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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53

이런 기사 Ⅱ : 몸만들기 그게 로봇 이야기였는지 세포 조작 이야기였는지 잘 모른다. 21세기의 언제쯤, 여성들이 하나같이 예쁜 세상이 되어버리면, 드물게 본래의 얼굴 그대로 '개성(個性)'을 지닌 여성이 있으면 오히려 열광적인 선택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는, 텔레비전에 새로 등장하는 예쁜 .. 2008. 11. 23.
외손자 선중이와 이 동네 홍중이-참 별종인 아이들 #1 제 외손자 선중이가 바로 그 ‘별종(別種)’입니다. 근근이 키워 지난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는데, 그때부터 그 어미는 더 깊은 고난의 골짜기로 들어섰습니다. 그럴 줄 미리 알고 인천 모 여고 일어 선생도 집어치우고 들어앉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어림없는 수작이 되었습니다. 우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아무리 취학 전 아이들이라도 음식점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킬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 주제에 교육자랍시고 사람들을 만나면 일본의 가정교육을 예로 들면서 그걸 강조해왔지만 제 손자가 엉망인 걸 확인하자 그만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경솔하게 이야기하다가 내가 천벌을 받는구나!’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 2008. 11. 13.
「수업공개」경험 - ‘허난설헌’님께 - 제 독자님 중에 ‘허난설헌’이란 닉네임을 가진 분이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받아보는 제 입장에서 보면 너무 겸손한 표현을 해주신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옮깁니다. 너무도 유치 무쌍한 질문인지라 -아직도 이런 걸 질문하나? 싶은- 비공개로 하려고 했으나 혹시 비슷한 의문을 가.. 2008. 11. 7.
가을葉書(Ⅴ) : 안병영 전 부총리를 그리워하며 운동장 건너편의 활엽수들이 가을을 보여줍니다.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아침 다르고 오후가 다릅니다. 오늘 아침에는 ‘이제 온 나무가 다 붉어졌구나.’ 했는데, 점심을 먹고는 그 붉음이 더 맑아진 걸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의 저 윗부분이, 붉게 물드는 나무는 좀 칙칙한 붉은색, 노랗게 물드는 나무는 노란색 가루를 뿌린 듯했는데, 그 붉음과 노랑이 차츰 아래로 내려왔고, 드디어 오늘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칙칙하던 그 색이 차츰 깨끗해지는 걸 보면 결국에는 선홍색, 선황색이 될 것입니다. 설악산 같은 곳은 어떻겠습니까. 속초의 안병영 전 부총리가 생각납니다. 그분이 알면 좀 곤란하지만, 지난여름에 볼일이 있어 택시를 맞추어 속초에 갔었습니다. 설악산 기슭을 넘어 오가며 가을에는 저 울창한 숲이 .. 2008. 10. 16.
가을葉書(Ⅳ) : 코스모스와 어느 양호교사의 사랑 코스모스와 어느 보건교사의 사랑 이맘때쯤엔 코스모스가 지천이었습니다. 고생스런 삶이어서 그런지 그 고향이 저는 싫습니다. 싫은데도 생각이 납니다. 요즘은 밤낮없이 떠오릅니다. 주말 이야기 끝에 코스모스라도 좀 봤느냐고 물었습니다. "에이, 코스모스야 여름방학 전 칠월 중순.. 2008. 10. 3.
가을엽서 (Ⅲ) : 金源吉 詩人에게 가을엽서 (Ⅲ) - 金源吉 詩人에게 가을입니다. 기대하지도 않고 욕심을 내지도 않았는데도, 가을입니다. 하기야 그 변화에 기대를 하는 건, 그야말로 ‘자유’지만 욕심을 내거나 할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다만 다시 한해가 저물고 있다는 것에서 느끼기로는 오히려 좀 천천.. 2008. 9. 30.
「Monaco」, 삶이 그렇게 흐른다면… 삶이, 그렇게 흐른다면, 누가 힘들어하겠습니까. 지나가버린 세월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들판에 홀로 남은 것 같습니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스스로 위로합니다. 1972년, 초겨울 눈 내리는 날, 48세에 세상을 떠난 우리 어머니, 너무 일찍 이승을 떠났으므로 저승에서 마저 늙었을 그 어머니…… 일곱 살 때부터 '죽도록' 농사일만 하다가 늙어서는 세상의 온갖 병을 다 앓다가 간 우리 아버지…… 그분들의 속을 썩인 일들도 이제는 거의 가슴 아프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다른 말씀 않고 “그래, 괜찮다, 괜찮다.” 하실 것 같습니다. 나에게 시집 오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럴 듯한 거짓 약속조차 없이 결국 신산(辛酸)한 세월만으로.. 2008. 9. 2.
