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359 문제가 풀리면 질서를 찾게 된다 직장이나 단체나 그 어디나 질서가 정연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질서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이는 질서가 있을 땐 그 고마움을 알 수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또 굳이 그 고마움을 몰라도 좋은 것은 그것이 우리가 누려야 마땅한 혹은 누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질서란 그렇다면 공기와 같은 것일까? 하기야 공기도 앞으로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게 되었다. 세상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학문별로 들여다보는(내다보는) 창(窓)이 다르다. 한 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문제가 풀리면 복잡하고 지저분한 것들이 수정처럼 깨끗해지고 질서를 찾게 된다."명료하다.2014년 여름,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 기조강연자 황준묵 교수(고등과학원)에게 기자가 물었다... 2025. 5. 8. 종이책이 무사하네? ↑ 위는 소설 《장미의 이름》 표지화(부분) 인터넷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종이책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회자됐었다. 사무실에서 종이 자체가 사라진다고도 했다.귀가 얇은 나는 그런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곧 나의 전부를 걸어 판단하곤 한다. 그때 나는 책을 읽기보다는 모으고 있었다. 책 모으기에 매달렸다는 건 아니다. 매달린 건 당연히 업무처리여서 책을 읽을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읽기로 하고 일단 장만해 두자는 생각이었다. 단행본뿐만 아니라 월간지도 쌓아두었다. 그러다가 종이책은 사라지고 전자책을 읽게 된다는 말이 돌았는데, 그러자 내 책이 모두 허접해 보였다.'하기야 50년만 되어도 퍼석퍼석 무너지는 게 책이지.''저걸 다 재활용품으로 내다 버려야 한다는 거지?'서글펐다. 다 갖다 버리고 전자책 읽기를.. 2025. 5. 7. 버스 내리기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하여 제발... ㅠㅠ차량이 완전히 정차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요!(자리에서 하차벨만 미리 눌러주세요) # 젊은이들은 점잖게 앉아 있다가 느긋하게 일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걸어가서 카드를 태그하고 내린다. #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일찌감치 버스를 내릴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내릴 곳이 가까워지면 엉거주춤 일어나 가방을 둘러메고 카드를 꺼내어 들고 미리 좀 태그할 수 없을지 궁리해 보다가 정차하기 직전 '이때다!' 하고 얼른 일어나 비틀거리며 출입문으로 다가간다. 저렇게 써놓지만 그걸 믿진 않는다.믿지 못할 것들이 있다. 형식적으로 붙여놓은 표지판을 흔히 볼 수 있지 않나? 가령 '쓰레기를 불법투기하면 벌금 물리겠다', 'CCTV 촬영 중'...... 운전기사가 정.. 2025. 5. 5. 부부, 부부싸움 찰리 채플린은 아인슈타인 부부 만난 일을 재미있게 써놓았다(《나의 자서전》686). 아인슈타인 부부가 1937년에 다시 캘리포니아에 왔을 때, 그들은 다시 한번 나를 찾아왔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나를 보자마자 얼싸안았다. 그리고 저녁에 음악가 세 명을 데리고 올 거라며 내게 통고하듯 이렇게 말했다."저녁식사 후에 당신을 위해 뭔가 연주할 생각이오."그날 저녁 아인슈타인 박사는 데리고 온 음악가 세 명과 함께 모차르트 사중주를 연주했다. 비록 그의 연주가 미덥지 않고 기교도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몸을 흔들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그러나 다른 세 음악가는 아인슈타인 박사가 연주에 낀 것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그들은 박사에게 잠시 쉬라고 정중히 말하고 자기들끼리 연주하기 .. 2025. 5. 4. 내가 열렬히 전하던 말 가장 심층적인 의미에서 볼 때, 언제나 교육은 앎에 관한 것이기보다는 행동에 관한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기 전에 배워야 하는 것들을, 우리는 그것을 함으로써 배운다")에서부터 갈릴레오 갈릴레이("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칠 수는 없다. 당신은 오직 그가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뿐이다"), 닐("나는 듣고 잊어버린다. 나는 보고 기억한다. 나는 하고 이해한다"), 아인슈타인("지식의 유일한 원천은 경험이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그 점을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학교는 이 지혜를 무시해 왔고, 존 듀이의 말에 따르면 '퍼부어서 가르치는' 쪽을 선택해 왔다. 나는 로저 샨크(Roger C. Schank 카네기멜론 대학 컴퓨터학 교수, 인공지능 연구)의 이.. 2025. 5. 3.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이현 옮김, 김영사 2012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은 본문이 1037쪽까지였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면 소설책 열 권은 될 것'이라는 이를 서너 명은 만났다. 고생깨나 했는가 보다 하면서도 열 권이야 되겠나 싶었었다.