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206

나의 어린이날·어버이날 어버이날 아이들 중 누군가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던 몇 년 전까지의 아침들이 떠오릅니다. 나는 그렇게 가슴을 대어주는 시간이 참 어색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주로 남성 쪽이 어색해하는 건 아닙니까? 여성들은 가령 “무슨 선물을 줄 거냐?”고 대놓고 물어보기까지 하지만, 남성들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카네이션 한 송이만 해도 어색한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어색합니까? ‘내가 저 아이들을 위해 한 일이 뭐냐, 기껏해야…… 그것조차 아내 앞에서는……’ 내심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인 건 아닐까요? 어쨌든 그 ‘떳떳한’ 어머니날을 뭐 하려고 ‘어버이날’로 바꾸어 이렇게 난처하게 하나, 싶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신문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버지 100명 중 6명.. 2010. 5. 9.
영웅 해군 남상사! 「영웅 해군 남상사!」 이 제목이 어떻습니까? "누구 말이야?" 그렇게 묻고 싶습니까? 지난 4월 4일 오후 연합뉴스의 아래 사진을 보십시오. 고(故) 남기훈 상사에게 그런 호칭을 붙여보았습니다. 남기훈 상사에 대한 기사는 그날 신문 1면에도 게재되었지만, 다음과 같은 눈물겨운 기사도 보였습니다. 1 일부만 옮깁니다. …(전략)… 거실벽 한가운데에 연미복과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랑·신부의 모습이 담긴 가로 40cm, 세로 30cm 크기 십자수 작품이 보였다. '결혼 4주년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나의 아내 영신에게'란 글귀가 눈에 띄었다. 남 상사가 6개월 넘게 정성 들여 만든 선물이었다. 자상하고 속 깊은 남편을 잃은 부인의 통곡은 길고도 깊었다. 남 상사는 197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전주의 전라중학교.. 2010. 4. 22.
창밖의 풍경 젊었을 땐 창밖의 풍경도 내다보지 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지낸 그 오랜 세월에는 18층 창 너머로 인왕산의 사계(四季)와 인파, 자동차 물결, 전광판들, 시위대의 모습 같은 것들을 자주 내려다보며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찾아간 곳이 2004년 9월 1일의 용인 수지의 성복초등학교였습니다. 그 학교 1층의 교장실에서는 송화가루가 날아들고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그 앞의 나지막한 동산을 내다보며 시름을 달랬습니다. 아침에 교장실에 들어가면 귀뚜라미가 울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는 몇 명의 어머니들이, 아이들이 공부하느라고 여념이 없는 시간에 교장실의 열려진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면서 "오빠! 뭐 해요?" 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까르르 웃으며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까페를 .. 2010. 4. 16.
‘아, 아이들이다!’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졌습니다. 올림픽도로변에서 보고 다닙니다. 3월 10일 새벽, 그러니까 꼭 한 달 전만 해도 폭설이 내렸었습니다. 퇴직을 했고, 수술 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아 회복 중이니까 그 날 아침, '두문불출'할까 하다가 잠깐 아파트 바로 앞에 나가며 그 정경들을 핸드폰에 담았습니다. 실제로는 기가 막힌 풍경들인데 이렇게 우중충하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저기 쳐다보며 천천히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보십시오! 정문 가까이에서 '요것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아파트 '어린이집' 아이들이 외출을 나갔다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를 다녀오는 걸까요? 저 뒤에 선생님이 따라오시는 걸 보면 잠깐 눈구경을 다녀오는 걸까요? 아이구, 이 귀여운 것들! 이제 학교를 못하게 된 저로서는, 이 아이들과 저.. 2010. 4. 9.
이 얼굴 Ⅰ(한주호 준위 ②) 저 표정들을 보라. 한 사람 한 사람……. 저처럼 다양한, 그러나 한결같이 비장한 표정들 속에 고 한주호 준위의 혼이 스며 있을 것이다. 2010년 4월 5일(월)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사진이다. 사진 아래에 「천안함 인양, 빠르면 10일 걸린다」라는 제목의 5단 기사가 있고, 우측에는 「공정택씨에게 돈 건넨 혐의, 전·현직 교육장 2명 소환」이라는 제목의 2단 기사도 보였다. 사진 설명은 다음과 같다. "영웅을 보내다… UDT 사나이들 눈물의 軍歌 : 3일 오전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고 한주호 준위 영결식이 거행됐다. 고인의 UDT 동료들이 운구행렬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UDT 군가 '사나이 UDT가(歌)'를 부르고 있다" 운구행렬을 막고? 관련 기사를 찾아봤더니 「"한준위님, 저희 노래 왜 듣.. 2010. 4. 7.
이 얼굴 Ⅰ(한주호 준위) 천안함 수색 작업 중에 순직한 한주호(53) 준위가, 지난 2002년 8월, KBS TV의 UDT1 요원이 되기 위한 48기 훈련생도들의 훈련과정을 생생히 담아 보도한 수요기획 「지옥에서 살아오라!」라는 프로그램에서 훈련교관으로 등장한 모습이 오늘 오후 3시 7분에 에 실렸다. ​ 한 신문에는 관련 기사가 1, 2, 3면 가득 실렸는데, 특히 2면의 제목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끝내는 눈시울을 적셨다.2 ​ 순직한 한 준위,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 "구조활동 힘들고 춥더라… 그래도 계속 하겠다" ​ 그의 아들은 아버지를 이어 2대째 군인의 길을 가고 있는 중위란다. 부인도 "지난 일요일 구조작업에 갈 때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제 두 번 전화했는데 '배에 들어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게'라고 .. 2010. 3. 31.
