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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나의 어린이날·어버이날

by 답설재 2010. 5. 9.

어버이날 아이들 중 누군가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던 몇 년 전까지의 아침들이 떠오릅니다. 나는 그렇게 가슴을 대어주는 시간이 참 어색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주로 남성 쪽이 어색해하는 건 아닙니까? 여성들은 가령 “무슨 선물을 줄 거냐?”고 대놓고 물어보기까지 하지만, 남성들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카네이션 한 송이만 해도 어색한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어색합니까? ‘내가 저 아이들을 위해 한 일이 뭐냐, 기껏해야…… 그것조차 아내 앞에서는……’ 내심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인 건 아닐까요?

어쨌든 그 ‘떳떳한’ 어머니날을 뭐 하려고 ‘어버이날’로 바꾸어 이렇게 난처하게 하나, 싶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신문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버지 100명 중 6명, 자녀 학교 이름조차 몰라」. 자녀와의 대화법·스킨십 등 ‘아버지 노릇’하는 법 배우자, 아이들 운동회에 적극 참여하고 시시콜콜 메시지를 주고받자, 식구들 말에 귀 기울이고 가족이 한 방에서 잠자기도 하자, 그런 내용의 기사 끝에 직장인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제시했는데, 그렇게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이름조차 모르는 ‘한심한 아버지’들이 있는 반면 43명은 ‘짝궁’까지도 알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전했습니다. 함께 제시된 표를 옮겨보겠습니다.

 

 

우리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단위:명)

30-40대 아버지 10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한 것임.

 

남에게 물어볼 형편이 아닙니다.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면…… 그 신문사에서 유치원생과 초등·중학생 자녀를 둔 서울 시내 직장인 아버지 100명(평균 41.2세)을 무작위로 선정해 직접 설문조사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같은 신문에서 이런 얘기도 읽었습니다.

 

2004년 영국문화원은 개원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영어를 쓰지 않는 102개국 4만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영어 단어’를 물었다. 1위는 단연 어머니(mother)였다. 2위는 열정(passion)이었고, 3위와 4위는 각각 미소(smile)와 사랑(love)이었다. 1위에서 70위까지 매긴 맨 끝 순위에도 아버지는 끼지 못했다. 호박(40위), 바나나(41위), 우산(49위), 캥거루(50위)만도 못한 것이 ‘아버지’라는 이름의 남자들이다. 102개국 비영어권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수 없는 남자는 90까지 산다.”

‘시집간 딸이 말대꾸를 하는 건 주체성이 있기 때문이고, 며느리가 말대꾸하는 건 버르장머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식의 이메일용(e-mail用) 이야기니까 크게 맘 쓰진 않습니다. ‘철학’이 담기진 않은 듯한 그런 유(類)의 말들이 ‘어쩌면 이럴까!’ 싶게 새록새록 사실로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재수 없는 남자는 90까지 산다.”

 

신경 쓸 건 없겠지요. 오래 살면 좋겠지요. 정말로 좋은지 확신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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