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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안중경 「노랑」

by 답설재 2024. 6. 7.

노랑

 

 

안중경

 

 

너에게 노랑을 준다.

햇빛에 부서지는 생강나무 꽃

그 노랑을 준다.

어린 시절을 겹겹이 덮고 있는 모과의

노랑을 준다.

혀 위에서 가루로 녹아 흐르는 삶은 달걀의

노랑을 준다.

코 옆에서 입술 아래로 접혀 있던 창백한

노랑을 너에게 돌려준다.

매일 밤 나를 바라보던 달의 눈동자

그 노랑을 준다.

잠자리 꼬리에서 흘러내리던 동그란 알갱이의

노랑을 준다.

소나기가 그치고 난 후 하늘에 번졌던

노랑을 준다.

지붕의 테두리를 반듯하게 금 긋던

그 노랑을 준다.

흰 밥알 사이로 스며들던 시금치 된장국의

그 노랑을 준다.

삼각형으로 조각나던 어린 새의 울음소리

그 노랑을 준다.

너에게 노랑을 준다.

 

 

 

............................................

안중경  1972년 춘천 출생. 서울대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2024년 6월호)

 

 

노랑은 좋은 색이라고 생각한다.

그 노랑들을 받는 이의 마음을 생각한다.

이렇게 주어본 적이 없는 허전함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