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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by 답설재 2023. 12. 20.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박중서 옮김, 청미래 2011

 

 

 

 

 

 

 

흥미롭다.

우리의 삶을 바꿔준다? 방법이 제시되었다.

 

1. 오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2. 나를 위해서 읽는 방법

3. 시간 여유를 가지는 방법

4. 성공적으로 고통받는 방법

5.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6.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

7. 눈을 뜨는 방법

8. 사랑 안에서 행복을 얻는 방법

9. 책을 내려놓는 방법

 

 

알랭 드 보통의 여느 책처럼 좀 현학적인 문체에 끌려가며 읽어야 해서 다 읽고 나니까 '뭐였지? 어떤 방법이었지?' 하고 몇 가지는 다시 찾아 확인했다.

 

알랭 드 보통이 프루스트의 글을 인용하여 제시한 대로 내 삶을 바꾼다? 

그럼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이고, 이런 관점을 확인해 가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읽는다면 프루스트의 그 소설을 읽는 방법에 관한 안내서가 될 것 같다.

 

사실은 나 혹은 내 삶은 어떤 경우에도 쉽게 바뀌지 않았고, 이 책에 제시된 아홉 가지 방법들을 살펴보며 '앞으로라도 내가 바꿀 만한 게 있나?' 하고 잠시 좀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지난날들을 회고하는 방법은 될지언정 앞으로의 삶을 바꿀 만하다 싶진 않았다.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는 것에 대해서도 아이들을 가르쳤기 때문인지 '7. 눈을 뜨는 방법'만은 확실하게 다가왔다.

 

 

프루스트는 언젠가 에세이 한 편을 썼는데, 거기서 그는 우울하고 부러움도 많고 불만도 많은 한 젊은이의 얼굴에 미소를 되찾아주기 위해 나선다. 그는 그 젊은이가 어느 날 아버지의 아파트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 식탁에 앉아서 자기 주위를 기운 없이 둘러보는 모습을 그렸다.

프루스트는 이 젊은 심미가(審美家)가 부르주아의 집 내부를 바라보며 느낄 혐오감을, 그리고 그가 이 광경을 일찍이 자신이 미술관과 성당에서 본 경이와 어떻게 비교할지를 상상해 본다. 그는 집을 적절하게 꾸밀 만큼 충분한 돈을 가진 은행가들을 부러워한다.

프루스트는 그가 베로네세가 그린 웅장한 궁전, 클로드가 그린 항구 풍경, 반다이크가 그린 군주의 생활을 보는 대신 장 바티스트 샤르댕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샤르댕은 과일 그릇, 주전자, 커피 주전자, 빵 덩어리, 나이프, 와인이 담긴 유리잔, 납작한 고기 조각 같은 것들을 즐겨 묘사했다. 그는 주방기구 그리기를 좋아했으며, 예쁜 초콜릿 단지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금 그릇과 체까지도 좋아했다. 사람을 그릴 때에도 샤르댕의 그림 속 인물은 영웅적인 일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고, 또 어떤 사람은 카드로 집을 만들고 있으며, 어떤 여자는 시장에서 빵 두 덩이를 사서 막 집에 들어온 참이고, 어떤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다가 한 실수를 딸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 대상의 일상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샤르댕의 그림은 유혹적이고 무엇인가를 환기시키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프루스트는 자신이 상상한 그 젊은이가 샤르댕과의 만남 이후에 영적 변모를 겪게 되리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프루스트가 그 에세이에서 쓴 부분이다.

 

자신이 범속함이라고 불렀던 것에 관한 이처럼 풍부한 묘사─즉 자신이 무미건조하다고 여겼던 삶에 관한 이처럼 식욕을 돋우는 묘사, 또한 자신이 하찮다고 생각했던 자연이 만든 이처럼 위대한 예술─에 그가 일단 현혹되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야 마땅할 것이다. 자네, 행복한가?

 

샤르댕의 작품을 보고 난 이후로는 부모님의 아파트에서 가장 누추한 방도 그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프루스트는 약속한다.

 

 

이것이 '눈을 뜨는 방법'의 주요 내용이다(185~189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