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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

사랑하는 선중에게

by 답설재 2012. 5. 3.

  벌써 5월이구나

  담임선생님이 좀 무섭다고 하더니 선생님께서 네가 좋은 아이인 걸 알아보시고, 너도 선생님을 좋아하며 지내니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처음에 좀 무섭게 보이는 선생님이 알고 보면 마음씨가 곱고 열정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만난 선생님이 바로 그런 분인 것 같구나. 그러고 보면 너는 언제나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있으니 그 복이 많은 아이가 분명하다.

 

  나는 네가 어째 좀 야윈 것 같은 모습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면 다른 일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면 나를 닮은 것 같아서 그게 고맙기도 하지만, '옛날의 나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저렇게 야윈 것인가?’ 싶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성격이 그러면 나중에 몸은 약질이 되고, 나이가 들면 배가 나처럼 불룩하게 되어 병이 나기도 쉬워진다. 전에 내가 '공이나 뻥뻥 찼으면……' 한 것은, 그래서 한 말이다. 사실은 다른 것도 잘 하고 '공도 뻥뻥 찼으면……' 하는 것이 내 속마음이다. 부디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상대방이 누구든 때로는 좀 네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너그럽게 대하는 습관을 가지기 바란다. 네가 이해할는지 모르지만 세상일은 네 마음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 이야기와 노는 것에 관한 책을 보낸다. 지난겨울에 너희 학교 교문 현수막을 보면서 '독서왕'이 된 그 아이가 부럽기는 했지만, 네가 그런 상을 꼭 받아야 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니까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 않도록 해라. 네 머리와 가슴속에 좋은 책이 많이 꼽힌 도서관이 들어서서, 그 책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그 책 중 한두 권은 네가 가는 길을 열어준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독서왕'이기 때문이다.

 

  선중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다가오는구나. 더욱 씩씩하고 의젓한 아이가 되기 바란다.

 

2012. 5. 2(수).

 

                                                                                         남양주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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