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죽음62

크리스토퍼 히친스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김승욱 옮김, 알마, 2014 1 2010년, 4기 식도암이 림프샘, 허파까지 전이된 상태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입니다.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악명 높은 단계 이론, 즉 부정, 분노, 타협, 우울 단계를 거쳐 결국은 '수용' 단계에 이르러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에서 '부정'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된 이 기록의 대부분은 고통에 관한 것이었지만 몸이 아프다는 것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좌절' 혹은 '아픔'의 비중이 더 컸습니다.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부터 놀라워서 이 인물은 평범하지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왜 하필 나인가?"라는 멍청한 질문에 우주는 아주 귀찮다는 듯 간신히 대답해준다. "안 될 것도 없잖아.. 2018. 6. 23.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황소연 옮김, 21세기 북스, 2010(1판64쇄) "매사에 너무 많이 걱정하고 늘 마음을 졸였던 것 같아요. 지금 같아서는 세상사를 좀 더 여유 있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젠 늦었지요."(92)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 만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101) "걸어보니 신기하게도 참 재밌네요."(110) 시간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음식이나 주사액이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식욕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음식을 떠 넣는다고 해서 그 음식이 체력을 보강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146) 눈을 감는 순간, 내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내 곁을 지킨다면 그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2018. 4. 15.
오츠 슈이치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오츠 슈이치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박선영 옮김, 21세기북스 2011        '1000가지 죽음이 가르쳐준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그 '조건'을 암기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이건 그 세 가지 중 한 가지일까? 아니 이건가? 그렇게 하여 메모한 문장들이다.   당신은 혹시 말기환자나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보다 불행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26)  분수를 알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힘, 특히 바깥세상을 향해 지나치게 바라고 구하려들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41)  당신 곁에서 당신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TV를 보며 때론 웃고 때론 울면서 서로 닮아가는 사람들 (…) 그들이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일 거라고 생각하는가.(62)  무리 속에.. 2018. 3. 29.
오츠 슈이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오츠 슈이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2010 호스피스 전문의가 쓴 책입니다. 이 의사의 다른 책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이 생각나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때론 고고하게, 때론 고결하게(40) "괜찮아요. 괜찮아요." "저는 행복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48) 책을 읽거나 병동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짙어지는 병세와 달리 평온한 일상이었다.(86) 매일같이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그의 상태를 보고 확언하건대 결코 괜찮을 수가 없었다.(88) "선생님, 이렇게 조금씩 약해지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나요?"(104) "이젠 걸어서 화장실에 갈 수도 없어요. 마지막에는 제 두 다리로 서지도 못하나요?"(104) "이렇게 자는 시.. 2018. 3. 15.
"죽음은 져야 할 짐이고…" 찰스 부카우스키(Charles Bukowski)에 관한 기사를 봤습니다.1 거친 삶과 가식 없는 문체로 유명한 그는 묘비에 '애쓰지 마라(Don't Try)'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나 참, 이런 엉터리가 있나 싶지만 때론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노동자 아버지가 "불 꺼!" 하고 소리를 질러서 침대 시트 속에 전등을 넣고 책을 읽다가 시트에 불이 붙은 적도 있을 정도였는데 대학을 중퇴하고 첫 단편을 발표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 날품팔이 잡역부, 철도 노동자, 트럭 운전사, 경마꾼, 주유소 직원, 우편집배원 같은 일을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얼마나 술을 마셔댔던지 어느 날 입과 항문으로 피를 분수처럼 쏟아냈답니다. 쉰 살 때 돌연 "우체국 의자에 앉아 죽고 싶지 않아!"라며 사표를 내고 타자기를 구해서 .. 2018. 1. 7.
"귀가 가장 늦게 닫혀요" 1 주말 신문에서 "대통령 3명 염한 '무념무상'의 손"이라는 대담 기사를 봤습니다.1두 면에 걸친 기사를 부담스러워하다가 "귀가 가장 늦게 닫혀요"라는 소제목을 발견했습니다. ―마지막 인사할 때 유족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염할 때 참여하시라고 권합니다. 마지막엔 얼굴 보고 만져 드리고 아무 말 하지 않는 게 나아요. 울음은 전염됩니다. 고인 수의에 눈물 떨구는 거 아녜요. 그럼 무거워서 못 떠납니다. 귀가 제일 나중에 닫히니까." ―무슨 뜻인가요? "1996년에 말기 암 환자 두 분을 염한 적이 있습니다. 한 분은 부자였고 한 분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부자는 인상을 쓰고 돌아가셨습니다. 다른 한 분은 표정이 맑았습니다. 알고 보니 돌아가신 뒤에 유족이 좋은 말만 하고 염불도 들려 드렸대요... 2017. 12. 25.
