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그리운 아이,「생각하는 자작나무」

by 답설재 2010. 5. 10.

「생각하는 자작나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아이가 지어준 인디언식 이름 '바다를 비추는 등대'의 시효가 끝났다고 했는데도 저렇게 "바다를 비추는 등대, 김만곤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그 아이의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입니다.

 

"역사는 굉장히 흥미롭고, 역사 속의 어떤 사람이든 저는 그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으려 해요. 역사 속의 기록은 언제나, 절대적으로 선이 승리하니까요. 그건 선이 승리한다기 보단, 승리한 것이 선이 되는 거겠죠. 그 사실은 꽤나 슬픈 일인 동시에 꽤나 멋지기도 해요. 어떤 일이 일어났던지 바꿀 수 있는 것이 기록인 거고, 제가 승리하게 된다면 저는 지금을 지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가령 제가 독도문제를 이야기하며 역사교육을 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다른 부분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그 아이의 생각에 무조건 동의하고 싶은 것이 제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작나무 숲의 작은 세계에서』는 이 아이의 블로그입니다.

 

저는 제 블로그 『파란편지』를 "저에게 오시면 교육적으로 마음이 좀 편해지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늘 조용한 때를 찾으면서도 그 시간을 견딜 수 없어 이런 생각을 하며 지냅니다."라고 직설적(直說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자작나무 숲의 작은 세계에서』라는 블로그를 "언제까지라도 멍하니 있고 싶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은유적(隱喩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자작나무 숲의 작은 세계'에 한 소녀(그 소녀 이름은 '생각하는 자작나무')가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왜 그렇게 있는지, 언제까지 그렇게 있는지, 그렇게 있는 것이 어떤지, …… 그런 것들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저는 아무래도 이 아이가 저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즐겁게 마음 편하게 인정합니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봄, 그 가로수들  (0) 2010.05.20
가져온 글 '마음 가다듬기 연습'  (0) 2010.05.13
나의 어린이날·어버이날  (0) 2010.05.09
영웅 해군 남상사!  (0) 2010.04.22
창밖의 풍경  (0) 2010.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