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저녁노을. 남편이 지는 해가 이쁘다고 사진 찍으라 했다."
불친 W님의 블로그에서 이 글을 읽으며 문득 오래전 영 연방국의 교육과정(curriculum)에 대해 알아보려고 보름간 여행한 적이 있는 그 나라가 그리워졌다. 그들 부부는 그 노을 속으로 달려가며 떠나버린 이 나라를 그리워했을까?
W님은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달리며 찍은 저녁노을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었다.
글은 단 두 마디였고, 위의 문장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실제로는 지는 해가 더 선명하고 아름다웠는데 사진으로는 이것이 최선이어서 아쉬웠다."
그렇겠지?
아름다움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 사진이 어디 있을까? 그러려면 그 사진에 W님 부부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스며들어야 한다.
노을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거의 매일 저녁노을 속으로 하루하루가 저물어간 어린 시절에는 노을을 볼 수 없는 날이 드물었다.
그럼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
아니다!
나는 결코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는 걸 다행으로 여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한 생을 다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나의 석양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W님을 고마워한다. 그 부부가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 W님은 자주(?) 부군과 다툰 이야기를 쓰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 부부만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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