찰스 부코스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언더그라운드의 전설 찰스 부코스키의 말년 일기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Henry Charles Bukowski The Captain is Out to Lunch and Sailors Have Taken Over the Ship(1998) 찰스 부코스키, 로버트 크럼 그림, 설준규 옮김 모멘토 2015 1 경마가 없는 날, 정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묘하다. 헤밍웨이1에게 투우가 필요했던 까닭을 난 안다. 그에게 투우는 삶이라는 그림을 끼울 액자 같은 것으로, 자기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었으리라. 때때로 그걸 우린 잊어버린다. 기름 값을 지불하고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등등에 정신이 팔려서, 대다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다. 제 자신의 죽음이건 남의 죽음이건. 사람들에게 죽음은 충격이.. 2017. 2. 14.
'그래, 알았어. 고마워!' 1 루소는 사실상 이렇게 선언했다. "사랑이라는 강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열정 같은 것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의 격렬함을 보고 사랑이 오래 지속될 징후로 간주하고 너무 달콤한 느낌에 짓눌린 마음 덕분에 사랑이, 굳이 말하자면, 미래까지 넘치고 사랑이 지속되는 한 그런 마음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오히려 감정을 소진시키는 것은 바로 그 열렬함이다. 그것은 젊음과 더불어 마모되고 아름다움과 더불어 지워지며 빙하기에 들면 그 불꽃은 꺼져버린다. 이 세상이 존재한 이래로 백발이 성성한 두 연인이 서로를 바라보며 속삭이는 일은 결코 본 적이 없다."1 미즈바야시 아키라의 '사랑의 연대기' 《멜로디》에서 이 글을 보며 언짢고 안타까웠다.언짢았던 것은 사랑의 열정에 대한 루소의 평가.. 2017. 1. 23.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지현 옮김, 민음사 2015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에게 철학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내가 맡은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점보다는 오히려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1 단순하게(혹은 오만하게) "젊은이들을 가르친다"고 하지 않고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친다"고 한 그르니에,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고 한 그르니에가 존경스러웠습니다.2 일찍 그를 알았더라면, 나도 조금은 더 나은 교사였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가르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 교육을 좀 더 깊이 있게 반성하는 교사였을 것입니다.. 2017. 1. 17.
줄리안 반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안 반스 Julian Barnes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NOTHING TO BE FRIGHTENED OF》 최세희 옮김, 다산책방 2016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입니다. 그는 노년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1, 자살과 기억을 소재로 한 소설2, 아내와의 사별과 그 슬픔을 이야기한 에세이3 등을 썼답니다. 가족과 친구, 지인들, 작가나 음악가 등 유명인사들의 죽음에 관한 일화를 자유롭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끝없이 늘어놓았습니다. 죽음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이야기했습니다. 신에 대한 비아냥, 두려움과 공포, 노년과 죽음의 의미, 내려놓기, 죽음의 순간, 죽음 직전의 모습과 주검의 모습, 불행한 죽음, 죽음의 인식, 태도, 묘지, 옛날과 오늘날의 죽음, 회한, 마지막에 대한 계획, 죽어가며 들을 음.. 2017. 1. 8.
조언과 동정 조언과 동정 1 <데저트 아일랜드 디스크>에서 죽음에 관해 얘기한 후, 내 친구 R은 경찰에게 산탄총을 압수당했고 나는 여러 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그 편지들에는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믿음에 나 자신을 열어 보이고 교회에 가고 기도하는 법을 배우는 등등을 통해 두려움.. 2016. 11. 17.
로맹 가리! 그의 죽음 Ⅰ 1914년 모스크바에서 유태계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살았다. 법학을 공부했고, 2차 대전 때 로렌 비행중대 대위로 참전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참전 중에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받으며 당장 명성을 떨쳤다. 1956년 『하늘의 뿌리』로 콩쿠르 상을 받았고,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하여 다시 한 번 콩쿠르 상을 수상, '문학적 천재'라는 이름을 얻었다. 1980년 12월 2일 파리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1 권총 자살? Ⅱ 로맹 가리……! 얼른 『내가 사랑했던 개, 유리시즈(원제 : 유리시즈의 눈물)』(로제 그르니에)에서 찾아보았다.2 1980년 9월 어느 날, 우리는 가리를 바로 그가 사는 집 건물 앞에서 만났다. 그.. 2016.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