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무엇을 위한 교육개혁이었나?(20160617)

by 답설재 2016. 6. 27.







                                                             한국경제TV(2016.5.31)









무엇을 위한 교육개혁이었나?



  "지금 우리는 지나친 경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더욱 유명해진 이세돌 기사가 공익광고에 나와서 물었다. 경쟁으로 일관한 신산한 삶에서 우러난 강한 설득력을 느꼈다. 이 광고의 시사점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과 그 가족들부터 떠올랐다.


  그야말로 고질이 된 '지나친' 입시경쟁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치거나 회복이 쉽지 않을 상처를 입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지낸다는 학부모는 흔히 만나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라고 애원하는 경우, 매 순간의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엉뚱하다고 할지 모를 생각도 했다. '그래, 맞아! 이건 분명히 지나친 경쟁이야! 뭘 하겠다고 이러지?' 그런 생각을 할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가 있을 것 같고,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덕목은 '지나친 경쟁은 피해야 한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는 태도'인지 자문(自問)해보기도 했다.


  그건 아무래도 '엉뚱한' 생각이라고 치자. 그러나 우리의 교육풍토는 지나친 경쟁 속에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들까지 지치게 하고 병들게 하는 건 아닌지 회의감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즉 이 광고는 목적이 어디에 있든 우리가 인정해야만 하는 진실, 즉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지나친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어서 이러한 현실을 탈피하지 않고는 진정한 교육혁신을 이루었다고 평가하기가 어렵겠다는 확신도 가지게 한다.


  우리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 그런 주장에 따른 '개혁'은 한두 번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지금은 이러한 주장 자체가 무위(無爲)에 지나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바꾸어온 것일까?


  수업다운 수업을 하고 싶은 교사들은 못 본 체하고, 즉 바꿀 것은 바꾸지 않고, 뭔가 자꾸 새로운 사업을 제시하는 걸 '개혁'이라고 한 것은 아닐까? 또 그것이 오히려 교사들의 수업을 무력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없었을까?


  혁신은 작은 일부터? 그건 합리적인 주문이었을까? 무엇이 혁신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행정가가 그렇게 안일하고 어이없는 주문을 일삼은 것은 아니었을까? 해야 할 일도 파악하지 못한 그 우매함을 감추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정작 고칠 것은 제쳐놓고 사소하고 쓸데없는 일로 학교를 분주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거꾸로 수업'이라는 것이 있다. 그 취지를 적극적·효과적으로 강조한 용어일 것이다. 오죽하면 그런 이름을 지었을까! 그렇지만 그게 어떻게 '거꾸로'인가? 지금까지 답습해온 방식이 '거꾸로'가 아닌가? 가장 먼저 고치고 끝없이 연구해가야 할 것으로 그것 외에 또 무엇이 있었는가?


  대입전형 다양화도 그렇다. 그건 '한 줄 세우기' 교육(?)을 '여러 줄로 세우는 교육(!)'로 바꾸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런데도 이번엔 "무 여러 줄"라고 비난하고 있다. 누가 보기에 그런가?


  고교 3학년 교실에서 교과서를 밀어낸 'EBS 교재 만능주의'가 1, 2학년으로 번지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확산 현상 그 자체가 이미 부작용이다. 학생들이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비하기 위해 고1부터 스펙 관리에 매달리는 대신 수능 부담을 줄이려고 EBS 교재를 선호하면서 교과서가 설 자리를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의 권위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른바 '나비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건 유보해도 좋을 듯하다. 교사에게 교육과정에 따라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수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방송 청취와 유사한 설명식 수업을 버리고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을 전개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 활동은 방송 청취로는 불가능하고, 교실수업에서는 일상적이다. 그게 교육혁신이라는 것을 교사들은 예전부터 다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