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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64

어떤 일부터 할까? Ⅰ 선물삼아 전합니다. 선물? 글쎄, "선물"이라고 하려니까 겸연쩍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과일 한 상자 정도의 물건보다는 이 이야기가 더 소중할 수도 있지 싶었습니다. Ⅱ 살다 보면 흔히 몇 가지 일이 겹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일들을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다가 할 일이 단순해지면 언제인가 싶게 홀가분해지지만, 그런 시간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 그러니까 몇 가지 일이 겹칠 때, 어떤 일부터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 일들이 각각 어떤 조건을 가진 것인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예를 들어 내일 아침까지 제출해야 하는 것이라면 오늘 저녁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연히 그 일부터 해야 하겠지요― 그렇지는 않고 이 일을 먼저 해도 좋고 저 일을 먼저 해도 좋을 때.. 2015. 2. 23.
위로 Ⅰ 9호선 신논현역의 교보문고에 갈 때는 이 그림 앞을 지나갑니다. 아주 많은, 갖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 사람들 중의 두 사람들입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어렴풋이 '늦었지만 나도 이제는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그럼, 겨우 몇 푼 기부하던 건? 대놓고 파렴치하게 살겠다는 거야?" 그런 비난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유치한 얘기지만, 매달 자동이체로 나가는 돈은 그대로 결제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도 남을 돕는다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표가 난들 얼마나 나겠습니까? 누구를 태우고 자시고 할 형편도 아닌 고물 자동차 한 대뿐인데…….. 2015. 2. 21.
2014년의 꿈들 꿈, 2014 거장의 『꿈의 해석』은 그만두고, 그냥 소소한 얘기입니다. 꿈은 늘 좀 불안하면서도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거나 황당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어째서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거지?' 그렇지만 그 대신 나 혼자만 감상할 수 있는 영화 같은, 그런 재미를 제공해 주는 것이 꿈이기도 합니다. 잠을 자면 으레 꾸게 되는데, 깨어나서 '꿈을 꾸었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운 좋게도 꿈의 어느 부분이 '캡처'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말하자면 꿈은 늘 꾸는 것이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안타깝게도 대부분 영영 잊어버리게 되고, '꿈을 꾸었구나' 할 때 생각나는 그 장면은 소설이나 위인전의 중간 중간에 곁들여진 삽화 정도이지 전체는 아니어서 꿈 전체가 긴 소설이라면 기억해낼 수 있는 장면은 그 소설, 위인전의.. 2015. 2. 17.
이 허접한 욕심 Ⅰ 나이가 나보다 좀 적은 편인 지인이라면,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잘 있었는지 확인하고나면 매우 어색해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화제도 없고 해서 인사삼아 더러 이렇게 묻기도 합니다. "운동도 좀 하십니까?" "아직 죽지 않았네요?" 하고 인사하기는 난처해서 "더 살려면 이제라도 운동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걸 그렇게 묻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야 만나도 탈 날 일은 없지만 영영 만나지 않아도 하나도 궁금하지 않을 사이에는 그동안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다고 할 수도 없고, 반대로 "아직까지 살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친근한 척 하려고 해도 최근의 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내용을 묻고 답하며 .. 2015. 2. 10.
야자타임 - 새아가에게 - 야자타임 - 새아가에게 - "낚였다"고 할까봐 먼저 밝힌다. 너하고 '야자타임' 하자는 게 아니다. 내 손녀 얘기다. 아파트 마당가 잡초로 만든 쪼끄마한 들꽃다발을 받아들고 마냥 즐거워하던 지난해 봄 얘기다. 고것이 우리 동(棟) 출입구에서 갑자기 뒤돌아서더구나. "할아버진 어디 살아?".. 2015. 2. 8.
신문을 '보는 이유'와 '보아야 하는 이유' 지난 1월 21일(수), 그날은 대전을 다녀올 일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는 대로 아파트 앞에서 버스나 택시로 전철역으로 이동, ITX를 타고 용산역에 도착하면 부지런히 서울역으로 가는 전철로 환승해서 10시 출발 KTX 열차를 탈 수 있도록 예약을 해놓았습니다. 이제 활동력이 떨어져서 일상적인 일들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제때 못하면 당장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한창때는 하루에 가령 12시간을 일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단 6시간도 부담스럽게 되었습니다. 세수를 하고 신문을 펼쳤습니다. '제목 읽기' 진도(進度)가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이야기할 일이 있었는가? 켜놓은 텔레비전이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왕왕거렸는가? 어느 기사가 본문까지 읽도록 '유혹'을 했는가? …… 그건 기억나지 않습.. 2015. 2. 4.
