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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국정교과서 편찬 절차 도해

by 답설재 2022. 3. 23.

이것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국정교과서 편찬 절차(우리나라의 경우)를 도해한 것입니다.

1999년 봄에 북악파크호텔에서 처음 그려졌습니다.

 

 

 

 

 

 

 

그 봄에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에서는 장관 주재로 교과서 개발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엄청 긴요한 일이었습니다.

교육부 간부들 중 주로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국정도서를 폐지하고 검인정 도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고, 교육과정정책과에서는 그야말로 보수적(보수的)으로 종전처럼 국정도서 중심의 교과서 정책을 고수하려고 했습니다.

그 정책토론회 자료를 내가 주관해서 만들게 되었는데 밤낮없이 한 달도 더 걸렸을 것입니다.

아주 죽을 지경이었는데 정책토론 결과가 좋지 못하면 우리 과가 난처한 입장이 될 것이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설명을 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각오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때까지는 누구나 우리가 "교과서를 만드는 절차는 매우 복잡합니다!" 하면 대부분 "아, 그렇습니까? 그건 워낙 전문적인 일이니까요" 하고 넘어갔는데 당시의 장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뭐가 그리 복잡합니까? 내가 알아듣도록 설명해보세요!"

 

그래서 만든 것이 이 도해였습니다.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쑥스럽지만 내가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밝히지 않으면 이젠 아무도, 단 한 사람도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을 모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때까지 워드도 겨우 하는 수준이었으므로 이런 도해를 그려낸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때 함께 근무한 사람 중에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온 노희방 편수관은 컴퓨터 작업이 아주 익숙해서(나는 트레싱페이퍼에 로터링펜으로 지도를 그릴 줄 아는데 비해 그분은 이미 맥으로 지도까지 그릴 정도로) 그분과 붙어 앉아서 내가 구상한 것을 종이 위에 그려가며 설명하면 그분이 하나하나 그려내어 마침내 완성된 것이 저 그림이었는데, 나중에 이 도해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탄을 했고 우리는 그 격려에 자부심을 느끼며 검정도서 편찬 절차까지 도해로 나타내었습니다.

 

교육부에서든 어디에서든 교과서 업무를 맡아본 분이 이 도해를 보게 되거든 그런 줄이나 아시라고 여기에 밝혀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