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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베르톨트 브레히트(희곡) 《서푼짜리 오페라》

by 답설재 2023. 12. 24.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백정승 옮김, 동서문화사 2014

 

 

 

 

 

 

매키스는 노상강도 두목인데다가 '거지들의 친구' 대표(사장) 피첨의 딸 폴리를 유혹하고 전격적으로 결혼까지 해서 적이 되었지만, 오랜 친구인 경찰청장 브라운의 힘으로 무법자처럼 지낸다.

그러나 정부 중 한 명인 선술집 제니의 배신으로 결국 체포되어 교수대로 보내졌는데 처형 직전 여왕의 사신이 나타나 석방된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의 구출을 하필이면 피첨(매키스의 장인)이 예고하는데, 이러한 극적 전개가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이 아니라 환희 같은 것으로 다가온다.

피첨이 노래한다.

 

 

존경하는 관객 여러분,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매키스 씨가 교수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기독교 아래에서

인간의 어떤 죄도 사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들이 그런 결말을 보지 않도록

매키스 씨를 교수형 당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그 대신 우리는 다른 결말을 생각해 냈습니다.

 

한 번쯤은 자비가 법에 앞선다는 것을

적어도 오페라에서는 볼 수 있도록,

우리는 여러분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기에

이제 왕의 말을 탄 사신이 나타날 것입니다.

 

 

왜 이러한 결말에 마음이 가벼워지고 더 재미있게 느껴질까?

이 오페라가 서민사회의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일까?

강도, 거지 무리가 등장인물의 대부분으로 그렇지 않은 인물은 고작 경찰청장과 그 부하직원 스미스 뿐이고 강도, 거지 무리가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데다가 겨우 여왕의 대관식 소식이 소식으로만 들리는 기이한 상황인데도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미소를 짓게 되는 장면의 예

 

1. 에드(노상강도 중 한 명)가 두목 매키스(맥)의 예비신부 폴리에게 추파를 던진다.

 

에드  사랑스러운 폴리.

      (에드의 머리를 휘갈기자 모자가 내동댕이쳐진다) '사랑스러운 폴리'라고! 네 대갈통을 휘갈겨 창자 속에 처박아 주겠다. '사랑스러운 폴리'라니, 이 똥물을 튀길 놈아, 다 들었지? '사랑스러운 폴리'란다! 너 저 여자랑 자기라도 했어?

 

2. 재미있거나 속 시원한 혹은 가슴 떨리게 하는 대화가 자주 보인다.

* 창녀  요람에서 무덤까지 중요한 것은 속옷이죠!

*    전 어릴 때부터 치가 떨리도록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 부자만이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 안락한 삶의 발라드에서 : 가난은 지혜와 함께 불편을 가져다주지.

 

3. 이런 장면도 있다. 맥키스가 경찰청장 브라운의 딸 루시와 놀아난 일을 감추려고 브라운 밑에서 일하는 경찰 스미스에게 돈을 주고 있다.

 

  (50 기니를 준다) 루시와의 일이 들통나면 최악이야. 만약 브라운이 내가 등 뒤에서 자기 딸이랑 거시기를 했다는 걸 알면 진짜 호랑이로 변할걸.

스미스  그럼요,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죠.

   분명 그 잡년이 밖에서 기다릴 텐데, 처형될 때까지 멋진 날들이 이어지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