이 한탄(恨歎) 1951년 가을 복학해 보니 학제 변경으로 고교 2학년으로 자동 편입되어 있었다. 미군이 학교 교사를 사용하고 있어 변두리 교회나 창고 건물 맨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했다. 요즘엔 상상할 수 없는 학습 환경이다. 교사가 대폭 바뀌었는데 사람됨이나 학식이나 태반이 수준 미달이었다. 이듬해 봄에 학교 교사로 들어갔다. 키 순서로 좌석배치를 받았는데 전엔 앞줄이었으나 이제 중간 줄에 앉게 되었다. 부지중에 키가 큰 것이다. 대학 입시 준비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진학 않는 고교 졸업생은 간부후보생으로 소집되어 소모 장교로 일선에 배치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 모두 긴장하였던 것이다. 영어 교사가 수준 이하여서 몇몇 호사好事 학생들이 학교장에게 진정을 했다. 입시를 앞둔 시점이니 영어 교사를 바꿔달라는 요청에 영어.. 2015. 1. 19.
2015년 새해를 앞둔 세모(歲暮) 2015년 새해를 앞둔 세모(歲暮) 곧 2015년이 됩니다. 자고 나면, 하루 사이에…… 아니, 순간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겠지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슨 계획 같은 걸 세워야 할지, 세우는.. 2014. 12. 27.
미안합니다. 차츰, 점점 뻔뻔해지고 있습니다. 참 애매한 나이입니다. 미안합니다. 전철을 타면 '경로석'(?)에 마음 놓고 혹은 태연하게 앉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일반석에 앉으려고 두리번거리기도 멋쩍습니다. 어디에도 마땅한 자리가 없는 것 같아서 곧잘 쓸쓸해집니다. 그나마 좋은 나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용기를 내어 그 경로석에 앉아 있어도 누구 하나 "너하고 나하고 누가 더 늙었는지 맞장을 뜨자!"는 사람은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경로석'을 두고 걸핏하면 시비가 붙었지 않습니까? 그때는 차라리 나이를 써 붙이고 다니는 게 편리하지 않을까 싶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홧김에 혹은 성질 급한 사람이 주민등록증을 꺼내는 일이 벌어지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 그 야단이 종식된 건 '연령표(年齡表)' 같은 게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엉뚱하다고 생.. 2014. 12. 14.
내 친구 김 교수 내 친구 김 교수 김 교수는, 나이는 나보다 '훨씬' 많습니다. 또 국내외로 유명한 과학자인 것 같지만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우리말에 대한 상식은 '아직(!)' 나보다 못합니다. 광복 때 일본에서 들어와 국내에서 중·고등학교는 물론 서울대 전교수석으로 대학교까지 마치고 군대까.. 2014. 12. 8.
달 달 무슨 달 집으로 들어가는 길의 '남산 위에 뜬 달'입니다. 아직도 이런 짓이나 하는 것이 쑥스럽고 그렇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람이어서인지 어쩔 수가 없고 그렇습니다. 참 좋은 모습이었는데, 스마트폰은 아무래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런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에 배웠던 것들이나 예전의 그런 것들이 떠오릅니다. 가령, 가을이 오면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어떻고 하는 그 동요가 생각나고,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 당연한 것처럼 작은 소리로 '겨울나무'를 부르며 나도 '겨울나무'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달, 달, 무슨 달……" 하며 선창하면 열렬하게 따라 읽어주던 그 '아이들'이, 굳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거나 할 것까지는 없지만 잠시 내 생각 좀 해주면 안 될까.. 2014. 12. 2.
아저씨! 잠깐만요! “아저씨! 잠깐만요!" ♬ 소년이 전철을 타고 갑니다. 소설의 한 장면입니다. 소년에게는 전철은 이런 곳입니다. 말하자면 낯설게 혹은 역겹게, 짜증나게…… 그렇게 느껴질 요소들이 다음과 같이 열거됩니다. 검버섯으로 뒤덮인 주름진 손등, 손잡이와 함께 흔들리는 하트 모양 귀고리, .. 2014.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