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깨면 생각들이 떠오를까 봐 두렵다. 생각들은 하나씩 하나씩 의식의 안으로 들어온다.
그제 밤에는 차라리 얼른 일어나 밖을 내다보았다.
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지난여름까지 밤새 보안등을 켜놓던 개울 건넛집도 가을 들어서는 깜깜하다.
하늘.
이제 빛을 보여주는 건 저 하늘뿐이다.
오리온 대성운은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곳 중에서 가장 가깝고 넓다는데도 거기 가려면 1500광년이 걸린단다.
9조 5천억 km×1500=......
얼마나 먼 곳일까.
머나먼 곳 저 별들이 정겹게 깜빡이고 있다.
부디 사라지지 않기를...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썼다.
"우리의 좌절, 우리의 상심, 우리에게 전화하지 않은 사람을 향한 우리의 증오, 우리를 스쳐 지나간 기회에 대한 우리의 미련 같은 것들을 그런 우주의 이미지와 비교함으로써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오늘밤 나는 저 오리온으로부터 철없던 시절의 그것과 다른, 이제는 유일해진 위안을 받고 있구나.
고마운 나의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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