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050

1999년 12월 11일 저녁 그 애와 내가 달라진 점 늦은 밤 늘 듣던 인사 "다녀왔어요." 오늘 아침 제 엄마에게 주고 나갔다는 아파트 열쇠 오후 5시 30분경 공항 가는 길의 전화, "아빠, 지금 어디 있어요?" 하고 울먹이던 목소리 기다려도 내 집으로 귀가하지 않게 된 것. 그런데도 나는 그 애가 여행을 다녀올 것 같은 느낌으로 지내게 된 것 2023. 11. 16.
홍시 단감은 네 언니, 홍시는 내 차지다. 어제 수영 가며 홍시 먹어보라고 해서 하나 먹어봤더니 어릴 때 내가 나무에서 따먹은 그 홍시구나 싶더라. 남은 건 좀 오래 구경하다가 먹으려고 한다. 이 홍시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만 권 서방 맘이 참 곱고 좋다. (10.30) 사랑하는 큰오빠.. 밤 늦은 시간에 문자 드려요. 편안히 주무세요. 어제 내려온 후 두 분께 미련이 남아 우왕좌왕하는 마음을 주저앉히기 위해 친구 밭에 가서 종일 엎드려 일하고 놀다 늦게 와서 언니가 싸준 달걀 고구마를 만지작거리다 먹으며 또 그리워하다 폰을 뒤늦게 열었어요....♡ 큰오빠, 언니 부디 마음 평온하시게 건강만 잘 지키셔서 오래오래 제게 버팀목이 되어주세요. ○○의 큰오빠 집이 너무 아름답고... 오빠 손길이 눈에 선하네요. 주.. 2023. 11. 15.
너 아니? 탐욕은 바닥이 없는 구덩이란다 이기심은 자기애와 동일하지 않다. 오히려 자기애와는 정반대의 것과 동일하다. 이기심은 일종의 탐욕이다. 모든 탐욕이 그렇듯이 이기심은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불만족감을 포함하며, 그 결과 진정한 만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탐욕은 바닥이 없는 구덩이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지만 끝내 만족에 도달하지 못하고 기진맥진한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기적인 사람은 항상 안절부절못하고, 충분히 얻지 못하거나 뭔가를 놓치거나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늘 사로잡혀 있다. 그는 자기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에 대한 불타는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무의식적인 역학 관계를 좀 더 관찰해 보면, 이런 유형의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며, 사실은 자신을 몹시 혐오한다는 것.. 2023. 11. 14.
깊은 밤 기다림 새벽에 일어나는 아내는 잠이 들고, 아직 누가 귀가하지 않은 듯한 느낌일 때가 있다.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난 지 오래되어 가족은 벌써부터 단 둘인데도 그렇다. 조금 서글퍼지다가 기억들은 그 서글픔이 밴 따뜻함으로 바뀐다. 살아가는 일은, 나는 이제 거의 다 괜찮다. 2023. 11. 13.
왜 자꾸 이런 표시가 뜰까요? 뭘 잘못했을까요? 2023. 11. 12.
안개마을 저 안개, 안개가 바라는 것, 말없는 저것 그러다가 가는 것 내내 걷히지 않으면 우리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것 우리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을 알면서도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저것 2023. 11. 9.
낙엽 쌓인 뒷뜰 낙엽이 쌓인 걸 보면 이철하(李澈夏) 장학사가 떠오른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술을 좋아한 분이었다. 남의 술 얻어먹는 걸 좋아한 것이 아니라 마셔도 되겠다 싶은 술을 조용히 즐겁게 마시는 멋쟁이였다. 권위주의가 예사로운 시절이어서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그가 오히려 유별나 보였다. 그 장학사가 우리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1971년 가을이었지? 그땐 학교에 장학사가 나온다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야단이었다. 한 달쯤 전부터 걸핏하면 대청소를 했고, 수업을 단축하고 그만하면 됐지 싶은 유리창을 닦고 또 닦았다. 장학사의 학교 방문은 봄에 계획을 보려고 한 번, 가을에 실적을 보려고 한 번이 정기적인 방문이었고 특별 방문은 거의 없었으니 교장·교감으로서는 연중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반(6학년.. 2023. 11. 8.
죽을 때 남기는 것 "사람들은 죽을 때 뭔가를 남긴단다. 아이나 책, 그림, 집, 벽이나 신발 한 켤레, 또는 잘 가꾼 정원 같은 것을 말이야. 네 손으로 네 방식대로 뭔가를 만졌다면, 죽어서 네 영혼은 어디론가 가지만 사람들이 네가 심고 가꾼 나무나 꽃을 볼 때 너는 거기 있는 거란다.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네 손이 닿기 전의 모습에서 네 손으로 네가 좋아하는 식대로 바꾸면 되는 거란다. 그저 잔디를 깎는 사람과 정원을 가꾸는 사람과의 차이란 바로 매만지는 데 있지. 잔디를 깎는 사람의 마음은 전혀 정원에 있지 않지만 정원을 가꾸는 사람은 언제나 그곳에 있단다." 소설 《화씨 451》(레이 브래드버리)에서 '책사람(book person)' 그레인저가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러므로 의식할 필요가 없.. 2023. 11. 7.
잊힐 리 없을 것 같은 이 가을 이 가을은 특별한 것 같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나고 나면 그만이겠지. 가을만으로 아픈 적은 한 번도 없었지. 2023. 11. 4.
부적은 열어보면 안 돼? 아이들 보라고 만들어낸 그림책을 사서 혼자 보고 있다. 온갖 도깨비들이 등장한다. 날쌔고 장난 잘 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는 그런 도깨비들을 좋아한다. 죽어서 가면 처음에 저승사자를 할래, 도깨비를 할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까 봐 고민이다. 어느 것을 하나... 고맙게도 부록으로 4종의 행운의 부적도 있다. 책 표지에 이미 저렇게 표시되어 있어도 그걸 펴보진 않았는데 어제저녁에 별생각 없이 열어봤고 그 순간 후회했다. '오늘 밤 좋은 꿈 꿀 운'은 맨 위에 있으니까 비닐봉지를 열지 않아도 다 보였고, 그 아래에 '용돈 운' '오늘 먹을 운' '게임!! 원 없이 하는 운'이 차례로 포개져 있었는데 용돈 운, 먹을 운, 게임 운이라니 내가 그런 걸... '이 속엔 또 어떤 행운이 숨어 기다리고.. 2023. 11. 2.
서귀포, 그리운 곳 이 선생님은 저곳에서 귤을 딴다고 했습니다. 도깨비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해서 "도깨비도감" "한국요괴도감" 드라마 "도깨비"등에서 본 도깨비들을 떠올리며 나는 도깨비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하자 어이없다는 듯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나이가 좀 적을 이 선생님은, 학교에 출근하면 만나던 그날들에는 때론 누나처럼 혹은 여동생처럼 대해 주었는데 지금도 정장을 입고 교장실에 앉아 있는 나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때와 달리 도깨비가 나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잡초를 뽑고 땅을 파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이제 비행기 타고 서귀포 가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게 되었습니다. 서귀포, 그리운 곳... 2023. 11. 1.
가을 표정 최선을 다했는데 뭘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왜 그렇게 되었을까. 2023.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