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실감한다. 신설학교가 그렇게 늘어나더니 옛 얘기가 되고, 올해 취학 예정자가 아예 단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적으로 160개교에 가깝다. 이제 입학생 수를 숫자로 다루지 않고 다행히 개별적 존재로서 환영한다. 60~70명씩 ‘수용’하고도 넘쳐나서 2부제 수업까지 해본 세대로서는 무상하다는 말 말고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선생님이 직접 연주하는 풍금 소리가 사라졌는가 하면, AI 디지털 교과서가 등장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선생님들은 시험지에 100점, 90점, 80점…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문항별로 ○ 또는 ×를 표시해 주고 왜 틀렸는지를 알려준다.
다른 변화도 많다. 일일이 열거하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교육의 방법이나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사회가 학교와 교사를 존중하는 눈은 민망할 정도로 낮아졌다는 걸 부정하기가 어렵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굳건하게 유지되는 제도도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4지 선다형 문항이 5지 선다형으로 바뀌었다. 다른 변화도 많다고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당초에는 학력고사 형태의 시험을 그만두고 대학에 가서 공부(修學)할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을 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던 것부터 얘기해야 한다.
설명은 그렇게 해놓고 전국의 학생을 만점자로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우면 ‘입시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최상위 대학으로부터 점수가 낮아도 들어갈 수 있는 대학까지 적절(정확)하게 원서를 내는 경향은 점점 정교해졌는데 이름은 버젓이 ‘수능(수학능력)시험’ 그대로인 걸 보면 다른 변화는 별로 눈에 들지 않는다.
유치원의 햇병아리 아이들이 예쁘게만 보이다가도 초중고를 거치면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봐야 하고, 그간 개인적으로나 국가·사회적으로나 수많은 변화를 겪게 되겠지만 특별한 경우 아니면 그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숙명’을 생각하면 그 12년이 그리 길지도 않더라는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햇병아리 그 아이들이 애처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 고난을 어떻게 겪게 하나 걱정스럽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 하면 위로가 될까? 그때까지는 더 좋은 제도가 나올 것을 기대해 보자고 할까? 허사가 되어온 그 기대를 자꾸 얘기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태어난 아이도 그렇지만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도 걱정이다. 지난해 신생아는 23만여 명으로 합계출산율은 약간 증가하여 0.75명이었다. 돈도 주고 아이 돌보기에 도움이 될 갖가지 지원책도 시행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의 반응은 획기적이진 않아서 그 효과는 미미하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체제의 분위기가 결혼·출산을 자제하게 하고 있다. 두려운 것이다.
결혼·출산을 감안해서라도 교육을 바꿔야 한다. 수능을 훨씬 쉬운 ‘진짜 수능시험(자격시험)’으로 바꾸고 그 학생을 뽑고 싶은 학교가 뽑게 하고, 그 학생이 가고 싶은 학교를 찾아가게 해야 한다. 사교육 방향은 저절로 바뀔 것이다. 한 줄 세우기의 경쟁을 중단하고 학생들이 더 일찍 제 갈 길을 찾게 하면 아이를 낳고 돌보는 걱정이 줄고 재미도 있을 것이다. 출산율 회복이 한층 빠를 것이다.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야 속 시원한 교육, 5지선다형 문제 풀기에 맞추는 지식주입 암기교육이 학생들 각자의 목표와 적성에 맞는 교육으로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세계적으로는 그러한 교육을 하는 나라가 많다. 사실은 우리 교육도 얼마 전까지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거기에는 현장 교육자들과 교육학자, 교육행정가들의 수많은 연구와 고민, 토론, 노력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한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아 시끄럽게 하자 교육을 걱정하던 지도자들이 전통적인 관점으로 (아니라면, ‘유능한’ 자신들이 교육받은 경험을 되살려서) 순식간에 우리의 대입제도를 점수 위주로 되돌렸고, 그 순간 그동안 무한히 고민하고 애쓰던 교육자들은 입을 닫았다.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말할 필요가 없다. 그걸 막아버리고 일단 한 줄로 서라는 건 무지막지한 일이고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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