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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상실 수업』⑵ 편지쓰기(발췌)

by 답설재 2022. 2. 10.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상실 수업』

김소향 옮김, 인빅투스, 2014

 

 

 

 

때로는 과거를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 그것을 정화하려고 한다. 우리의 실수가 밖으로 퍼져나가기를 원치 않으며 특히 누군가를 잃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런 작업을 거치다 보면 그 사람의 전부 그리고 장단점, 밝고 어두운 면 모두 포함한 그대로의 모습을 애도할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150)

 

슬픔은 밖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고통과 슬픔은 오직 표현할 때만이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사랑한 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실천하기 편하며, 단어를 밖으로 꺼내어 언제든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의사소통을 상실해버린 고인이 된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써야 하며 심지어 왜 편지를 써야 하는가?

기억나는 만큼 멀리 과거를 돌아보면, 편지쓰기는 "우리 여기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가 된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민족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역사 기술에 의해서이다. 예로부터 편지쓰기는 다른 지역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아마도 미래 세대와도 의사소통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늘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 열망은 깊은 결합이 깨져버릴 때 가장 격렬해진다.

(……) 경우에 따라 한 문장의 메모일 때도 있고 어떤 땐 다섯 페이지 분량일 때도 있었다.(206~207)

 

편지쓰기는 홀로 서 있는 세상에서 외로움의 훌륭한 친구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이를 상실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편지를 쓴다. 어떤 이는 다른 사람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담기 위해 슬픔의 여행 안에서 편지를 써 내려간다. 어떤 면에서 편지쓰기는 우리 안에 있는 것을 구체화시킨다. 이 순환적인 생각들은 펜과 종이 또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묵언의 치유가 일기를 쓰는 동안 찾아오듯이, 편지쓰기는 말하는 것보다 훨씬 기분 좋은 일이다. 다른 의사소통 수단에서 발견할 수 없는, 느끼기에 따라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편지를 써나가며 끝내지 못한 일을 끝낼 수도 있다.

인간은 너무 많은 기억과 감정, 희망과 꿈, 식견과 반응, 그리고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지 밖으로 나가서 자신들의 적절한 장소를 찾는 것이다. 문자로 된 말은 이들의 말투일 수도 있다.(208)

 

편지는 우리를 위로해주며 종종 자신 안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게 해 준다. 누군가 존재했었다는 증거는 그 사람이 쓴 글씨에 남겨진다.(209)

 

 

이런 문장들을 왜 옮겨놓았을까?

어떤 절실함이 있었을까?

겨우 6년 전 4월을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치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