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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212

오미크론, 우리 선생님은 어떻게 대응할까? (2022.2.25) ‘팬데믹(pandemic)’이 온다고 했을 때 우선 그 단어에서부터 두려움을 느꼈다. 태풍 이름처럼 일회적·자의적으로 만든 말이 아닌데도 이런 말이 있었나 싶었다. 함께 나타난 단어들조차 온화한 구석이 없는 것들이었다. 재택근무, 화상수업으로 이어진 락다운(lockdown)에 ‘갑자기 이런 세상이 되다니!’ 싶고, 영업시간 단축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셧다운(shutdown)이 원망스러웠다. 그 팬데믹의 고비만 넘기게 되면 숨 막히는 상황은 끝이겠구나 했던 기대는 다시 오미크론이라는 복병으로 돌연 물거품이 되었다. 이젠 굳이 팬데믹이라는 용어를 쓰지도 않고, 희망을 주는 듯하던 ‘위드 코로나’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독감쯤의 고통을 겪는다지만 정말 그렇겠나 싶고, 감염 정점에서는 일일 몇십만 명이.. 2022. 2. 25.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위한 변명 (2022.1.28) 수학을 포기해버린 학생이 초등 6학년이면 8명 중 1명(고3까지 긴 세월을 또 어떻게 견딜까?), 중 3은 4명 중 1명, 고 2는 3명 중 1명꼴이다. 며칠 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단체)이 발표했다. 그런데도 잠잠하다. 그것으로 걱정은 또 끝인가 보다. 우리는 왜 이럴까? 요즘 애들은 형편없어! 수학을 포기하다니, 말이 돼? 끝까지 해봐야지, 어렵다고 그만둬? 공부란 모름지기 싫어도 해야 하는 거지. 학생이 어떻게 재미있고 쉬운 공부만 하는가 이 말이야. (A) 왜 아이들을 원망해? 그게 애들 잘못이야? 선생님들 문제지. 잘 가르쳐봐, 그런 꼴이 나는가? 초등학교 6학년이 뭘 알겠어. 가르치는 대로지. 교육자들 자질 문제야. (B) 교과서를 잘못 만들어서 그럴 거야. 우리나라 교과서가 세계에서 제일 .. 2022. 1. 28.
교육과 평가 방향 바꾸기(2021.12.31)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는데 교육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이젠 정책 논의가 계속되겠지 하면 또 다른 시급한 일이 생기고 해서 교육문제 논의는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장기간 수시전형이 확대되어 오다가 현 정부 들어 돌연 정시가 확대되었는데, 이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도 그대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쪽을 확대(축소)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각 선거 캠프에는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인력풀이 가동되고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한 가지다. 학교교육과 평가의 방향을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해 (무지막지하게도) ‘뛰어난 사람’ ‘성적 최우수자’ 위주로 가르치고 뽑는 교육·평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모든 학생을 유용한 인재.. 2021. 12. 31.
명퇴를 하겠다는 K 선생님께 (2021.11. 26) ‘명퇴 사유 예시’가 교육 단상 블로그의 단골 유입 키워드의 자리를 차지하더니 마침내 K 선생님으로부터 명퇴 얘기를 듣게 되었고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더니… 교육 말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아름다운 교육자인 건 분명하지만 세상일에는 더러 멍청한 면을 보여주는 K 선생님이 명퇴를 해서 무얼 하시겠다는 걸까요? 물어나 봅시다. 놀겠다는 대답이 쉽겠지요? 무얼 하면서요? 골프? 사십여 년을! 그 오랜 세월 누구와 함께? 혹 해외여행인가요? 사십여 년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동남아로 마구 돌아다닐 작정입니까? 골프 치러 나다니고 패키지 해외여행 두루두루 다닌다는 선배 얘기에 혹했습니까? 교사시절보다 더 바쁘고 신난다는 그 말을 믿고 있습니까? 사십여 년 그렇게 하겠다는 삶이 부럽.. 2021. 11. 26.
