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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74

젊은 스승에게 큰절 하던 노인 상주군교육청에 파견근무를 할 때였습니다. 교사가 된지 6년째에 문교부 지정 연구학교 근무를 하게 되었고 이듬해에 혼자 시범수업을 해서 유명해졌을 때였습니다. 유명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시범수업 외에도 6학년을 담임하면서 잔디 파와서 심기나 각 교실을 제외한 학교 환경구성을 도맡았고 -옥상 위의 '주체성이 확립된 국민 육성' 같은 간판도 직접 써 붙여야 할 때였습니다-, 학습자료전시회 출품도 하고,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 푸른기장을 2년째 연속으로 받았고, 연구학교보고서도 썼습니다. 경력이 쌓여야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경력이 쌓이면 힘이 빠진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걸 한꺼번에 다 하면서 소주도 많이 마셨습니다. 몸이 많이 쇠약해졌다면서 선친께서 독사를 잡아왔기 때문에 .. 2009. 2. 16.
‘이메일을 막는 회의’와 댓글을 보고 싶은 욕구(수정 원고)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한 함수곤 교수는 제가 교육부 편수국(교육과정, 교과서 업무를 맡아보던 곳)에 들어갔을 때 편수국장이었습니다. 당시 이화여대 교수였던 분이 장관으로 와서 이러저러한 지시를 하자 그 지시가 부당하다며 덜컥 사표를 냈고, 그렇게 좀 쉬다가 일본으로 건너간지 1년 .. 2009. 2. 12.
외손자 선중이 Ⅰ 선중이는 제 외손자입니다. 곧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갑니다. 둘째 딸이 낳았습니다. ‘선중(宣中)’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었습니다. ‘가운데에 펼쳐라’, 다른 이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거기에는 제 희망과 기대, 욕심이 들어 있습니다. 제 핸드폰 앨범에는 그 애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조용할 때 들여다보면 사진 크기가 작아서 안타깝고 그 애가 더 그리워집니다. 그 애는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며칠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막막한 느낌입니다. 내가 이런데도 그 애는 전화를 하지 않으니 참 무심한 아이입니다. 설에 다녀갔고, 그 얼마 전에 며칠 머물다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전화를 기다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주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우리와 함께 지내고 싶어 하면서도 제 부모와 헤어져 있는.. 2009. 2. 6.
언제 국회 현장학습을 가게 되나? Ⅰ 지난해 12월 어느 날, 국회 현장학습에 관한 공문을 봤다. 우리는 현장학습계획을 연초에 확정하기 때문에 ‘가보면 좋기는 하겠지만…….’ 하고 말았다.현장학습은, 얘기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1990년대 초에 비하면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풍이나 수학여행 말고는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갈 일이 별로 없었다. 자주 나가는 학교가 있다면 “공부는 안 하고 왜 자꾸 나가느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해마다 분단별로 아이들이 시청을 방문하게 한 필자는 시청 직원들로부터 ‘문제 교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만곤? 아, 그 문제 교사가 올해도 보냈나?”교육부에서 일하면서 각 학년 사회과 교사용지도서에, 가령 시청이나 구청, 동사무소, 소방서, 보건소, 경찰서는 물론, 문화유.. 2009. 2. 2.
2009년 새해인사 독자 수 확대에 노력하는 블로그 운영자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운영자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욕심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거나 무성의하거나 블로그 운영의 목적이 특이한 경우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욕심을 얼마만큼 겉으로 드러내느냐가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 분은 블로그에 실어놓은 글들을 메일로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의도가 아닐까요? ‘봐라, 이렇게 좋은 내용인데도 내 블로그를 찾지 않을래?’ 좋은 내용이 한두 가지입니까? 유익한, 필요한, 흥미로운, 신기한, 놀라운, …… 갖가지 정보가 넘쳐납니다. 게다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드는 신문, 방송도 봐야 하고, 읽어야 할 책도 많습니다. 허다한 정보 속에서 꼭 봐야 할 정보만 선택하고 얼른 쓰레기처리를 할 수 있는 판단력이 긴요하며, 그래.. 2008. 12. 31.
