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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057

왜 자꾸 이런 표시가 뜰까요? 뭘 잘못했을까요? 2023. 11. 12.
안개마을 저 안개, 안개가 바라는 것, 말없는 저것 그러다가 가는 것 내내 걷히지 않으면 우리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것 우리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을 알면서도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저것 2023. 11. 9.
낙엽 쌓인 뒷뜰 낙엽이 쌓인 걸 보면 이철하(李澈夏) 장학사가 떠오른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술을 좋아한 분이었다. 남의 술 얻어먹는 걸 좋아한 것이 아니라 마셔도 되겠다 싶은 술을 조용히 즐겁게 마시는 멋쟁이였다. 권위주의가 예사로운 시절이어서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그가 오히려 유별나 보였다. 그 장학사가 우리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1971년 가을이었지? 그땐 학교에 장학사가 나온다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야단이었다. 한 달쯤 전부터 걸핏하면 대청소를 했고, 수업을 단축하고 그만하면 됐지 싶은 유리창을 닦고 또 닦았다. 장학사의 학교 방문은 봄에 계획을 보려고 한 번, 가을에 실적을 보려고 한 번이 정기적인 방문이었고 특별 방문은 거의 없었으니 교장·교감으로서는 연중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반(6학년.. 2023. 11. 8.
죽을 때 남기는 것 "사람들은 죽을 때 뭔가를 남긴단다. 아이나 책, 그림, 집, 벽이나 신발 한 켤레, 또는 잘 가꾼 정원 같은 것을 말이야. 네 손으로 네 방식대로 뭔가를 만졌다면, 죽어서 네 영혼은 어디론가 가지만 사람들이 네가 심고 가꾼 나무나 꽃을 볼 때 너는 거기 있는 거란다.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네 손이 닿기 전의 모습에서 네 손으로 네가 좋아하는 식대로 바꾸면 되는 거란다. 그저 잔디를 깎는 사람과 정원을 가꾸는 사람과의 차이란 바로 매만지는 데 있지. 잔디를 깎는 사람의 마음은 전혀 정원에 있지 않지만 정원을 가꾸는 사람은 언제나 그곳에 있단다." 소설 《화씨 451》(레이 브래드버리)에서 '책사람(book person)' 그레인저가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러므로 의식할 필요가 없.. 2023. 11. 7.
잊힐 리 없을 것 같은 이 가을 이 가을은 특별한 것 같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나고 나면 그만이겠지. 가을만으로 아픈 적은 한 번도 없었지. 2023. 11. 4.
부적은 열어보면 안 돼? 아이들 보라고 만들어낸 그림책을 사서 혼자 보고 있다. 온갖 도깨비들이 등장한다. 날쌔고 장난 잘 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는 그런 도깨비들을 좋아한다. 죽어서 가면 처음에 저승사자를 할래, 도깨비를 할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까 봐 고민이다. 어느 것을 하나... 고맙게도 부록으로 4종의 행운의 부적도 있다. 책 표지에 이미 저렇게 표시되어 있어도 그걸 펴보진 않았는데 어제저녁에 별생각 없이 열어봤고 그 순간 후회했다. '오늘 밤 좋은 꿈 꿀 운'은 맨 위에 있으니까 비닐봉지를 열지 않아도 다 보였고, 그 아래에 '용돈 운' '오늘 먹을 운' '게임!! 원 없이 하는 운'이 차례로 포개져 있었는데 용돈 운, 먹을 운, 게임 운이라니 내가 그런 걸... '이 속엔 또 어떤 행운이 숨어 기다리고.. 2023. 11. 2.
서귀포, 그리운 곳 이 선생님은 저곳에서 귤을 딴다고 했습니다. 도깨비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해서 "도깨비도감" "한국요괴도감" 드라마 "도깨비"등에서 본 도깨비들을 떠올리며 나는 도깨비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하자 어이없다는 듯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나이가 좀 적을 이 선생님은, 학교에 출근하면 만나던 그날들에는 때론 누나처럼 혹은 여동생처럼 대해 주었는데 지금도 정장을 입고 교장실에 앉아 있는 나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때와 달리 도깨비가 나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잡초를 뽑고 땅을 파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이제 비행기 타고 서귀포 가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게 되었습니다. 서귀포, 그리운 곳... 2023. 11. 1.
가을 표정 최선을 다했는데 뭘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왜 그렇게 되었을까. 2023. 10. 24.
외래어, 준말, 신조어 몇 가지 (3) 주의 깊게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려면 이 정도는 알아두어야 하겠구나 싶은 단어를 추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외래어와 조어, 줄인말 등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더 있겠지요, 물론. 네이버 사전, 다음 사전, 네이버 오픈 사전 등에서 가까운 의미를 찾으려고 나름 애를 썼습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 상황을 조작하여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통제하는 것 갬성 '감성(感性)'이 변형된 말. 個人的な感性(개인의 감성), を縮約した新造語 국룰 '국민 룰'의 줄임말. 보편적으로 정해진 규칙이나 행위, 유행 등을 가리킨다. 굿즈(goods)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 드라마, 애니메이션, 팬클럽 따위와 관련된 상품이 제작된다. 메소드.. 2023. 10. 18.
하루 또 하루... 나는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일어난다. 이후의 시간은 나 몰래 흘러서 금세 저녁이 되고 서성거리다 보면 깊은 밤이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가는 걸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다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포기 상태가 되었다. 2023. 10. 13.
인생이 노래 같은 이도 있겠지요 꿈처럼 아름답던 날 그날에 날 담아보네 언제나 내 맘속에 그림처럼 숨 쉬는 꽃잎의 향기 같아 언젠가 잊혀지겠지 그런 게 인생인 거야 아련한 기억 속에 묻어둔 시처럼 자꾸만 흐려지네 Ye Lai Xiang 바람에 실려 Ye Lai Xiang 꽃잎에 담아 아아아 닿을 수 있겠지 꿈결 같던 그때로 가만히 뒤돌아보니 우리가 걷던 그 길엔 꽃잎은 피고 지고 계절은 또 바뀌고 내 모습도 바뀌었네 되돌아갈 순 없겠지 그런 게 인생인 거야 지금 난 행복하네 꿈꿔오던 향기가 내 앞에 춤을 추네 Ye Lai Xiang 바람에 실려 Ye Lai Xiang 꽃잎에 담아 아아아 닿을 수 있겠지 꿈결 같던 그때로 Ye Lai Xiang Ye Lai Xiang Ye Lai Xiang 노래 '야래향(夜來香)'은 1942년에 처음 나.. 2023. 10. 9.
가을 밤하늘 저 오리온 자다 깨면 생각들이 떠오를까 봐 두렵다. 생각들은 하나씩 하나씩 의식의 안으로 들어온다. 그제 밤에는 차라리 얼른 일어나 밖을 내다보았다. 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지난여름까지 밤새 보안등을 켜놓던 개울 건넛집도 가을 들어서는 깜깜하다. 하늘. 이제 빛을 보여주는 건 저 하늘뿐이다. 오리온 대성운은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곳 중에서 가장 가깝고 넓다는데도 거기 가려면 1500광년이 걸린단다. 9조 5천억 km×1500=...... 얼마나 먼 곳일까. 머나먼 곳 저 별들이 정겹게 깜빡이고 있다. 부디 사라지지 않기를...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썼다. "우리의 좌절, 우리의 상심, 우리에게 전화하지 않은 사람을 향한 우리의 증오, 우리를 스쳐 지나간 기회에 대한 우리의 미련 같은 것들을 그런 우주의 이미지.. 2023.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