피그말리온의 기원에 응답한 갈라테이아(2021.10.29)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아내 갈라테이아는 본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빛깔 좋은 상아에 지나지 않았었다. 피그말리온은 여성에겐 결점이 많다고 여겼다. 좋은 사람이 수없이 많은 걸 모르고 여성이라면 곧장 혐오하면서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다짐했다. 바보! 그러다가 예쁜 여성 입상(立像)을 조각했는데 그게 그의 이상형이었겠지? 그 아름다움은 세상의 어떤 여성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의 솜씨는 그야말로 완벽했으므로 그 여인상이 나무랄 데 없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피그말리온 자신도 그 작품에 만족한 나머지 그만 그 여인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 입상이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만져보기도 했는데 그게 상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실망에 빠지곤 했고 그러면서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그 여인상.. 2021. 10. 29.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2021.9.24)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수십 년 만의 전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내가 이미 중년이니 당신은 망령이 나서 날 기억이나 하겠나 싶은 걸까? 천만에! 속속들이 기억한다. 많이 성장하고 변해서 눈부신 존재가 되었다 할지라도 착각하진 말라. 그대들은 어린 시절 그 모습을 결코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야, 이 사람아! 기억하고말고!" 흥분한 척도 하지만 어떻게 나오나 싶어 "글쎄, 이게 누구지?" 능청을 떨 수도 있다. 이번 경우는 더구나 초등 1학년 담임으로 만났다. 사십 년도 더 지났지만 음성을 듣는 순간 그 모습, 성격, 에피소드 들을 떠올리며 "이 사람이 날 우스운 존재로 보네?" 하며 반가워했다. 반갑기만 한 건 아니었다. 녀석의 부모는 둘 다 학자였다. 녀석은 항상 단정했고 공부는 굳이 가르칠 .. 2021. 9. 25.
선생님! 민이가 선생님 뵈러 갔어요 (2021.8.27. 수원일보) 선생님! 저 민이 엄마예요. 민이는 오늘도 선생님 뵈러 갔어요. 민이의 이 시간이 전에 없이 고맙게 느껴져요. 유행가 가사 같아서 좀 그렇지만 행복이 별것 아니라면 전 지금 행복해요. 코로나가 뭔지도 모른 채 살던 지지난해까진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이죠. 민이가 읽은 동시 한 편 보여드릴게요. “아침에 일어나니/목이 돌아가지 않는다//친구가 부르면/목을 돌려야 하는데//몸을 돌린다//근데 친구들이/이런 나를 더 좋아한다//목만 돌렸을 때보다”(몸을 돌린다, 이장근) 이 시가 새삼 다가왔어요. 요즘 아파트 사람들이 서로 잘 쳐다보지를 않아서예요.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서라고 하겠지요. 아니에요. 행색만 봐도 알잖아요. 눈인사라도 하며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 외면하는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러진 않겠지만 ‘사회적 .. 2021. 8. 27.
걱정 많은 중딩이 교장선생님께 (2021.7.30. 수원일보) 교장선생님! 저 서욱이에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과학 독후감 쓴 아이요. 과학자 같다고 하셨잖아요. “아하~ 서욱이!” 하시겠지요. 여름방학이니까 한 학기만 지나면 졸업이네요. 코로나 열풍으로 학교생활도 ‘그럭저럭’이었는데 고등학교 진학도 걱정이에요. 전면 시행은 아니라지만 학점제는 특히 부담스러워요. 실패하면 어쩌지? 다들 괜찮은 척해도 속으로는 궁금해하죠. 우리를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면서요? 내 적성은 어떤 것일까?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복잡해져요. 그때 가서 부모님과 상의하면 답이 나올까요? 고등학교 진로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 적성과 진로를 꿰뚫어 보시는 족집게이면 좋겠는데 각자.. 2021. 7. 30.
