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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좋아하지 않는 선물

by 답설재 2009. 12. 30.

 

 

좋아하지 않는 선물

 


 

신문에서「크리스마스 선물?… "옷 좋아, 책 싫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1 기사 첫머리는 이렇습니다.

 

직장인들은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 옷을 가장 받고 싶어하고, 책이나 음반(CD)은 받고 싶지 않아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기까지 읽고는 조사 결과를 잘못 해석한 기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는 것이려니 한 것입니다. 그런데 더 읽어보고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어가 772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복수 응답 허용), 40.4%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의류'를 꼽았으며, 남성 직장인은 의류 다음으로 MP3 등 소형 전자제품(33.7%), 향수˙화장품류(23.0%), 액세서리(21.9%), 현금(21.1%) 등을 꼽았고, 여성 직장인은 의류 다음으로 액세서리(36.9%), 소형 전자제품(25.9%), 향수˙화장품류(23.9%), 공연 티켓(21.4%) 등을 선택했답니다.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도 별도로 조사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남성과 여성 모두 '책 또는 CD'(38,7%)라고 답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향수˙화장품류(24.1%), 크리스마스카드(17.9%), '목도리˙케이크˙쿠키 등 직접 만든 선물'(14.8%), '깜짝 이벤트'(11.9%)였다는 것입니다.

 

이 조사를 한 잡코리아 관계자는 "조사 대상에서 젊은층의 비중이 컸던 데다가 불황의 영향이 겹쳐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지만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할 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세상에, 책이나 직접 만든 선물도 싫다니요.

 

사이토 다카시라는 일본 학자는 "서로 자연스럽게 읽은 책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 그 내용이 머릿속에 깊이 박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은 친구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사람을 친구나 연인으로 삼고 있는 것일까요? 옷 사주는 사람?

 

사이토 다카시는 또 '책이란 것은 정말 굉장하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며, 이런 역할은 도서관 사서가 해도 좋지만 교사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독서하는 습관이 없는 교사는 교사로서 자격이 부족하다./ 나는 교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나중에 교사가 되면 수업에 들어가 처음 3분 정도는 반드시 자신이 읽은 책에 관해 얘기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늘 현재진행형으로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는 교사 자신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자극이 된다."2

 

 

 

  1. 조선일보, 2009. 12. 22, B5. [본문으로]
  2.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독서력』(웅진지식하우스, 2009), 197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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