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만 받으면 그만일 텐데 굳이 저렇게 정교한 이유가 뭘까?
내가 한 일 중 저 모습을 닮은 것이 있었나?
나는 이렇게 허술한데 인간은 어떻게 해서 ─옳은 일이었든 그른 일이었든─ 자연을 정복해 버릴 수 있었을까?
나는 저 정교함에 대해 감탄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유는 모른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론들은 저것을 설명하려는 것이었겠지?
저 정교함은 어떤 이론에 대해 기분이 좋을까?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를 읽고 메타세쿼이아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금방 참 좋은 나무구나 싶었다. 건축사 무라이 슌스케가 실제 인물 같고, 그가 사무소 직원들로부터 '선생님'으로 존경받는 것이 부러웠고, 그가 그렇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무소 정원의 메타세쿼이아를 바라보며 살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소설을 읽은 독후감을 마치 결론인양 내 책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의 끝에 두었다.
허접한 시간들이긴 했지만 저런 나무를 바라보며 살아왔다면 뭔가 달라졌겠지 싶다. 35미터까지도 자란다는 그 높이는 도저히 나의 일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저 이파리 하나에서도 볼 수 있는 정교함, 그것이라도 좀 닮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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