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일기
-2009.12.21~12.26.남양주○○병원-
지난해 12월 21일(월) 밤, 난생 처음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하루만 지나면 그 이튿날은 방학하는 날, 아이들에게 헤어지는 인사하고, 교직원들에게 점심 한 그릇 사주면서 방학 잘 보내라고 하고 나면 좀 여유로워지는데, 그걸 버티지 못했습니다.
이튿날 오전쯤은 퇴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동안 공연히 버티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며칠간 온갖 검사를 다 하며 그 병원에 '수용'되어 살아야 했습니다.
방학하는 날 아침, 병원 창문으로, 등교하는 아이들을 내다보며 기가 막히고 서러웠습니다.
혹 누가 볼까봐, 찾아올까봐, 아무에게도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았고, 병원에서는 안경을 벗고 지냈습니다. 그러면 아는 사람이 지나쳐도 '긴가민가' 하고 '설마' 하고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1주일간 다행이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학교에는 출장을 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나갔으니까 말이지만, 세상에 방학식을 하는 날 출장을 가는 교장이 어디 있답니까.
그렇게 지내고 그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으면서 제 가슴은 여전히 아팠고, 차라리 더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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