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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오늘의 운세, 고마운 덕담

by 답설재 2024. 5. 27.

디지털에 약한 나는, 데스크톱으로 보는 세상과 핸드폰을 써서 보는 세상이 서로 다르다. '이걸 핸드폰에서는 어떻게 찾지?' 싶은 것이 있고, '데스크톱에는 이런 게 안 뜨던데...' 싶어도 굳이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물어볼 데도 없다. 되는대로 지내면 된다.

 

아침에 데스크톱을 열면, 두 가지 사이트 중 한 곳에서는 '오늘의 운세'를 읽는다. 내 생년월일은 엉터리여서(음력을 양력인양, 더구나 한 해 늦게 태어난 것으로 신고해서) 그게 누구의 운세인지 모르지만, 그래서 남의 것을 내 것인 양 해서 좀 미안하긴 하지만 나는 그 '오늘의 운세'를 내 것으로 삼기로 했다. 누가 "당신은 당신의 것이나 봐!" 하면 나는 서럽거나 억울할 것이다(인터넷 사이트 개설 때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을 적어 넣지 않으면 아예 받아주지도 않는다).

 

하루하루 그걸 읽어보다가 이젠 도저히 주인을 찾을 수 없어서 내 것이 되어버린 그저 그만그만한 선물처럼 여기게 되었다. 선물? 덕담이라고 해도 좋겠지? 요즘은 덕담 들을 기회도 거의 없는 세상이지?

다 좋다고 하면 좋단다 생각하고, 뭘 좀 주의하라고 하면 그래, 그런 건 누구라도 주의하는 게 좋지 생각한다.

 

2024년 5월 27일 월요일, '오늘의 운세'는 다음과 같다.

 

오늘은 모든 사안에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확률이 높은 날입니다. 집중력도 좋아져서 하는 일에 아주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하십시오. 그러나 외부에서 약간의 방해나 유혹도 따르는 운인데 그러한 방해와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지 당신의 선택이 관건입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 그럼...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지.

그렇긴 하지만 오늘 내게 뭐 선택할 사항이 있기나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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