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론 "학교폭력 대책의 선두에 선 장관님께"를 실었더니 다음과 같은 댓글이 실렸습니다.
사실은, 36년 전 어느 초등학교에서 반 년 간 가르친 제자가 쓴 글입니다. 그가 36년 만에 연락을 해와서 저는 지금 여러 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쁨으로 흥분된 상태입니다.
그는 두 자녀의 '엄마'입니다. 첫째는 대학생, 둘째는 중학생이며, 자신은 동네 초등학교에 나가 교육활동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쓴 글이, 어제 제가 써서 어느 신문에 실은 글보다 더 현장성 있고 읽기도 쉽고 재미있어서 쑥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시론으로 쓴 제 편지보다는 이 편지를 전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이 글을 싣게 되어 미안합니다.
선생님.
아무리 열심히 아이들을 다독이고, 사랑으로 감싸더라도 완벽한 건 없기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교육현장에서 생기겠지요.
학교 와서 보니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힘든 곳이 학교입니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즐거운 공간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수업하는 걸로 부족해서,
아이들을 밤까지 학원으로 보내고 파김치 되어 집으로 돌아와서
숙제하고, 휴식이라는 게 컴 앞에 앉아서 게임하는 것..
게임을 보세요. 때리는 게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종이가 물을 흡수하듯…
아주 조금씩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또 부모의 이기심으로 결손가정에서 방치
무관심 속에서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
지극히 개인적인 제 생각은
학교에서 공부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인성 교육 비중을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도 자주 보여주고,
나쁜 사례보다 좋은 일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칭찬 많이 해주고…
학교 안에서는 누구라도 평등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가정에서 못해준다면
학교에서라도 그렇게 해서,
학교는 교육기관이기도 하지만
보호해주는 공간,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아이들에게 인식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학교에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쉬쉬하다보니
어떻게 할 수 조차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지고
..
학교 와서 보니 거칠고 난폭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늘 웃음으로 대하고 관심 가져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니,
조금씩 제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게 보이더군요.
이제는 제가 나타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인사를 해요.
3층 교실에서도 목을 내 놓고
…
완벽하게 바꿔놓을 순 없어도
그 아이들도 나도 누군가에게 관심 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고 나면, 부드럽게 바뀌더라구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바른 행동을 할 때마다
하트사탕을 줬어요.
"선생님 마음이야." 하면서
넘 좋아하더라구요..
이제는 내가 준 것을 약하고 힘없는 친구에게 줄 줄도 알더라구요.
이런 게 보람…입니다.
미약하지만 누군가에게 따뜻함으로 기억된다는 것…
넘 길었어요.. 선생님.
교육이라는 말 나오면 정말 하고 싶은 말 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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