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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국가가 시험을 주관하는 것

by 답설재 2017. 6. 19.












국가가 시험을 주관하는 것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10년 만에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 신문은 "학업성취도평가, 10년만에 다시 표집조사로", 다른 한 신문은 "중· 일제고사 9년만에 폐지, 학교 서열화 탈피…'경쟁 교육에서 협력 교육으로' 첫발"을 제목으로 했다.


  이 평가는 1997년까지는 전수평가였으나 김대중 정부에서 표집평가로 바뀌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전수평가로 바뀌었고 일부지역에서 체육시간에 국·영·수 공부를 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어 2013년 초등학교는 아예 폐지되어 중3, 고2 전수평가로 유지되어 왔다가 이번에 다시 표집평가로 결정된 것이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일반적으로는 교육과정 관리 측면(목표·내용·방법·평가 등)에서 고려되고 있지만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찾아보았다.1

  밀의 생각은 19세기의 것이었다. 그것을 '당연히' '충분히' 감안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후원을 받아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국가가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의무 교육을 강제하는 법을 만들어 일정한 정도의 수익까지 보장해준다면, 자발적으록 그와 같은 수준의 훌륭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기꺼이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 법을 집행하는 방법으로는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시험을 주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가 사람들의 생각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도구적 차원의 지식(언어의 사용법 같은 것) 이상이 요구된다. 그러나 상급 수준의 시험도 전적으로 사실에 관한 질문과 실증 과학positive science에 한정되도록 해야 한다. 종교, 정치 또는 기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목에 대한 시험에서는 그 내용의 진위(眞僞)에 관해서 물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사람, 그 학파, 저 교회가 주장하는 다양한 견해의 이런저런 근거에 대해서만 물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다음 세대가 논쟁의 대상이 되는 모든 진리에 대해 우리보다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처럼 국교 신자churchman 아니면 국교 반대자가 되겠지만, 국가는 단지 그들이 교육받은 국교 신자나 국교 반대자가 되도록 하는 것 이상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 그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어떤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추도록 국가가 뒷받침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을 공부한 사람은 로커John Locke나 칸트Immanuel Kant 둘 가운데 누구에게 동조하든지, 혹은 둘 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 관한 시험은 더 잘 보게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무신론자에게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교의 근거에 관해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고등 지식을 묻는 시험은 반드시 원하는 사람만 보게 해야 한다.(197~199)








  1. 존 스튜어트 밀(1859)의 『자유론』(서병훈 옮김, 책세상, 2015), 197~19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