이런 기사 Ⅳ : 지록위마(指鹿爲馬) 4대강 사업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이라는 분이 쓴 글의 제목이「지록위마(指鹿爲馬) 4대강 사업」이었습니다1). 제목만 봤을 때는, ‘아, 정부에서 대운하사업을 하려는 속셈을 감추고 4대강 물길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는 비판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글의 내용은 이 짐작과 정반대였습니다. 정부는 “4대강 물길 살리기 사업 범위에 인공 주운수로, 대형 보, 갑문, 터미널 건설 등이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대운하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4대강 물길 살리기라는 명분을 앞세워 예산을 확보한 후 한반도 대운하를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에 이어 4대강 물길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 주요 사업내용, 기대 효과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 2008. 12. 26.
이런 기사 Ⅲ : 오바마 새 정부는 농구 드림팀 이런 기사 Ⅲ : 오바마 새 정부는 농구 드림팀1) 지난 12월 4일, 신문에는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Obama)가 활짝 웃으며 농구공을 던져 올리는 시원한 모습의 컬러사진이 실렸습니다. 기사 제목은「오바마 새 정부는 농구 드림팀」이었습니다. 농구광(狂)으로 알려진 오바마가 지명한 행정부와.. 2008. 12. 10.
우리 학교 미스터 X 모처럼 직원회식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산 남포동에서 왔을까요? 미스터 X를 만났습니다. 몇 명이 남아서 2차, 3차를 갔을지도 모릅니다. 미스터 X는 볼일이 있어 일찍 갔다고 하니 2차는 가지 않은 게 거의 확실합니다. 직원회식 이야기를 하면 흔히 교장이 2차, 3차에 가는 게 좋은지 어떤지에 대.. 2008. 12. 2.
가을葉書 Ⅵ -이제는 부칠 데도 없는- 창(窓)만 있으면 단풍든 나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며 보류(保留)해오다가 오늘 그걸 포기하기로 했다. “가을…….” 감상에 젖어도 좋을만한 날에 부끄러운 겨울감기에나 걸려서 그 달은커녕 새 달이 다 지나도 그걸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 교장실은 서향집 이층이고, 더구나 IMF 때 지어서 일년이 여.. 2008. 11. 27.
이런 기사 Ⅱ : 몸만들기 그게 로봇 이야기였는지 세포 조작 이야기였는지 잘 모른다. 21세기의 언제쯤, 여성들이 하나같이 예쁜 세상이 되어버리면, 드물게 본래의 얼굴 그대로 '개성(個性)'을 지닌 여성이 있으면 오히려 열광적인 선택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는, 텔레비전에 새로 등장하는 예쁜 .. 2008. 11. 23.
외손자 선중이와 이 동네 홍중이-참 별종인 아이들 #1 제 외손자 선중이가 바로 그 ‘별종(別種)’입니다. 근근이 키워 지난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는데, 그때부터 그 어미는 더 깊은 고난의 골짜기로 들어섰습니다. 그럴 줄 미리 알고 인천 모 여고 일어 선생도 집어치우고 들어앉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어림없는 수작이 되었습니다. 우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아무리 취학 전 아이들이라도 음식점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킬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 주제에 교육자랍시고 사람들을 만나면 일본의 가정교육을 예로 들면서 그걸 강조해왔지만 제 손자가 엉망인 걸 확인하자 그만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경솔하게 이야기하다가 내가 천벌을 받는구나!’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 2008. 11. 13.
「수업공개」경험 - ‘허난설헌’님께 - 제 독자님 중에 ‘허난설헌’이란 닉네임을 가진 분이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받아보는 제 입장에서 보면 너무 겸손한 표현을 해주신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옮깁니다. 너무도 유치 무쌍한 질문인지라 -아직도 이런 걸 질문하나? 싶은- 비공개로 하려고 했으나 혹시 비슷한 의문을 가.. 2008.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