우산 받쳐주는 선생님 (2021.6.25. 수원일보) 3학년 아이들이 운동장 트랙을 달린다. 질서정연하다. 한 아이가 엎어지더니 일어나지 못한다. 선생님이 못 봤겠지? 한 바퀴 더 돈다. 엎어진 아이를 비켜서 달린다. 창문으로 내다보던 교장이 나가서 아이를 보건실까지 업어다 주었다. 오후에 선생님과 교장이 만났다. “잠깐 아이를 보건실에 데려다주시지 그랬어요?” “수업은 어떻게 하고요?” “애들도 이해해 주지 않겠어요?” “3학년이요? 당장 엉망이 되는데요? 스스로 일어나야지요!”… 선생님은 교장의 견해를 수용하려들지 않았다. 복음 얘기를 해보았다.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중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고 했잖아요?” “그 한 마리는 죄인을 가리키는 것 같던데요? 그 애가 죄인인가요? .. 2021. 6. 25.
서영아, 사랑해! 재미있게 지내고 와~ (2021.5.30. 수원일보) 아침 등교 시간에 초등학교 교문 앞에 가보면 학부모들의 간절한 기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서영아, 사랑해!” “좋은 하루 보내!” “교장 선생님께 인사 잘하고~” “여기 있을게, 잘 갔다 와~” “재미있게 지내고 와~”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해!”… 정겨운 한 마디에 절대적 사랑과 기대가 배어 있어 따스하고 눈물겹다. 교육자가 아니어도 저 아이들을 지켜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책무성 같은 걸 느끼게 된다. 주로 초등학교 1, 2학년 부모의 경우지만 자녀가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이라고 해서 다를 수 없을 것이다. 횡단보도를 다 건넌 아이를 불러 굳이 사랑한다고 외치는 어머니, 아이들을 맞이하는 교장 선생님이 보이자 저만큼 걸어가는 아이에게 인사 잘하라고 부탁하는 어머니… 총총 멀어져 간.. 2021. 5. 30.
안전운전 기원 모닝커피 한 잔 (2021.4.30. 수원일보) 안전운전 기원 모닝커피 한 잔 그 대통령은 늘 자유롭게 제안하곤 했다. 원고를 읽거나 메모에 따라 이야기하지 않았다. 교육부 업무보고 때, 우리나라 학생들이 유례없이 공부에 시달려 놀이와 운동을 할 겨를이 없고 수면시간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하니까 아예 국가교육과정기준을 바꾸어 오전에는 초중고 학생 모두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주요과목에 전념하고 오후에는 교내외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예체능 학습을 즐기게 하자고 했다. 국가기준 변경 절차가 간단하진 않지만 실현만 된다면 일거에 우리의 숙원이 풀리고 세계 최고의 교육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얘기를 들으며 가슴이 다 울렁거렸는데 교육부는 그 제안을 ‘무마’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정규 수업을 마치면 각자 ‘방과후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학생들.. 2021. 4. 30.
교과서는 어떤 관점으로 결정하나 (2021.4.2. 이하 수원일보) 지금 70, 80대들은 동화책 만화책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교과서 받는 날을 기다렸고 집으로 가는 길의 시냇가, 산비탈에서 한두 권은 그날 다 읽었다. 교과서를 금과옥조로 여길 수밖에 없는 세대여서 양보할 수 없는 논쟁이 붙었을 때도 “이건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하면 더 따져보지도 않았다. 교과서는 절대적 경전, 세상을 보는 창(窓)이었다. 그게 국정교과서였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오로지 그 교과서만으로 가르치고 배웠다. 지금은? 교과서 말고도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넘친다. 재활용품 내놓는 날, 마음만 먹으면 말끔한 책을 수십 권씩 들여놓을 수 있다. 책보다도 유튜브를 즐겨보기도 한다. 장차 학교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어떤 매체를 학습자료의 주종으로 삼아야 .. 2021.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