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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우리를 지켜주는 것들

by 답설재 2010. 3. 2.

우리를 지켜주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돈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우리를 지켜주는 것에는 물건도 있고 사람도 있습니다.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는 승강장 구조물도 우리를 지켜줍니다.

 

우리가 그것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그것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꾼다' '관리한다'고 생각하는 화분 중에서 그 규모가 작은 것들은 우리를 귀찮게 하고 괴롭히기 일쑤지만, 큰 것들은 오히려 우리를 지켜주는 것 같습니다.

 

나를 지켜주는 두 화분입니다. 소나무나 참나무, 자작나무 같으면 더 좋겠지만, 내가 밤낮없이 그 나무들을 찾아갈 수도 없고, 그 나무들 중 몇 그루를 내가 사는 아파트 거실이나 사무실로 데리고 올 수도 없습니다.

 

대충 봐서 그 가지가 휘영청 늘어질 수 있는 화분이나, 물만 주면 다른 조건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굴지 않고 잘 지내면서 무성해지는 나무라면 우리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런 나무들을 살펴보면서 지내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흔히 "나는 나무를 잘 가꾸지 못해요." 그렇게 단정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만났을 때나 저녁나절에 한 번씩만 쳐다봐주어도 그들은 그렇게 섭섭해하지는 않습니다.

 

물을 주는 일도 그렇게 까다롭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놓고 지내면 저 나무들이 물을 달라고 합니다. 가끔 쳐다보면 당장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디 출장이라도 다녀와서 며칠 만에 쳐다보면, 나무들은 어색한 표정을 짓거나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사람처럼 반가워하는 표정을 짓는다는 게 그럴 것입니다. 흡사 학급 담임이 며칠간 출장을 다녀와서 만나는 아이들 같은 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들은, 우리가 관리하는 화분들은, 주인의 마음과 태도에 따라 조용하지만 싱그럽게 지내기도 하고, 화원의 식물들처럼 자신들의 능력에 비해 벅찬 힘을 발휘하느라고 애를 쓰기도 하며, 사시사철 풀이 죽어서 겨우 생명만 유지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할 것입니다.

 

늘 그 모습으로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식물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변화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일상(日常)도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같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읽어본 적은 없지만, 어느 일본 학자는 식물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그 영향을 분석하여 책을 썼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으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필요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래는 저렇게나 예쁜 꽃이 매달린 골드세피아입니다. 작은 것은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고, 큰 것은 제법 핀 상태이고, 그 아래, 여러 개의 나팔이나 확성기가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는 모습은 이제 활짝 핀 꽃입니다.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저 모습을 자세히 쳐다보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지 않습니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아이들도 인간입니다.

더구나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진실하고 순수하여 아름다운 인간입니다.

우리가 그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어처구니없는 세상'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할 수 없이 우리가 익숙하게 해주어야 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아이들을 자세히 쳐다보지 않으면 언젠가 후회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자세히 쳐다보지 않는 사람은 교육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교육자인양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면,

그는 아이들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여 웬지 불안하고 초조하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그런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을 말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눈으로 하기는 쉽습니다.

어쩌면 교육은 본래 눈으로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그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눈만 쳐다보면 우리가 진짜 교육자인지 가짜인지 당장 알아차립니다.

 

이건 유치한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큰소리'나 회초리나 주먹이나 발이나 그런 것들이 있는 나라가 바로 후진국입니다.

나는 가슴속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눈물도 없는 '큰소리'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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