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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

보고 싶은 선중에게

by 답설재 2012. 2. 24.

 

 

 

 

보고 싶은 선중에게

 

 

 

 

 

  선중아.

  이제 2월 하순이니까 곧 3월이 오고 그러면 네가 드디어 5학년이 되는구나. 5학년이 되면 어떻게 지낼지 그런 생각 좀 해봤겠지. 나는 우리 선중이가 건강하게 지내면서 4학년 때처럼 선생님과 마음이 맞고, 반 아이들과 잘 지내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구나.

  5학년이면 6학년과 함께 초등학교에서는 '고학년'이라고 부르지. 네가 유치원에 다닐 때나 글자를 익히던 1, 2학년 때가 생각나는구나. 그땐 선중이가 언제 커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는 모습을 보게 될까 싶더니 이제 5학년이라니……. 할아버지는 요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난 말이야. 손자가 이제 5학년이 되는데 말이야. …….” 하고,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때도 일부러 네가 벌써 5학년이라는 걸 강조한단다.

  선중아.

  내년에 6학년이 되면 혼자 전철을 타고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이곳에 올 수 있지 않겠니? 중학생은 되어야 가능할까? 아니, 우리가 약속을 하고 서울 시내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

  오늘 부치는 이 책을 고르면서 그런 생각을 했지. ‘우리 선중이가 수만 권의 책이 있는 이 서점에 오면 얼마나 좋아할까? 마음대로 고르라면 어떤 책을 고를까? ……. 이곳에 오면 점심은 뭘 먹지?’

  그렇게 둘이서 만날 수 있게 되면 나는 또 다른 욕심을 갖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런 날이 오면 정말로 좋을 것 같구나.

  선중아.

  부디 건강하게 지내라. 엄마아빠 마음 편하게 해드리면 네 마음도 편하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사랑하는 내 손자가 5학년이 되는 걸 축하한다.

  다음에 만나자. 그럼, 안녕.

 

2012년 2월 24일.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