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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불안·초조감으로 시작되는 아침

by 답설재 2023. 9. 21.

"뉴스는 절대로 우리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이 한 말이다(《뉴스의 시대》).

오래전에 읽었지만 나는 요즘도 아침부터 뉴스에 시달린다.

아내는 세상 돌아가는 건 대충이라도 알아야 한다면서 내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각부터 아침 식사가 끝날 때까지 뉴스를 청취하는데 나에게는 그걸 말릴 명분이 없다.

 

뉴스를 전하는 방송국 사람들은 대체로 언성을 높인다. 자동차 역주행 사고나 화재 같은 시시한 아니, 시시한 건 아니지? 일상적인? 아니지? 일상적이라니... 어쨌든 그런 뉴스를 전할 때는 더욱 흥분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정치 소식은 하루도 빠짐이 없다.

그것도 거의 전투 상황 같다.

아무리 훌륭하고 중요한 일들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방송국 직원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 듯하는 데다가 '지도자(선량)들'이 격앙된 분위기에서 다투고 싸우는 걸 보면 불안 초조해서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 좀 알아주면 좋겠다.

 

 

 

 

 

참고로 우리 동네 주말농장 주인이 써붙인 팻말을 소개한다.

 

 

 

 

"버리는 사람 기본" 그다음 문장이 있었을 자리에 노랑 종이를 붙여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건 아니지 싶었을 것이다.

무엇이었을까?

기본이 '없는' 사람?

기본이 '돼먹지 못한' 사람?

기본 '이하인' 사람?

글쎄, 사실은 어느 것이어도 큰 잘못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주말농장 주인은 그 말을 도저히 노출시키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팻말을 읽어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못하겠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주말농장 주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방송국이나 국회에서 특강을 좀 해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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