채플린 이야기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 읽는 동안 다른 책을 별로 읽지 못했어도 좋았다. '소설책 열 권'이라더니 1천여 쪽이어도 괜찮구나 싶었다. # 나는 채플린이 그저 얼굴만 봐도 좀 우스운 배우인 줄 알았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역량이 어마어마하고 아름다운 예술가여서 책을 읽는 자신이 사소한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 주었다.그는 자신이 출연한 모든 영화의 극작가, 작곡가, 감독, 제작자였다. 그에게.. 2025. 5. 2. 워라밸? 나는 일 중독증에 걸려서 살았네 "워라밸, 워라밸" 하더니 요즘은 그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새로 나오는 말들은 유행을 타는 것 같고, 그 단어가 다 아는 상식이 되면 가치가 상실되는 건 아니지만 일부러 쓰지는 않는 것 같다.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 게 좋다. 뒤늦게 그런 용어를 즐겨 쓰는 사람을 만나면 웬지 좀 한심해 보이고 '꼰대' '고집불통' 같은 용어가 떠오르면서 심지어 그를 기피하고 싶어진다. ‘워라밸’이란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줄여서 일과 개인적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르는 말이란다. 말이 그렇지 80대 이상이라면 "나도 워라밸에 맞추어 살았네" 할 수 있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 같다.아는 척하면서 그 단어를 좀 써볼까 싶어도 조심스러워서 그만두곤 했는.. 2025. 4. 30. 여기 나의 이 길에서 나는 어차피 여기를 거치기로 되어 있었는데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벌어질 줄 알고 그 생각을 할 수 없었다.그래서 여기에 이르러 나는 황당해하였다.'어떻게 이렇게 되었지?' 의아하기도 했다.심지어 어이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로 보아야 한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여기로 오기로 되어 있고, 이후 또 한곳으로 가는 것이지만 여기 올 때처럼 제각각 다른 길로 오게 되고, 제각각 다른 길로 가게 되는데, 제각각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좋은 길 혹은 당연한 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망설일 것 없어! 이렇게 가면 되는 거야!" 심지어 그렇게 여기는 실없는 사람도 보인다.그러면 끝까지 깨닫지 못하고 말 가능성이 있고, 모두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걸로 착각하다가 쓰러질 것이다... 2025. 4. 28. 5월을 앞두고 한 아이를 생각함 (2025.4.25) 4월 중순인데도 자욱하게 눈이 내려 겨울옷 넣어두기를 망설였지만 벚꽃은 곧 이를 데 없이 화사했고, TV는 그새 초여름 기온이라면서 반팔 옷 입은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음 주에는 5월이 시작되고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저 아이들을 위해 갖가지 행사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그날 집에만 있을 수 있는 휴일이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즐거움과 기쁨으로 지낼 아이들이 많지만 그 하루도 평소처럼 보내야 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D시 중심가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담임하던 해 늦가을, 다른 교육기관에서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다. 파견은 직원 취급도 받지 못하면서 근무는 더 힘들고 봉급은 소속기관에서 받게 되어 있어 1년에 한 번쯤 적을 둔 기관을 찾아가 미안한 마음을 .. 2025. 4. 25. 김춘수 「바위」 옛날 우리가술래잡기 하던 곳술래야,너는 나를 잡지 못하고나는 그만 거기서 잠들었다.눈 뜨고 보니밤이었다.술래야,그때 벌써 너는 나를 두고말도 없이너 혼자 먼저 가버렸다.얄미운 술래야, 나의 술래는 누구였을까? 누구를 내 술래라고 해야 하지? 2025. 4. 23. Carol Kidd 「When I Dream」 종일 비가 내렸다.지지난 주 어느 날엔, 지표에 닿자마자 녹긴 했지만 자욱하게 눈이 내렸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봄은 오래전에 와 있었고 오늘 오랜만에 봄비가 내리는 것 아니냐면서 시치미를 떼는 듯한 느낌이다. 캐럴 키드가 곱고 나지막하게 부른 「When I Dream」이 들려서 이런 날과 닮은 블로그가 있다.다른 표정인지도 모르겠다. 여름날 한낮의 거리를 내다보며 들었을 땐 또 그 표정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었다. 블로그의 글들도 그랬다. 노래 같다고 생각했다.지금은 '빈집'이다.이사는 가지 않았다. 비어 있을 뿐이다. 가끔 찾아가 아무것도 없는 화면을 살펴본다.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서 언제 또 새로 시작하겠지 생각하지만 세월은 가다 서다 하는 것이 아니어서 초조할 때가 있다. 왜 빈집일까?마음도 몸.. 2025. 4. 22. 보이지 않는 죽음 한동안 출근하는 젊은이들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왜 이러고 있지?'뛰다시피 하는 사람, 아예 달려 내려가는 사람을 보면 더욱 그랬다. 아침에는 자동차도 더 부지런히 내려가는 듯하다. '1분 1초가 아쉬울 시간이지...'지금도 생각은 한다. '난 이제 영영 출근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되었지.' 나는 하릴없이 아파트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 엉거주춤 서서 멀뚱하게 먼산을 바라보거나 오가는 사람들을 주시하는 늙은이가 싫다.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듯해서일 것이다. '왜 맨날 저러고 있지?' 아침나절에 꼭 산책을 나가는 부부가 있다.자주 만난다. 나는 그 부부가 나보다 연상일까, 연하일까 생각하지만 나는 보기보다 나이가 좀 많은 편이어서 그들이 연하라고 '결정'해버렸다... 2025. 4. 21. 이전 1 2 3 4 5 6 ··· 2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