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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파란편지> 900일

by 답설재 2010. 2. 13.

오늘은 2010년 2월 12일, 어제는 이 블로그를 개설한 지 9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헤아려 본 건 아니고, DAUM 회사에서 그렇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내게는 이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다 고맙지만 DAUM에서 보내준 '내 블로그 그 특별한 순간들'에 보이는 분들에게는 '한턱' 내고 싶습니다. "오십시오! 내겠습니다."

900일이니까 2년 반이지요.

재미도 없는 글을 싣고 있지만 이 블로그를 찾는 분이 이만큼은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를 치고 싶기도 합니다.

 

2010년 2월 13일!

이제 퇴임할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것이 41년입니다.

 

"나는 모릅니다!"

"나는 이제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외치듯 교육과 인연을 아주 끊고 사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평생 잡기 하나 익힌 것 없이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꿈조차 대부분 아이들 가르치는 일과 관계 깊은 꿈을 꿉니다.

 

그렇다고 미련을 가지고 교문을 기웃거리거나,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함께 근무한 사람들을 불러내거나 하지는 않겠습니다. 절대로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누군가가 전화 해서 나오라고, 밥이나 한번 먹자도 하면 못 나갈 것도 없겠지요. 고맙고 반갑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일도 거의 없겠지요. 그리하여 어느 날 그들은 "그가 죽었다네요." 그러겠지요.

 

말하자면 누추하고 구차한 짓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소한 그들을 괴롭히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습니다. 아이들처럼 말하면 "죽어도" "외로워도" "치매에 걸리지 않는 한" 함께 근무한 분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 편지와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언젠가 상당한 기간 새 글이 실리지 않으면 이 블로그 주인이 이 세상에 없는 것으로 아시면 될 것입니다. 혹 웬만큼 정신이 있으면 누굴 시켜서라도 "그는 죽었습니다" 그런 글을 싣게 할 것입니다. 죽기 전에 그 부탁을 해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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