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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새들의 불평 혹은 비난

by 답설재 2024. 4. 27.

 

 

 

 

일찍 일어났다. 늦은 줄 알고 스트레칭을 다 하고 나서 시계를 봤더니 아직 다섯 시 반쯤이었다. 좀 속은 느낌이지만 다시 눈을 감아봤자 스트레칭을 해버렸으니 잠이 올 리 없다.

아침식사를 했는데도 일할 시간이 되지 않았다.

뭘 좀 들여다보다가 나갈까 하고 어정대는데 새소리가 들린다. 왁자지껄, 저희들끼리 야단이 났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고, 불평 혹은 비난을 늘어놓는 것 같다. 식사 마쳤으면 나오지 않고 뭐 하고 있나? 뭘 꾸물거려? 요즘은 해가 일찍 뜨는 거 몰라? 중천이야, 중천!

참 나... 일단 나가보았다.

조용하다.

이것들이 어디로 갔지?

차근차근 준비해서 나가려고 들어왔더니 이런! 바깥은 다시 시끄럽다.

얼른 준비해서 분주히 나갔다.

서늘하던 공기는 겨우 열 시가 되자마자 한여름 뙤약볕처럼 뜨겁다.

얼른 옷을 바꿔 입었다.

점심 때는 라면 하나 끓여 먹고 피곤해서 잠시 눕자 싶었는데 바닥이 차가워서 일어나 나갔고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그램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 들어왔더니 곧 어둑어둑했다.

또 라면을 먹기는 그렇고 뭘 먹나 한참 망설였고, 이것저것 먹으니까 결국 더 많이 먹게 되었다.

종일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저 아래 길로 산불을 예방하자는 방송을 하는 차량이 오전 오후 두 차례 지나갔고, 오후에는 방충망을 설치하라는 차량이 한 대 지나갔다. 다른 길로는 쿠팡 차량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걸 봤다.

이제 생각하니까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직접 본 건 새 몇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뿐이었다.

새들 때문에 이렇게 되었을까?

이렇게 하루가 간 건 새들 때문이었을까?

지금 그 새들은 어디서 저녁을 보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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