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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MOOC 공부

by 답설재 2017. 5. 9.

                                                                                                  2017.5.6. 조선일보 C5

 

 

"무크… 강의실을 바꾸고 있다"

주말 부록판에 실린 이 기사를 읽었다.

 

지난해였지? 교육부에서 보내주는 홍보 메일로 MOOC에 대한 자료들을 연속하여 볼 수 있었던 당시에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대학을 통제하면서 이런 일이나 부추기는가 싶어 한 고약한 심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얼마 전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는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렇게 썼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곡 4번을 연주하려면 19세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네 명의 연주자가 9분 동안 연주해야 한다. 좋은 대학의 경우, 세미나 강의는 한 명의 교수에 15명의 학생이 배정되는 경향을 띤다.(148)1

 

요즘에도 우리는 고대 그리스인에게도 익숙했을 법한 방법으로 학습한다. 교사가 학생들 앞에 서서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때때로 학생들과 토론하는 방식이다. 수십 년 전부터 불어닥친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혁명도 교육의 이런 기본적인 메카니즘, 즉 초중등학교와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151)2

 

2012년 10월, 나는 잡지 『타임』과 카네기 재단이 후원한 교육 관련 토론의 사회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토론자는 네 명의 저명한 대학 총장과 코세라3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앤드루 응Andrew Ng이었다. 당시 코세라는 창업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는 햇병아리 단체였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인 응 교수는 개막 연설에서 MOOC4의 무한한 잠재력과, 수많은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자신의 원대한 꿈에 대해 언급했다.(153)5

 

두 곳의 최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MOOC에 등록한 학생 중 4퍼센트(코세라)와 5퍼센트(edX)만이 강의를 끝까지 수강했을 뿐이다. 언론은 이처럼 낮은 완료율을 들먹이며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교육의 미래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MOOC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다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교육 수준을 불문하고 누구나 MOOC에 등록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등록에는 어떤 장벽도 없다. 따라서 무심코 등록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건 조금도 놀랍지 않다.(155~156)6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은 어마어마하다. 부자이든 가난하든 재산에 상관없이, 젊은 사람이든 늙은 사람이든 나이에 상관없이, 또 아이티 사람이든 몽골 사람이든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세계 최고의 강의에 접속해서 최고의 강의를 시청하며7, 자신이 항상 염원하던 학문을 공부할 수 있다.(157)

 

학생이 집에서 강의를 시청한 후에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문제를 푸는 방법이다. 집에서는 혼자 수동적으로 학습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능동적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이 시간과 에너지를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157)8

 

MOOC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지식, 자격증, 교실 토론―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해서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직접 찾아내야 한다. 여하튼 최상위권 대학들은 온라인 교육에서도 큰 위협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9 (…) 그러나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서 대학의 운영 비용을 줄이고, 교육시설과 스포츠팀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들을 포기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교양 교육 중심 학교인 미네르바 프로젝트Minerva Project 같은 새로운 교육 모델이 앞으로 증가할 것이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우리가 지금까지 예상조차 못했던 방식으로 변화를 앞당길 것이다.MOOC는 이제 탄생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158)10

 

MOOC 이야기에서 나는 교육의 개별화에 대한 생각도 바꾸게 되었다. 개별학습이라면 교사와 학생이 1:1 맞춤식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이 우선적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터무니없다기보다는 그건 실험을 해보나마나 저학년에서의 방법 혹은 저학년에서 더 효율적인 방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공부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각자가 자신의 성향에 따라 맞춤식 교육을 받는다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부자들이 가정교사를 두고 자식들을 가르쳤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칸 아카데미의 창업자, 살만 칸Salman Khan도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우리가 교육에 대해 꿈꿨던 모든 것』에서, 교실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의 교육 모델은 산업시대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19세기 중엽, 프로이센은 대중에게 교육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며 당시의 공장을 표본으로 삼아 학교를 세웠다. 학생들은 연령별로 구분되어 가상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졌다. 교육이 학생들에게 던져졌고, 학생들은 졸업이란 종착역까지 밀려가는 동안 능력껏 최대한 많은 것을 익혀야 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에는 이 방법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겠지만, 교육이 전혀 개개인의 성향에 맞추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교육받아야 할 사람이 많아질수록 교육의 개별화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159)

 

이제는 이런 등식이 바뀔 수 있다. (…)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 특정한 학생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향으로 강의 내용을 보충하고 강의 속도에 변화를 주며 읽을거리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잘 짜여진 온라인 강의는 나무처럼 쑥쑥 성장할 것이고, 학생들은 특별한 나뭇가지처럼 각자의 강점과 약점에 따라 적절한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온라인 강의는 교육의 근본적인 규칙을 바꿔놓고 있기 때문에 혁명적인 개념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학생수가 증가하면11 학생 개개인에 대한 배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산업시대의 용어로 말하면, 규모와 주문제작은 역상관관계inverse correlation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규모와 주문제작이 동시에 증가하는 정正상관관계에 있을 수 있다. 강의를 듣는 학생이 많아지면 자료도 많아진다. 이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향에 맞추는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개개인의 학습 효율성을 대규모로 제고하는 것도 가능하다.(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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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급속한 비용 상승 : 교양 교육의 가치에 대해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적 요인(147쪽 참조).
2. 변함 없는 교육 방법의 메카니즘 문제.
3. 2014년 초 현재, 미국에서 MOOC를 제공하는 두 곳의 주된 플샛폼에만 약 1억 명의 수강생이 있다. 가장 큰 플랫폼인 코세라Coursera는 거의 200개국 출신의 학생들이 등록해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약 600여 개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MOOC는 역사상 교육에의 접근을 확대하려는 가장 야심찬 시도이며, 많은 대학 관계자에게 커다란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이 책 152쪽)
4. 온라인 공개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
5. MOOC의 발단.
6. MOOC의 낮은 완료율에 대한 해석.
7. 온라인 교육에서는 모든 강사가 세계 최고를 기준으로 평가될 것이기 때문에...(157)
8. '교실 뒤집기flipping the classroom'.
9. 학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겠지만, 소중한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158)
10. 전망.
11.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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