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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민들레꽃 바라보기

by 답설재 2024. 5. 9.

 

 

 

 

"뭘 그렇게 들여다봐? 지나가다 말고."

"너희 좀 보느라고."

"한심해? 초라해?"

"굳이 후손을 퍼뜨려보겠다고, 일찌감치 꽃 피우고, 어디로든 좋은 곳으로 날아가서 내년에 꽃으로 피어나라고, 그렇게 꽃씨를 달고 바람이 불기를 기다려 서 있는 가련한 꼴이라니..."

"어쭈구리, 너희 인간들은 다른 줄 알아?"

"우리가 왜?"

"고달프긴 마찬가지지. 오죽하면 결혼을 마다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고달픈 것만도 아니지. 온갖 이유가 다 있을걸?"

"그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사정이 있기도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편이 낫다는 경우지. 애써 결혼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거지."

"내가 그 말이야, 이 사람아!"

"자식 두는 의미가 뭔지 의구심이 들긴 해."

"잘해주지 않았다고 핀잔을 주는 자식도 있지? 그렇지? 갖다 버리지 않으면 다행이지? 솔직하게 털어놔봐."

"야, 이 사람아! 그래도 그렇지,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하필이면 그따위 이야기를 하나, 이 사람아! 아니, 민들레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아무런 원망 같은 것 없이 훌훌 날아가는 씨앗이 아니라면, 자식 낳고 고생하고, 원망 듣고 천대받고, 그러지 말고 혼자 살아, 이 사람아!"

"혼자 살라니! 그런 악담이 어디 있나! 이미 결혼해서 아이들 낳아 그렇게... 자랑스러울 때도 얼마나 많았는데... 그러다가... 그만하겠네, 더 말하고 싶지 않네. 그렇지만 이렇게 늙어가는 사람 보고 그러는 것 아닐세."

"미안, 미안... 당신 보고 하는 말 아니야. 노여워 말게. 또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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