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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247

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8 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들 일찍 출근한 어느 날 아침, 어느 아름다운 여 선생님이 육상지도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웬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육상대회에 나가려면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좀 가르쳐달라고 하더랍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상할지 모르지만, 저는 "아이들로부터 그 요청을 받기 전에 지도해주지 그랬느냐?"고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저 이렇게 말하고 들어왔습니다. "그것 참, 제대로 된 일이군요. 대회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 아니냐는 다음 문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주저앉아 가르치는 대로만 배우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은 이렇게 의젓합니다. 제가 그들의 됨됨이를 좋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젓합니다. 이.. 2007. 8. 29.
조기유학을 떠나는 이유 - 우리는 무얼 어떻게 잘못 가르치고 있을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7 조기 유학을 떠나는 이유 - 우리는 무얼 어떻게 잘못 가르치고 있을까요 - 어느 기관의 자문회의가 끝나고 식사를 하면서 맞은편에 앉은 한 변호사에게 질문해보았습니다. "보시기에 우리 교육의 현실이 어떻습니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저도 4년 간 교사생활을 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말해보면, 우리의 교육방법은 연역적입니다." 그는 이어 연역적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요약하면 학생들이 암기해야 할 핵심을 가르쳐주고는 끝없는 문제풀이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일간지의 1면 기사 「1020 인재들 한국 탈출한다」의 핵심은 "무조건 달달 외우는 시험공부 싫어" "반복해 문제만 푸는 수능공부에 지쳤다"는 내용이었습니.. 2007. 8. 29.
좀 가보라고 하기가 미안한 우리 도서실 - 앨빈 토플러의 방한 기사를 보며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6 좀 가보라고 하기가 미안한 우리 도서실 - 앨빈 토플러의 방한 기사를 보며 - 앨빈 토플러(79세)가 우리나라에 또 왔습니다. 그는, 우리가 1980년대에 경탄을 하며 읽은 저 『제3의 물결』이라는 책을 쓴 미래학자입니다. 그가 그 책에서 현대사회의 특징을 표준화(standardization), 전문화(specialization), 동시화(synchronization), 집중화(concentration), 극대화(maximization), 중앙집권화로 요약하여 설명한 것은, 그러한 특징들을 막연히 당연한 것, 혹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저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그가 우리나라에 자주 오는 것은,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를 특히 좋아하기도 하고 따라서 여.. 2007. 8. 29.
'불쌍한 엄마들' '불쌍한 아이들' - 성복 엄마들, 성복 아이들은 어떻습니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5 '불쌍한 엄마들' '불쌍한 아이들' - 성복 엄마들, 성복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 5월에는 '엄마'들에 대한 신문기사가 부쩍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 신문은 '간부' 의 엄마는 어머니회 참여, 교실 환경미화, 급식과 교통안내 당번, 소풍날 담임 도시락 마련 등 그야말로 수업만 안 할 뿐이지 학교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온갖 궂은 일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특목고 대비반 등 각종 학원 정보를 파악해야 하고, 운전기사 겸 매니저 노릇을 해야 하며, 1학년 때는 엄마가 함께 하거나 준비해주어야 할 과제가 많아 초보 학부모들은 정신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아이의 출산, 양육, 교육이 오로지 엄마의 몫인 우리 사회에서 엄마는 종신범이자 무기.. 2007. 8. 29.
우리 학교 영재론 -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4 우리 학교 영재론 -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요? - 20년쯤 전 교사직으로는 마지막 해로 어느 국립대학교 부설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담임했습니다. 그 학교에서는 학년 초 1주일간은 학부모들이 의무적으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가도록 했고, 그 기간에 '신입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2시간 정도의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장이 별안간 제게 이튿날의 강의를 맡겼습니다. 저는 그 강의는 당연히 교장이나 학교가 소속된 사범대학 교수가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교사로서 강의를 맡게 된 건 제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교장이나 교수와 다른 특별한 발표를 하려고 단단히 준비해서 백 수십 명의 '엄마'들이 운집한 강당으로 갔습니다. 우선 "자녀가 천재나.. 2007. 8. 29.
이 선생님…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3 이 선생님… 올해는 제가 조선일보사의 전국교육자대상 심사를 보았습니다. 38년 교사 생활에 아직 변변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지만 그 심사위원 중에는 정원식 전 국무총리, 광주와 경상남도 교육감도 있어 제가 심사위원이 된 것이 영광스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예심과 현장조사 등을 거쳐 최종심사에 오른 초·중·고 교사 20명중에서 13명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스승의 날에 발표된 명단을 보았더니 한 명이 빠진 12명이었습니다. 그 날은 한국교원대학교에 볼일이 있어서 내내 '그 참 이상하다. 혹 어떤 대상자의 불미스런 일이 밝혀져 그렇게 됐나?' 생각하며 내려갔는데, 오후에 담당 기자가 전화로 D시의 특수학교 U선생님(여, 42세)이 굳이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하여.. 2007. 8. 29.
