을까? 그러려면 그 사진에 W님 부부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스며들어야 한다.

 

노을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거의 매일 저녁노을 속으로 하루하루가 저물어간 어린 시절에는 노을을 볼 수 없는 날이 드물었다.

그럼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

아니다!

나는 결코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는 걸 다행으로 여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한 생을 다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나의 석양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W님을 고마워한다. 그 부부가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 W님은 자주(?) 부군과 다툰 이야기를 쓰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 부부만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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