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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2

마지막 편지 ⑵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100

 

 

 

마지막 편지 ⑵

 

 

 

  저는 이런 것을 싫어합니다. 핵심 없는 노력과 실속 없는 호인, 현실을 빙자한 핑계, 자신의 생활수준이 문화수준보다 턱없이 높다는 것을 모르는 바보, 교육과 학생을 이용하는 '꼼수'와 사기(그런 자들과도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니…), 정의와 능력을 배제하는 조직, 말과 실제가 영 다르고 쓸데없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런 일로 바쁘게 살아가는 리더, 그런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살아가야 하는 나 자신.

 

  제가 떠나게 된 것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제가 그리는 학교상像에 비해 저에게 남은 정열과 능력과 철학이 한 학교에 오래 있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떠나는 것이 우리 성복교육이 진실로 발전하는 전환점 Turning Point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가 누구이든 우리 학교 교직원은 모두 성공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것은 여러분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모두 성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야기하면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그렇게 반응할 것으로 믿으며 지냈습니다. '저 이야기를 하는 배경이 뭘까?' '무엇을 노리고 저런 말을 할까?' 하고 쳐다보는 사람이 있거나말거나 그렇게 했습니다.

 

  저는 이 학교를 - 무모하게 보였겠지만 - 세계 최고의 학교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학교'라는 곳의 '표준이 되는 학교'를 만든 다음 "와서 확인해 보라!" 하고 싶었습니다. 모두들 우리나라 교육을 비난하고, 기회만 있으면 다른 나라로 떠나는 현실에서 - 다만, 우리 학교가 미흡하여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이는 꼭 성공하기를! - 직접 와서 보고는 "정말이네?" 하고 인정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성복초등학교는, 공립이지만, 학부모들이 사립학교를 향해 동경하는 것, 국립대학교 부설학교에서 실천할 만한 것들도 얼마든지 전개해나가는 학교입니다. 우리 교육이 아직도 교과서에 매몰되어 '붕어빵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도대체 어떤 것에 목표를 두고 무얼 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교육선진국 학교들이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을 종합적·합리적으로 실천하는 학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느 한 부문에 힘써 일부 학생이나 교장 이름을 빛내는 데 열심인 학교가 많으므로, 우리는 우리 교육이 어떤 면에서 선진국에 밑지는지는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고 공연한 일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바로 그것을 먼저 실천하고 이 아이들만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제대로 된 학교는 시설, 설비에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왔다고 잘 하는 것도 아닙니다. 교육을 제대로 하는 학교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빼면 보여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학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여러 학교의 스타일과 달리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자랑할 만한 것은 없지만 아이들은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 학교, 교사들은 "현실은 이론과 다르다."는 어쭙잖은 말을 하지 않고 스스로 늘 부족함을 느끼면서 가르치는 학교일 것입니다.

 

  저의 「이런 사람」은, 그러한 저의 진실과, 욕망과, 여기에서 만난 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 것이었으므로 오늘 저는 마지막으로 그 사랑을 확인합니다.

 

 

이런 사람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성복 어린이는, 무턱대고 읽거나 무턱대고 외우기보다는 왜 그런지, 왜 그 답이 나오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잘못 생각했던 것을 인정하는 사람,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보다 나으면 그 사람의 생각이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사람, 넘어진 친구를 보고 혼자 달려가기보다는 돌아서서 그 친구를 일으켜 세워 함께 달려가는 사람, 혼자 하는 일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을 더 잘하고 즐거워하는 사람, 실패해도 우울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툴툴 털고 일어나는 사람, 덤벙대지 않고 자세히 살펴보고 생각하는 사람, 책을 읽고 잘 감동하는 사람, 그것을 남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하는 사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생각나는 사람, 아무리 어렵고 어려운 일도 폭넓고 깊이 있게 검토하여 해결하는 길을 찾아내는 사람, 그래서 지금은 무얼 하는지 남들이 늘 궁금해하는 사람, 어려운 이야기도 척척 이해하는 사람, 어려운 책도 줄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운동선수, 그런 음악가, 그런 사업가, 그런 의사, 그런 변호사, 그런 무엇이 되십시오. 하는 일이 무엇이든 남에게 인정받는 사람, 그 일을 집요한 노력으로 남달리 해내어 그 분야에서는 드디어 최고인 사람, 그 일로써 남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라며 텔레비전과 신문에 자꾸 나오고 "와, 성복동에서 큰 인물이 나왔네!" 하고 온 동네 사람들과 선생님들, 아이들이 모두 자랑스러워하게 하십시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 날 밤 우리 강당이나 운동장에 불을 밝히고 큰 잔치를 열어봅시다.

 

 

  그 사랑으로 이제 작별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저는 이 학교의 자랑스런 교장이었습니다. 그러면, 부디 …….

 

 

 

2007년 8월 27일

 

 

 

  추신 : 이 <파란편지>를 읽어주신 분들은 제 생애 최고의 '손님'이었습니다. 이 편지는 오는 8월 31일 이전에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는 삭제됩니다. 앞으로는 새로 마련한 블로그 "파란편지"(http://blog.daum.net/blueletter01)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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