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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선생님! 힘내세요! (2016.7.25)

by 답설재 2016. 7. 25.









선생님! 힘내세요!



  선생님! 저 기억하시죠? 화장하는 애. 중1 따위가 화장을 해서 소동을 일으키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화장이라니!" 그런 말씀은 답답하고 짜증난다고 한 애. 그렇게 지내고도 고3이 되었네요. ㅎㅎㅎ… 그렇지만 보세요! 식품의약품안전청이라는 곳에서는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이란 초·중·고 학생용 책까지 만들어냈잖아요.


  요즘 또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 "무너졌다"는 말들이 무성해서 이 편지를 쓰게 됐어요. 민망해서요. 그럴 순 없고, 그렇지도 않고, 다 괜찮다고 위로해 드리고 싶어서요.


  며칠 전 어느 학생의 "어머니"란 여자가 선생님 머리채를 쥐어흔들며 뺨을 때렸다면서요? 폭언을 한 학생을 찾아가신 선생님을 주거침입으로 고발한 "아버지"도 있다던데요?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게 하시다니… "내 돈 내고 수업 받는데 왜 그러느냐?"며 의자를 집어던져 선생님 팔을 부숴버린 학생도 있고요. 마음은 더 아프셨겠지요? 퇴직까지 해버리셨잖아요. 갈 데까지 간 거죠, 뭐. 그렇지만 세상에 갈 데까지 간 게 이뿐일까요?


  한 초딩이 다른 녀석들에게 으스대며 얘기했어요. "우리 엄만 아예 교장실에 들어가서 얘기해." 말이 필요 없죠. 중딩도 마찬가지에요. 한 아이가 거짓말을 해서 용돈을 듬뿍 타냈다고 하자, 듣고 있던 녀석이 엄마흉내를 냈어요. "너 이런 나쁜 애하고는 놀지 말라고 했지!" 그러면서 웃지도 않대요? '선생님·부모님을 갖고 노는 얘기'가 예사가 된 거죠. 고딩에게도 기대하진 마세요. 나잇값을 한심하게 하는 애는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선생님 고민만 깊어질 얘기를 꺼내긴 싫어요.


  어떻게 하겠어요? 아이들은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어요. 제가 중1 때 뭐라고 했어요. 아니꼽더라도 화장과 미팅부터 인정하시라고 했잖아요. 민낯이 더 곱다면서도 어른들은 실천하지 않고 우리에게만 강요하는 건 앞뒤부터 맞지 않잖아요. 설득력이 있겠어요? 데이트하는 걸 끝내 못마땅해 하시는 것도 그래요. 시샘하시는 건가 싶다니까요? 아닌가요? 그럼 뭐죠? 왜 우리의 성(性)의식을 인정하기 싫으신 거죠? 중성화(中性化)한 공부벌레인 척할까요? 그러면 속 시원할까요?


  그럼 교권(敎權)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답할 것도 아니죠. 저는 다만 우리의 성장을 인정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휴대전화 사용금지! 남녀 손잡기 금지!… 그런 비논리적 강제가 결코 선생님의 권위를 세워주는 건 아니니까요.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훈시도 우습구요. 가령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행패를 부릴 때 선생님이 나서서 '용감하게' 같이 머리채 잡고 대결(!)하시면 그 꼴을 바라볼 수나 있겠어요? 애들에게도 마찬가지죠. 녀석들이 미친 것처럼 나댈 때 더 '쎄게' 나오시면 선생님 체면이 뭐가 되겠어요?


  초딩, 중딩이 저런다고 세상이 뒤집어질까요? 천만에요! 어쩌면 이상한 초·중·고딩, 희한한 학부모는 앞으로도 자꾸 나오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무너질 교권이라면 그건 시시한 거죠. 교권이란 누가 뭐래도 어마어마한 것이고 저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 건데, 그게 이상한 학생, 비정상인 학부모 몇 명의 어쭙잖은 행위 때문에 떨어지고 무너져선 말이 안 되죠.


  이 기회에 말씀드릴게요. 선생님께서 학원 강사처럼 강의하시고, EBS 수능방송 강사 흉내를 내셔야 권위가 서는 것도 아니에요. 우린 그런 걸 바라지도 않아요. 생각해보세요! 분필 한 자루 가지고 한 시간 내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수업이 무성의한 것이라면, 리모컨만 쥐면 아무나 작동시킬 수 있는 화면을 바라보게 한다면 그건 더 무성의하지 않겠어요? 10년 후면 지금 우리가 배우는 지식의 90%가 쓰레기가 된다잖아요. 인터넷에서 떠도는 지식들! 누구나 올리고 볼 수 있는 것들! 곧 쓰레기가 될 것들! 그런 일방적 설명 자료들이 어떻게 권위의 배경이 되겠어요.


  선생님! 힘내세요. 공부와 삶의 길을 보여주시는 선생님! 전 선생님을 사랑하기로 했어요. 이따 제가 더 커거든 보세요.










                                                                                                                   201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