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148

지식의 쓰레기 지식도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가 된다. 가령 인터넷에서 보는 '지식'에서 그 쓰레기를 구분하지 못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는 허다하다. 지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 생활에 유용한 지식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 나오면 그 새 지식이 나온 부분의 묵은 지식은 당연히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에게 전해줄 마땅한 지식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 새로운 지식이 어떤 것인지, 가르치지 말아야 할 쓰레기 같은 지식은 어떤 것인지, 잘 구분해서 선정하려고 한다. 그걸 정해놓은 것이 '교육과정'이고, 그 지식을 실제적으로 담아놓은 것이 '교과서'다. 나는 서울에 올라와 사당동 전셋집 2층에서 혼자 살 때, 초등학교 사회과에서 가르쳐야 할 지식을 선정하는 일을 잘해보려고 벽.. 2023. 12. 13.
국정교과서 편찬 절차 도해 이것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국정교과서 편찬 절차(우리나라의 경우)를 도해한 것입니다. 1999년 봄에 북악파크호텔에서 처음 그려졌습니다. 그 봄에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에서는 장관 주재로 교과서 개발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엄청 긴요한 일이었습니다. 교육부 간부들 중 주로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국정도서를 폐지하고 검인정 도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고, 교육과정정책과에서는 그야말로 보수적(보수的)으로 종전처럼 국정도서 중심의 교과서 정책을 고수하려고 했습니다. 그 정책토론회 자료를 내가 주관해서 만들게 되었는데 밤낮없이 한 달도 더 걸렸을 것입니다. 아주 죽을 지경이었는데 정책토론 결과가 좋지 못하면 우리 과가 난처한 입장이 될 것이어서 '.. 2022. 3. 23.
좋은 교과서 만들기 케이트 레이스 Kate Leys는 영국의 선도적인 스크립트 개발 편집자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유명한 베테랑부터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한 지망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 및 제작자와 함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트레인스포팅〉〈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등 최근 들어 가장 성공적인 영국 영화 몇 편을 작업하기도 했다. "성공은 복제를 낳기 마련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죠. 사람들은 복제를 당연한 것으로 압니다. 그들은 복제인간을 원해요! 관객들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을 느낍니다. 마치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죠." (...) 영화산업계에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간부들 중 그런 관점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2022. 3. 19.
자유발행제와 학교장 개설 과목 교과서의 관계 "자유발행제와 학교장 개설 교과목의 관계"를 알고 싶고 "향후 그 관계가 어떤 경향을 지니고 변화할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문자메시지였습니다. 이 질문에 내가 답해야 하는지, 답할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묻는 것에 답하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아는 부분까지만 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화를 걸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건 벅차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생각나는 것을 적어두기로 했습니다. 자료를 보며 적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고, 상대방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혹 또 묻는다면 이 자료를 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질문에 대한 성의이기도 합니다. 먼저 교과서 발행 제도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국정은 어.. 2021. 7. 13.
'송어 5중주'와 '숭어 5중주' 1 무슨 행사장 같은 데서 자주 듣는 송어 5중주는 아무래도 아름답지 않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도 않았다. 교육부에서 초중고 교과서(교육과정) 업무를 주관하고 있을 때 고생한 이유 중 한 가지가 교과서 오류 문제였다. 워낙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연이어 터지기 때문에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어서 교육부를 나오고 난 뒤에도 교과서 문제는 늘 내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교직에서 떠난 것이었는데 그즈음이었지? '숭어 5중주'가 아니고 '송어 5중주'라는 것이었는데, 사실은 그 정도는 결코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느 날 '숭어 5중주'가 돌연 '송어 5중주'가 되었으니 현장에서야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2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어처구니없지만 일본에서 받아들일 때 번역이 잘못되었더라는.. 2020. 11. 2.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평가의 과제 이 글은 2009년(학교 근무 마지막 해) 9월 8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밝히기 싫은 정보가 있어서 수정하려고 해도 이 블로그 운영 시스템을 알 수가 없어 부득이 새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처음 작성한 날짜와 시간을 그대로 두고도 수정할 수 있었는데 저는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이 블로그를 찾아오신 '따뜻한님'께서 일전에 학교교육과정 편성 운영 평가에 관한 매우 솔직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 2020. 8. 14.