'그냥 편안하게 지내다 조용히 갈까…' - 성복동에 사시는 여러분의 노블레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2 '그냥 편안하게 지내다 조용히 갈까…' - 성복동에 사시는 여러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떤 것입니까? - 망설이다 이 편지를 씁니다. 몇 가지 장면을 주절주절 늘어놓겠습니다. 이해하여 주십시오. 어느 날 아침 교감이 제 방에 오더니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교정의 솔잎을 따고 있어서 지금 무얼 하느냐고 물었더니, 글쎄, 학교처럼 깨끗한 곳의 솔잎이니 솔잎차 재료로는 그만일 것 같아서 따고 있다고 했습니다." 잠시 의논하여 『학교 소나무에는 농약을 살포했으니 주의하라』는 표지를 붙였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이 편지를 보면 '아, 농약을 뿌리지는 않았구나.' 할까봐 밝혀둡니다. 농약을 살포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느 교사가 운동장 동쪽 벚.. 2007. 8. 29.
「아기가 타고 있어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1 「아기가 타고 있어요」 우선 "아기가 타고 있다"는 표지를 붙인 차를 뒤따르기 싫어하고, 굳이 이렇게 꼬집는 자신이 '참 별난 성격'이라는 것도 시인합니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① 소중한 내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것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스럽다. ② 나는 지금 아기를 태우고 가니까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내 차와 충돌하거나 경음기를 울리지 않기 바란다. ③ 위의 ①②처럼 생각하여 써 붙였다고 하면 혹 아니꼽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목숨보다 소중한 내 아기가 이 차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④ 아기를 태우고 있어 천천히 가더라도 이해해 달라. ⑤ 기타(그렇게 써 붙이고 다녀본 적이 없는 사람으.. 2007. 8. 29.
"차 한 잔 드시고 가십시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0 "차 한 잔 드시고 가십시오" 학교에서도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학부모님들은 물론 집배원도 오고 더러 물건 팔러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정기적으로 꼭꼭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방 안전 점검, 전기 안전 점검, 상수도나 도시가스 검침, 정수기 점검, 행정실과 급식소 물품 조달, 컴퓨터 및 관련 시설·설비 보수 같은 일로 오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이 학교에 오면 교장인 제게 인사부터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모습을 보아 저 사람이 교장이겠구나' 하고 알은 체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냥 지나쳤고 '담당 직원을 만나 볼일을 보면 그만'이라는 듯한 표정들이.. 2007. 8. 29.
학교, 실패를 안정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곳 - 회장·반장 선거에 낙선한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9 학교, 실패를 안정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곳 - 회장·반장 선거에 낙선한 아이들의 부모님께 - "부모에게는 어떻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보다는 눈에 거슬리고 부족한 면이 더 눈에 들어오는지요." '파란편지'의 답장 중에서 이 편지를 보고 생각난 것은 '자식을 잘 키우고싶다는 부모들의 욕심'이었고, 이어서 '이번 봄의 회장·반장 선거에 낙선한 아이들의 부모들이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했을까?'도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하셨습니까? 당선된 아이의 가정에서는 외식을 하거나 파티를 열거나 최소한 특별한 칭찬이라도 하셨을 것입니다. 문제는 낙선한 아이의 경우입니다. "도대체 넌 하는 일마다……." 그러셨습니까, 아니면 "또 떨어졌니?" "이웃집 ○○이 좀 봐라. 그 애 반만이.. 2007. 8. 29.
그의 부모님 보십시오, 제가 그 애를 사랑합니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8 그의 부모님 보십시오, 제가 그 애를 사랑합니다 입학한 지 며칠 되지 않은 1학년 아이들이 담임을 따라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교장은 어디에서 무얼 하는 사람인지 보러 왔겠지요. 저 앞에서 걸어가던 아이가 부딪혀 비뚤어진 물건을 한 여자애가 지나면서 바르게 놓았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게 했을까요? 저는 그 어린것을 사랑합니다. 6학년 남자아이가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기가 펄펄 살아 있어야 할 그 애는 풀이 죽었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워서 보건실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이마를 짚어보았더니 뜨겁습니다. 그 이마에 입술을 대어보며, 그런 몸으로 무얼 배운다고 학교에 있는 그 아이에게 미안하였고, 그 순간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 .. 2007. 8. 29.
속상했던 토요휴업일 - 그러나 움베르트 에코의 항의를 우려함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7 속상했던 토요휴업일 - 그러나, 움베르트 에토의 항의를 우려함 - 지난해에는 송구스럽게 되었습니다. 토요휴업일이 올 때마다 원망하셨겠지요. 2004년에 이 학교에 와서 보고 '이게 아닌데…' 싶어서 2005년도에는 "하나의 주제를 장기간 탐구하는 토요휴업일이 되면 좋겠다."고 해서 좀 그 방향으로 가는 듯하더니, 2006년도에는 또 2004년도의 방식으로 회귀하여 토요휴업일마다 계획서를 받고 월요일만 되면 보고서를 받았으니 그 짜증이 오죽했겠습니까. 그리하여 지난해 말 우리 홈페이지의 온라인 평가를 보았더니 "노는 토요일이면 그냥 놀게 하라." "토요일이 다가올까 봐 오히려 겁이 날 지경이다." "토요일에는 놀고 일요일에 체험학습을 한 경우 그 체험을 토요일에 했다고..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