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이야기

칼 세이건 《코스모스 COSMOS》

by 답설재 2022. 1. 30.

 

 

 

칼 세이건 《코스모스 COSMOS》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이 책 이야기를 하려고 몇 년을 별렀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코스모스(COSMOS), 그것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라는 서문(앤 드루얀) 첫머리의 인용구로부터, 그리고 "우주는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황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修辭가 아니다"라는 머리말에서부터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게 시적 수사가 아니라고?

칼 세이건은 그렇게 부정해 놓았지만 우주는 시적 수사가 아니라면 그 아름다움과 광활함 같은 걸 이야기할 길을 찾을 수 없어서 일부러 그렇게 표현했을 것 같았다. "코스모스의 광막한 어둠 속에는 1000억 개가 넘는 엄청난 수의 은하들이 널리 흩어져 있다"는 사실에서도, "인류라는 종의 유아기, 우리의 조상들이 조금은 게으른 듯이 하늘의 별들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던 그 시기에도, 어디 그뿐인가 현대에 들어와서도 우리는 '우주에서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꼼짝없이 사로 잡혀 있다"는 우주와 나와의 관계 묘사에서도 시를 읽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원초적 의문들은 간단히 풀어 주었다. 별들은 누가 하늘에 그려 붙인 그림도, 아름답게 빛나도록 설치한 모형도 아니라는 것, 그럼 왜 파노라마처럼 보이는가? "별들 사이의 평균 거리가 3~4광년이므로, 별자리의 모양은 몇 광년은 족히 움직여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변할 것"이라는 설명은 너무나 단순명료하고 그런 설명은 수두룩했다.

이러한 설명들이 중학교 과학 교과서나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 같지 않아서 당황했고, 마침내 행복한 미궁에 빠져 누구에게 이야기해 준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이 이야기는 노변정담(爐邊情談)이다.

열세 밤쯤? 우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열사흘간의 긴긴 겨울밤이면 가능할 것이다. 초저녁부터 하얀 새벽까지.

 

1.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2. 우주 생명의 푸가

3.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4. 천국과 지옥

5.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6.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7. 밤하늘의 등뼈

8.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9. 별들의 삶과 죽음

10. 영원의 벼랑 끝

11. 미래로 띄운 편지

12. 은하 대백과 사전

13.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열세 가지의 정담(情談)이 700쪽이 넘게 전개되고 있으니까 열사흘 밤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아예 중학교 3년간 1년에 4~5장씩 배우는 과학 교과서로 삼을 수도 있겠지?

이론물리학이어서 곤란할까?

걱정할 것도 없을 것 같다. 가령 세포의 핵, DNA, RNA의 정체(89), 초등학생도 이야기하는 식물의 광합성과 동물의 호흡, 동식물의 협력, 공통성(88) 같은 설명도 다 들어 있으니까 안도감을 느꼈다. 기하학 이야기(126), 침식작용 설명(191)도 물론 들어 있다.

페이지가 바뀔 때마다 적어도 한 번씩은 놀라게 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교과서가 재미없다고 하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떠올렸다. 별똥별 이야기(171)는 아주 정서적이고, 화가 베르메르 이야기(284, 289)에서는 미술 교과서를 펴보고 싶게 했고, 네덜란드의 힘(290)에서는 진정한 선진국을 실감하게 되고, 우주의 대항해에 대한 내용(325)은 아득하여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로 채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이런 내용을 더 알고 싶어 하지만, 고등학교 선택과목 교과서로 사용해도 좋겠다. 너무 쉽다고 불평할까? 내심 행복해하겠지. 은하수로부터 학문의 연속성, 천문학, 기하학, 과학, 철학, 이오니아 인들의 우주관과 과학 연구사...... 숨 막히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그 학생은 우주로, 다른 별로 무한하게 뻗어가는 꿈을 주체할 길이 없겠지.

 

아무래도 나는 이 책을 너무 늦게 읽었다. 조금만 더 일찍 읽을 수 있었더라면...... 아니, 지금 저 학생들이라도 조금만 더 일찍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을 하든 하지 않든, 신학을 하든 종교학을 하든, 수학·철학·문학·음악·교육을 하든 하지 않든.

인류학, 경제학, 정치학 공부를 한다면 필독도서로 삼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이 교과서 자율채택제(자유발행제) 시행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꿈이 실현되는 날은 그리 머지않은 것 같은 예감도 갖는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실 수업』⑵ 편지쓰기(발췌)  (0) 2022.02.10
김숨(단편소설)《파도를 만지는 남자》  (0) 2022.02.03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0) 2022.01.25
《밀회》  (0) 2022.01.17
《육체의 악마》  (0) 2022.01.11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