교사와 교육과정 교사와 교육과정 지난가을, 어느 학교에서 거의 잊힌 사람을 초청해 주었습니다. 그나마 늘 하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이 파일을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장 올라오는 열차 안에서 '무얼 얘기했는가'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다만 염치없는 소풍을 다녀온 것 같았습니다. 2017. 12. 23.
기이한 길에서 보내는 편지 걸핏하면 지난날이 떠올라 사람을 괴롭힙니다. 그 지난날이란 것이 교과서라는 것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것들 중에 하필이면 교과서라니 원……. 그렇긴 하지만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더구나 교과서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을 처음 만나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어이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겠지만 그게 '정말로' 진심이었으니 이건, 그러니까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걸어가는 이 길은, 제게는 필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교과서에 관한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저 문선공부터 존경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문선공! 그렇습니다. 임금으로부터 받았음직한 시호(諡號) '文善公' 혹은 '文宣公' 들이 아니라 여기저기 몇 개의 알전.. 2017. 10. 19.
파리 풍경 혹 파리에는 이런 거리가 있어서 좋더라고 했습니다. 혹 파리에 가면 찾아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이지만, 파리―에펠탑 모스크바―크렘린 궁전 베이징―자금성 런던―타워브리지 ……………… 그런 공부를 시킨 것이 쑥스럽습니다. 겨우 4~5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중에서 파리를 찾으라고 강요했습니다. 네 가지 뿌리 중에서 강아지풀의 뿌리를 고르라고도 했습니다. 내가 그런 식으로 가르치지 않았다면 에펠탑이 있는 시가지가 좋더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에펠탑 앞이 멋있고, 평화롭고, 이미 알고 있었던 곳마냥 정겹고, 그래서 그곳에 오래도록 앉아 있고 싶더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부끄럽습니다. 지나가버린 일이어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지금 교실에 있는 이들이 부럽습니다. 2016. 10. 14.
'평행 우주 속의 소녀'가 본 교과서 # 1 교과서에 나온 것을 그대로 가르치는 수업, 그리고 창의적이지 못한 수업 피네건 교장은 과학에 관해서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틀에 한 번 겨우 한 시간이 과학 수업에 할당되며, 커리큘럼은 고작 마요네즈 병에서 리마 콩이 발아하는 것을 보여준다든지 잉크에 담근 셀러리 줄기의 희미한 초록색 관을 따라 잉크가 올라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같은 전혀 혁신적이지 않은 내용뿐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도 과학은 편하지 않은 과목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생의 기발한 과학 관련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까봐 걱정하기 때문에 과학실험처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보다는 교과서에 나온 것을 그대로 가르치는 수업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299) 대부분의 여성은 수학과 과학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조우하기 훨.. 2016. 5. 19.
어느 편집인의 교과서관-교재의 재구성- A 출판사의 교과서 개발 연구 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인사치례로 사장, 전무, 상무, 팀장이 차례로 한 마디씩 했습니다. 자원 인사가 회사를 방문한데 대한 덕담 수준이었으으로 그 발언들은 하나같이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집 실무자 차례가 되었습니다. "교과서 개발 업무를 진행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학생 지도에 전념하시는 선생님들 말씀을 경청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 이야기만 나오면 선생님들 말씀은 거의 언제나 교육과정과 교과서 재구성에 대한 것이 주류를 이룹니다.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듣고 있기가 참으로 난처하고 송구스러워서 어떻게 하면 여러 선생님들께서 편안하게 가르치실 수 있게 해드릴 수.. 2015. 9. 24.
교재연구개발론 2015년 1학기 강의계획서 EDU 923 교재연구개발론 강사명: 파란편지 조교명: 수업시간: 금 8-10교시 강의실: 사대본관 114 □ 과목개요 및 학습목표 교사의 전문성, 자율성, 책무성에 관한 당위성은 대체로 수업을 전제로 한 것이며 수업이 교사의 핵심적 업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당연하다. 수업의 핵심적인 도구는 교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교과서가 핵심적·지배적인 교재의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드디어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교과서 중심교육이 주류를 이루어 왔으나 교재의 의미는 지속적으로 변화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교재를 사용하던 체제에서 학교(교사)가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따라 적절한 교재를 선택·재구성·제작하여 사용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경향이며, 최근.. 2015.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