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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현수막 구경

by 답설재 2013. 10. 21.

 

 

 

 

  지금 팔고 있는 커피가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코리아노'라고 주장하는 가게입니다.

 

  현수막이 너무 많아서 지나치기가 쉽고, '내가 지금 너무 소홀한 태도로 사는 건 아닌가?'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펴보면 '에이, 별 것 아닌 걸 가지고……' 싶기도 하고, 써붙인 쪽의 마음이 까칠하기 때문인지 읽어본 뒤의 느낌이 개운치 않은 것도 있고, '저런 걸 막 붙여도 될까?' 싶더니, 관청에서 떼어낼 때까지 한시적으로 무슨 '번개시장'식으로 붙여놓은 것도 있고, '저 행사장에는 한번 가봐야 되는 건가?' 싶은 것도 있고, ………… 어쨌든 우리는 수많은 현수막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2013년 꼭 실천할 일 ― 대한민국 1호 바리스타의 '고종의 뜰'에서 커피수업을 신청한다!!"

 

  이걸 보면서, 현수막들이 다 이러면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주장은 '쎄게' 했는데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 현수막.

  흔들릴 사람도 있긴 할 것입니다. '정말로 멋진 바리스타가 되어 봐?' 그렇지만 그렇게 큰 물결을 일으키지는 않는,  차라리 좀 감상을 할 수도 있는 현수막…………

 

  저 현수막을 보고 예전에 '국민학교'를 다닐 때, "쥐를 잡자!"고 빨갛게 쓴 흰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녀야 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땐 1주일에 몇 개씩 담임선생님께 쥐꼬리를 제출하면서 살아가야 했고, 그게 부담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