어느 독자 누가 이 블로그에 다녀가시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댓글’이나 ‘방명록’에 메시지를 남겨주시는 분도 더러 있지만 흔한 일도 아닙니다. ‘관리’란을 보면 ‘어제’에 한해 어느 시간대에 몇 명이 다녀갔고, 등록자에 한해서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몇 사람이 다녀갔으며, 어떤 글을 몇 명이 읽었고,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카페’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시시각각 다녀가는 사람들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블로그가 뭔지 카페가 뭔지도 몰랐고, 지금도 그 특성을 잘 모릅니다. 오늘 처음으로 독자 한 분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저와 딱 6개월을 함께 근무했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 그분에게서 배운 점도 많지만, 그분에게는 교육의 방향 같은 것만 얘기해 주어야지 하나하나 다 .. 2008. 8. 28.
가을엽서⑴ 아무래도 가을인가 봅니다. 이 저녁에는 또랑또랑하고 낭랑하게 들려오는 풀벌레소리가 내 이명(耳鳴)을 잊게 했습니다. 이명은 지난해 여름 그 한의사가 이제는 친구처럼 대하며 지내라고 한 가짜 친구입니다. 입추(立秋)가 지나도 등등하던 더위의 기세가 뒤따라온 말복(末伏) 때문이었는지 하루식전에 꺾여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럴려면 그렇게 등등하지나 말 일이죠. 새벽이나 이런 밤에는 벌써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그곳은 어떻습니까? 그곳도 여름이 가고 스산하고 까닭 없이 쓸쓸합니까? 며칠 전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현관을 들어서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가을이네.' 별 생각 없이 그렇게밖에 하지 않았는데, 하마터면 눈시울이 젖을 뻔했습니다. 알래스카의 그 추위 속에서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는 것을 본 호시노 미치오.. 2008. 8. 25.
웃으며 활을 쏘던 리처드 존슨-베이징 올림픽 관전 단상⑶ "리처드 존슨은 올해 52세랍니다. 그는 지난 8월 13일, 양궁 남자 개인 32강전에서 우리의 임동현(22, 한국체대) 선수와 겨루어 115:106으로 패배했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딱 두 줄이군요. 이것이 신문에서 찾아 읽은 그 선수에 대한 정보의 전부입니다. 그날도 중국의 그 양궁 시합장에는 비가 내렸지요? 중계방송 해설자가 그 '아저씨'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다고 한 것 같습니다. 마음씨가 썩 좋아 보였고, 아무래도 그 '아저씨'의 아랫배가 좀 나온 것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내 아랫배와 한번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시합은 시합이어서 처음에는 나도 좀 긴장했는데, 그는 도저히 우리의 임동현 선수의 맞수는 아니었습니다. 한 발 한 발 신중한 태도로 쏘기는 했지만 차츰 점수 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2008. 8. 22.
궁사 박성현·윤옥희·주현정이 펼친 드라마 궁사 박성현·윤옥희·주현정이 펼친 드라마- 베이징 올림픽 관전 단상 ⑴ -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은 아무래도 억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 억울함이, 박성현․윤옥희․주현정 세 궁사를 향한 것인지, 중국측의 태도 때문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왠지 모를 억울함이 차오릅니다. 8월 10일의 단체전에서는 비가 오거나말거나 세 궁사가 홈팀 중국을 224:215로 누르는 감동의 드라마를 펼쳤습니다. 이날도 중국측은 연이어 10점을 쏘아대는 한국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우리의 응원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신문의 사진 아래에 이런 설명이 붙었습니다. “한국 양궁은 악천후와 중국 관중의 소음작전을 뚫고 남녀 단체 모두 금메달을 쏘았다. 11일 베이징 올림픽 그린양궁장에서 한국 응원단 1000여 명이 열띤.. 2008. 8. 18.
쇼스타코비치,「왈츠」Chostakovitch, Valse No.2 Ⅰ 돌아가야 할 시간, 무료하겠지만 이제 그만 만나야 하는데…… “춤 한번만…….” 하던 그(그녀)가 생각날 것 같지 않습니까? 혹은 이미 “사랑한다”고 말해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그녀)가 돌연 별로 충분하지 않은 인격의 어떤 남성(여성)과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시간의 주체할 수 없었던 당혹감, 질투심 같은 것이 떠오를 것 같지 않습니까? 혼자 자동차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담배도 피우고 한숨도 쉬고 어려운 일 귀찮은 일 잠시 즐거웠거나 기뻤던 일 두고두고 쑥스럽거나 부끄러웠던 일을 떠올리기도 하고 들리는 대로 뉴스나 토크쇼 음악도 듣습니다. 신문에서 제목이라도 봤던 일들을 언제나 자세히 별일 아닌 것들까지 합쳐서 꼭 “큰일 났다!”는 투로 전해주는 뉴스를 들으면.. 2008.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