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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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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답설재 2015. 2. 21.

 

 

 

9호선 신논현역의 교보문고에 갈 때는 이 그림 앞을 지나갑니다.

아주 많은, 갖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 사람들 중의 두 사람들입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어렴풋이 '늦었지만 나도 이제는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그럼, 겨우 몇 푼 기부하던 건? 대놓고 파렴치하게 살겠다는 거야?"

그런 비난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유치한 얘기지만, 매달 자동이체로 나가는 돈은 그대로 결제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도 남을 돕는다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표가 난들 얼마나 나겠습니까? 누구를 태우고 자시고 할 형편도 아닌 고물 자동차 한 대뿐인데……

 

이런 생각을 한 것입니다.

'남을 돕는다? 왜? 무엇 때문에?'

그것은 '욕심'이고, 그 '욕심'은 허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래 뵈도 나는 남을 돕는 사람이다!'

 

 

 

우선 자신부터 좀 어떻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우중충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일로 속상해 하고,

우울해 하고,

어이없게도 수치스러운 일도 당하고,

어쩌다보니까 치욕스럽게 되기도 했고,

해놓은 일을 보면 어쭙잖고,

그나마 허술하고,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을 괴롭히거나 속상하게 하거나 우울하게 하거나 후회스럽게 하고,

스스로 후회하게 된 일도 부지기수고,

게다가 아직까지도 곧잘 그런 일을 하고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만 자꾸 생각나고, 그런데도 시간은 어김없이 앞으로만 가고,

마음이 옷보다 남루해지고,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도대체 뭔 말씀인지…… 不踰矩는커녕……

 

다만 더러 쓸쓸합니다. 다짐조차도 흔히 쓸쓸한 것들입니다.

 

아, 내가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걸 어떻게 여기에서 다 열거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런 나를, 우선 나부터, 좀 안타깝게 여기고, 동정하고, 위로하기로 한 것입니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건 아닐 거야.'

그렇게 나 자신의 위로라도 좀 받으면 저절로, 다시, 남을 돕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때는 허세 따위는 없을 것입니다.

불쌍한 채로 남을 돕는 건 좋지만, 허세로 남을 돕는다면 그게 말이나 되겠습니까?

꼴 같지도 않은 주제에…….

 

 

 

 

 

 

 

* 70세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인간으로서의 법도를 넘지 않을 만큼의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는 논어(論語)의 말씀.

** 그림을 그린 이는 문경원? 제목은 「Th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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