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연수교재로 바빠졌습니다. 새로운 내용에 관해 논문을 찾고 관련서적을 통해 정리하였습니다. 1시간 분량의 새로운 내용에 또 열흘을 매달렸습니다. 결국 제 공부를 한 것이었죠. 50분 분량의 이야기도 5분 정도로 정선해 들려주어야 할 역량을 갖출 법도 한데 늘 말이 많아집니다. 더러는 공감한 것 같고, 더러는 지루해 했습니다. 경쟁, 자율, 다양화를 부르짖는 교육 속에 이미 문화 권력으로 자리 잡은 영어교육에 대해 강사로 복무하는 것이 불편해졌습니다. 이제 그만 내 놓을 생각입니다(윤지관, 「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 당대, 2007). 이번 연수 중 허락 없이 교장선생님의 블러그를 소개하였습니다. 내용중에 「교수저널쓰기」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블러그라고 3반에 소개하고 「교과서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의 내용을 함께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점심먹고 다시 4반에 소개할 때 「쇼스타코비치, 왈츠」가 올라와서 놀랐습니다. 앞의 내용이 꽤 오랫동안 올라와 있어 그 주요한 내용을 짚어 가며 1,2반에 언급했는데 말입니다. 사실 4개 반에 똑 같은 내용 4차시를 하다보면 해야 할 말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해집니다. 간간히 보여 주시는 음악에 대한 조예에 쉽게 감응하지 못하는 문외한은 얼른 교과서.. 인식.. 필요성을 찾아 갔습니다.^^ 연수강사를 마무리하고 수업관련 보고서를 정리하니 방학은 벌써 중반에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살자. 아침에는 책을 읽고 오후에는 산을 찾았습니다. 2시간 정도의 아차산 등산(산책^^)은 참으로 유익하였습니다. 저녁에는 다시 책을 읽었습니다. 단순하지만 정제된 생활이라는 느낌에 개학으로 인해 흐름이 잠시 멈쳐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결승전조차도 보지 않는다고 아내는 국민성을 의심하고(국민성의 기원에 대한 내용이 어떤 책에 있었더라^^), 애국심 실종 등으로 비난하며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당겨 보려 했지만 저는 새로 사귄 한 여인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사랑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주변 인물들까지도 집적대고 있습니다. 예전에 교장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다치바나 다카시」의 글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사고 싶은 책을 한 분야에 수십만 원씩 스스럼없이 사는 그의 능력이었습니다. 물론 전문가와의 대담을 준비하면서 동일한 수준의 지식을 갖추기 위한 그의 치열한 노력과 자료 하나 인용하는데 있어서의 엄격함이 3만권도 넘는 책을 소장하게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강사료로 그의 흉내를 한 번 내보았습니다. 이제 고백하겠습니다. 다카시의 흉내를 내도록한 여인의 정체를 말입니다. 예전부터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연구공간 수유+너머」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진 지식인 공동체 소속 연구원들의 글을 접해 왔습니다. 인연의 끈을 예감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던 바 남은 방학 기간을 통째로 쏟아 부어도 후회치 않을 고전의 세계로 급속히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구축해 가고 있는 세계를 공감하며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며, 지금은 연암(고미숙,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그린비, 2004)을 만나고 있습니다. 쌓아 놓은 책도 몇 권 있으니 아직은 부자입니다.
추신: 아십니까? 「다치바나 다카시」의 글에서 교장선생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을요.
어떤 내용인가를 물으신다면 답변해 드릴 수 있지만... 생각이 납니다. 작년 2학기 중간성취도 평가시 전학년 20과목, 문항수로 따지면 530문항을 밤새 검토하여 피바다(붉은 볼펜으로 검토한 내용)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참 그날은 출장까지 다녀오신 날이었죠. 돌려주신 시험지를 4시간이 넘게 다시 검토하면서(그냥 다시 읽어 보기) 들었던 오만가지 생각.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즐거웠습니다. 교장선생님. 그 유쾌한 시공간이 그립습니다. 너무 늦게 리플(사실은 편지)을 달아 사랑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지만 저는 틀림없이 한 남자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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