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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정부의 간섭-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생각하며-

by 답설재 2017. 6. 4.






정부의 간섭

-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생각하며 -






  어느 도 교육감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1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를 폐기했다. 새 정부는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새로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국가가 교과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언제까지 국가가 '집필 기준'을 만들어 세세하게 검증할 텐가. 모든 교과서는 자유발행제로 가야 한다. 교육 현장에 그 정도 역량 충분히 있다.


  한때 교과서 이야기를 좀 썼기 때문인지, 요즘들어 교과서 관련 용어를 검색하여 이 블로그를 찾아온 이들이 보였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런 것들은 마음에 있는 그대로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블로그라고 해서 어디 마음대로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 교육감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이렇게 마음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1859)의 『자유론』(서병훈 옮김, 책세상, 2015)에서 '정부의 간섭'이 주제어라고 할 수 있는 몇 페이지를 찾아보았습니다. 얼핏 보면 공무원 문제로 귀결시킨 것 같아서 좀 엉뚱하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글쎄요, 가볍게 생각하고 말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생각해봐야 하겠지요.



  정부의 간섭――자유를 침해하지 않지만――을 반대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첫째, 정부가 하기보다 개인에게 맡겼을 때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만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말해서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할지 또는 누가 어떻게 그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에서 개인적으로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 수 없다. (……)


  두 번째 반대 이유는 (……) 평균적으로 말해서, 일반 시민들보다는 공무원들의 능력이 앞선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공무원보다는 능력이 모자라는 당사자가 직접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2(……)


  정부의 간섭을 거부하는 세 번째 이유이자 가장 명확한 이유는, 이미 비대해진 정부의 권력을 더 이상 강화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벌써 많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에 또 다른 권한을 덧붙인다면, 사람들이 품는 희망과 불안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활동적이고 야심만만한 시민들을 점점 정부 또는 집권을 꿈꾸는 정당의 눈치나 보는 존재로 전락시킬 것이다. (……) 행정 기구가 더 효과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직될수록, 다시 말해 최고의 자격과 능력을 갖춘 공무원들을 채용하는 방식이 발전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그 부정적인 효과도 커진다. (……) 그 결과 이런 관료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이, 그리고 일단 편입되고 나서는 또 신분 상승을 꾀하는 것이 희망의 전부가 되고 만다. (……) 관료들의 이익과 상반되는 개혁은 시행할 수 없게 된다.(201~205)

  (……) 미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의 군대 경력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잡다한 종류의 시민 사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능숙하다. 이런저런 공공사업을 너끈히 해낼 정도의 지적 판단과 질서, 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없이 그들끼리만 있더라도, 즉석에서 조직을 하나 만들어서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워나갈 것이다. 자유 국민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국민이라면 당연히 자유를 누려야 한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나 조직이 중앙 정부를 장악한 뒤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그들의 자유를 빼앗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국민들이라면 그 어떤 관료 조직도 그들이 원치 않는 일을 밀고 나갈 수는 없다. 반대로 관료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관료가 강하게 반대하는 일은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런 나라에서는 정치 제도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경험과 정치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배할 목적에서 규율을 갖춘 기구로 조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조직이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각계각층의 국민 가운데서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더 잘 끌어 모아서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시킬 수 있다. 그리고 관료 기구의 구성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조직적 결속력도 더 강해진다.(206~207)

  (……) 우리가 항구적으로 재능 있고 효율적인 공무원 조직―다른 그 무엇보다도, 진보를 이끌 능력이 있고 또 그 진보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조직―을 가지려면, 그리고 관료 기구들을 현학자 집단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이 조직이 정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모든 업무를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208)










  1. C일보, 2017.6.3.12. [본문으로]
  2. 자유롭고 민주적인 지방 자치기관의 활성화, 그리고 사회단체나 자선 기관에 자발적으로 관여하는 일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하다.(202) 이 책은 사람들이 개별성을 발전시키고 다양햔 행동 양식을 추구함으로써 대단히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20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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