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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영웅 해군 남상사!

by 답설재 2010. 4. 22.

「영웅 해군 남상사!」  이 제목이 어떻습니까?  "누구 말이야?" 그렇게 묻고 싶습니까? 지난 4월 4일 오후 연합뉴스의 아래 사진을 보십시오. 고(故) 남기훈 상사에게 그런 호칭을 붙여보았습니다.

 

 

 

 

 

 

 

 

 

남기훈 상사에 대한 기사는 그날 신문 1면에도 게재되었지만, 다음과 같은 눈물겨운 기사도 보였습니다.

1 

일부만 옮깁니다.

 

  …(전략)…  거실벽 한가운데에 연미복과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랑·신부의 모습이 담긴 가로 40cm, 세로 30cm 크기 십자수 작품이 보였다. '결혼 4주년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나의 아내 영신에게'란 글귀가 눈에 띄었다. 남 상사가 6개월 넘게 정성 들여 만든 선물이었다. 자상하고 속 깊은 남편을 잃은 부인의 통곡은 길고도 깊었다.  남 상사는 197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전주의 전라중학교, 완주의 삼례공고 전기과를 졸업했다. 고교 1학년과 학급 실장을 했던 2학년 생활기록부에는 "용의 단정하고 성실하다" "통솔력 있고 친절하며, 남을 잘 돕고 책임감이 강하다"라고 기록돼 있었다. 고교 3학년 담임교사인 권우택(58)씨는 "매사에 적극적인 학생"으로 그를 기억했다.  남 상사는 17년째 함포 분야를 담당한 베테랑이었다. 1994년 6월 25일 해군 부사관 149기 사격통제(사통) 책임 하사로 바다와 인연을 맺은 뒤 성남함과 광주함, 참수리 339호정, 영주함 등을 거쳐 2006년 5월 8일 천안함 사통장으로 부임했다. 해군의 주력인 함포 운용에서 탁월한 지식을 갖춰 2함대사령관 표창과 22전대장 표창을 받았다. 그는 전자산업기사 등 병기·포술 관련 10개 자격증을 딸 정도로 가기계발에도 적극적이었다. 2년 전부터 준위 시험을 준비하며 사이버대학 강의도 수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략)…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평택=박진영 기자 jyp@chosun.com

 

 

제가 故 남기훈 상사에게 '영웅'이란 호칭을 붙인 결정적 조건은 그가 부인에게 저 사진에 보이는 십자수 선물을 남겼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에이, 십자수? 그거 쉬운 건데……." 그러시겠습니까?  저는, 저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걸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만약 지금에사 그런 짓(저에게는)을 했다가는 아내로부터 바로 지금까지보다도 더 혹독한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걸 만들어서 선물할 줄 하는 로멘티시스트가 그렇게 훌륭한 군인이었단 말입니까.    오래 전의 일입니다. 1992년에 교학사라는 출판사에서『우리나라 역사 인물 이야기』라는 책을 써달라고 해서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들을 총망라하는 원고를 써주고 다음과 같은 머리말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요즘도 이 책이 판매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까지 교보문고에서는 해마다 썩 잘 팔리는 아동문고였으나, 제가 매절(원고료를 처음에 한번만 받고 마는 방법)로 쓴 책이기 때문에 팔리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도 그 머리말은 참 잘 써주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웅이 되고 싶은 모든 어린이에게

 

 

우리는 지금까지 새종대왕, 이순신 장군 같은 인물을 우리의 영웅으로 받들고 있습니다. 그런 인물들이 영웅임은 분명하지만,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삶의 애환이 있었고, 걱정과 눈물과 웃음과 따뜻한 인정이 있었으며, 요컨대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았다는 데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로서는 도저히 올라가지 못할 너무 높은 산과 같은 위치의 인물로 그려져 왔습니다.  오늘날, 영웅은 어떤 한 가지 일에 열중하며 그 일에 남다른 면모를 보이고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신문이나 방송에는 그런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우리의 역사를 움직여 온 우리의 조상들 중에도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우리 어린이들 중에도 이미 영웅이 될 만한 바탕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처럼 영웅이 되어 가고 있거나 영웅이 되고 싶은 어린이들을 위한 자료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4·5·6학년 사회과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들만을 대상으로 하여 더 많은 인물들을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 인물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로써 어린이 여러분의 학습은 물론, 앞으로 영웅이 되어 가는 길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도 이제 영웅 좀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6.25 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의 이름을 딴 우체국도 많다는데, 우리는 도무지 그럴 생각들이 없습니다.  "그에게는 이런저런 결점이 있다."  "그를 영웅이라고 하면 종교문제가 따른다." ……  걸리는 이유가 너무 많아서 영웅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해군 남상사'는 겨우 십자수 가지고는 안 되겠다고 하고 싶습니까? 그러면 할 수 없지요. 제 블로그에서라도 길이 영웅으로 남도록 하겠습니다.

 

 

 

신문기사를 옮겨 덧붙입니다.2

 

  "단재 신채호는 대한매일신보 사설 <영웅과 세계>(1908년 1월 5·7일자)에 이렇게 썼다. '영웅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얻을 사람은 그 지식이 읿만 사람보다 뛰어나고, 그 기개가 온 세상을 덮어서, 무슨 힘으로든 일국이 바람같이 엎드리고, 천하가 산같이 쳐다보아 태양이 만물을 끌어들이듯 동서남북의 수많은 사람이 모두 그 한 몸을 향해 노래하고 찬송하고 사랑하고 사모하고 높이고 공경한다.' 또 과거에는 좁은 눈으로 무인만 영웅이라 했지만 뭐든 자신의 장기로 사람들이 감복해 따르게 한다면 영웅이라고 밝혔다."

 

 

 

  1. 조선일보, 2010년 4월 5일, A4. [본문으로]
  2. 한국일보, 2010년 4월 23일, 38면,「영웅」(칼럼 '지평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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