영화『클래스』Ⅱ 다시 영화 『클래스』(교실) 이야기입니다. 먼저 신문 기사를 옮깁니다.1 ● '클래스'는 갈등·토론 불꽃 튀는 중학교 교실 1년 기록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클래스'는 프랑스 파리의 한 중학교 교실을 1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전부 신인 연기자인 교사와 아이들이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아, 실제 상황처럼 보인다. 프랑스어 교사 마랭(프랑수아 베고도)의 교실에 대부분 머물러 있는 카메라는 혈기방장한 중3 학생들과 성내지 않고 품위를 지키려는 선생 사이를 오간다. 가르치려는 자와 배우지 않으려는 자의 전쟁 같은 이 교실의 모습은, 누군가를 제도권 내에서 교육한다는 일이 얼마나 고되며 이성을 잃기 쉬운 일인지 가늠케 한다. 주인공 프랑수아 베고도는 원작 소설의 작가이며 전직 교사다. 영화에는 기.. 2010. 3. 30.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교실』 프랑스 영화 감독 로랑 캉테(49)가 오는 4월 1일, 『클래스』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했습니다. 프랑스 영화로는 1987년 이후 21년 만에 칸 최고상을 받은 것이라니 감개무량할 것입니다. 그 영화가 200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이미 2008년 6월초에 알려졌습니다. 그 때 저는 아래와 같은 자료를 작성해 놓았습니다. 교육에 관한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 특별하게 여겨져서 개봉되면 한번 보려니 했던 것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2008년에는 『교실』로 소개되더니 결국 『클래스』로 결정되었습니다. 『교실』을 버리고 결국은 『클래스』라니 …… 도대체……. 우리는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클래스』라고 해야 뭐가 있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겠지요. 제가 이 블로그.. 2010. 3. 29.
우리를 지켜주는 것들 우리를 지켜주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돈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우리를 지켜주는 것에는 물건도 있고 사람도 있습니다.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는 승강장 구조물도 우리를 지켜줍니다. 우리가 그것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그것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꾼다' '관리한다'고 생각하는 화분 중에서 그 규모가 작은 것들은 우리를 귀찮게 하고 괴롭히기 일쑤지만, 큰 것들은 오히려 우리를 지켜주는 것 같습니다. 나를 지켜주는 두 화분입니다. 소나무나 참나무, 자작나무 같으면 더 좋겠지만, 내가 밤낮없이 그 나무들을 찾아갈 수도 없고, 그 나무들 중 몇 그루를 내가 사는 아파트 거실이나 사무실로 데리고 올 수도 없습니다. 대충 봐서 그 가지가 휘영청 늘어질 수 있는 화분이나, 물.. 2010. 3. 2.
설날 J 선생님의 전화 J 선생님이 새해 인사 전화를 한 건 차례를 마친 한적한 시간이었습니다.J 선생님은 참 좋은 분입니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고 함께 지낼 땐 좋은데, 헤어지기가 어려워서 가능한 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며 지냈습니다. 물건이나 책도 그렇지 않습니까? 만났을 땐 좋은데, 잃어버리거나 버려야 하거나 헤어질 땐 어렵습니다. 하물며 사람이라면 오죽하겠습니까. 그것도 헤어지기 싫은데도 헤어져야 한다면…….그럼에도 이 학교에 와서 또 좋은 사람들을 발견한 건 참 난처한 일입니다.  J 선생님은 '설날이니까 교장에게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까요?그와 내가 함께할 일은 공식적으로는 이미 모두 끝났습니다. 마지막 일은 지난 11일의 졸업식입니다. 달력을 보며 생각해봐도 우리.. 2010. 2. 14.
<파란편지> 900일 오늘은 2010년 2월 12일, 어제는 이 블로그를 개설한 지 9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헤아려 본 건 아니고, DAUM 회사에서 그렇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내게는 이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다 고맙지만 DAUM에서 보내준 '내 블로그 그 특별한 순간들'에 보이는 분들에게는 '한턱' 내고 싶습니다. "오십시오! 내겠습니다." 900일이니까 2년 반이지요. 재미도 없는 글을 싣고 있지만 이 블로그를 찾는 분이 이만큼은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를 치고 싶기도 합니다. 2010년 2월 13일! 이제 퇴임할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것이 41년입니다. "나는 모릅니다!" "나는 이제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외치듯 교육과 인연을 아주 끊고 사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될 것 같.. 2010. 2. 13.
국격(國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3일 법무부․국민권익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장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모두 발언을 했답니다.1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국격보다 세계가 생각하는 우리의 국격이 매우 높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높아졌다. 국격은 경제력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분야가 선진화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 기본은 법질서가 지켜지고 도덕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층부터 공직자, 고위직, 정치를 포함해서 지도자급의 비리, 이런 것들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그 발언을 한 그 즈음은,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 결정, 아랍에미리트 원전(400억 달러?) 수주 성공, 무역 흑자 409억 8천만 달러 및 수출 순위 세계 9위 기록 등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을 가늠할 수.. 2010.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