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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2014년의 꿈들

by 답설재 2015. 2. 17.

 

 

 

 

 

꿈, 2014

 

 

 

 

 









  
거장의 『꿈의 해석』은 그만두고, 그냥 소소한 얘기입니다.

  꿈은 늘 좀 불안하면서도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거나 황당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어째서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거지?'
  그렇지만 그 대신 나 혼자만 감상할 수 있는 영화 같은, 그런 재미를 제공해 주는 것이 꿈이기도 합니다.


  잠을 자면 으레 꾸게 되는데, 깨어나서 '꿈을 꾸었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운 좋게도 꿈의 어느 부분이 '캡처'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말하자면 꿈은 늘 꾸는 것이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안타깝게도 대부분 영영 잊어버리게 되고, '꿈을 꾸었구나' 할 때 생각나는 그 장면은 소설이나 위인전의 중간 중간에 곁들여진 삽화 정도이지 전체는 아니어서 꿈 전체가 긴 소설이라면 기억해낼 수 있는 장면은 그 소설, 위인전의 어느 부분, 길이로 말하면 콩트 정도가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최근에는 블로거 '노루'님께서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겨울 풍경을 온갖 화려한 색깔로 나타내어 마치 꿈속의 겨울 나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해에 기록해둔 꿈을 실어 놓기로 했습니다. 겨우 여섯 번밖에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끄러울 정도로 빈약하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올해는 좀 부지런히 꾸어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또 잊기 전에 얼른 메모하려고 침대 머리맡에 메모지와 볼펜 한 자루를 비치해 놓았습니다.
  '부디 사라지지 말고 기억 속에 남아다오!'


  보여주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고, 내 꿈이니까 내 블로그에 싣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칸딘스키, '겨울 풍경'

 

 

 

 

 

  2014.1.5(일).

 

'인간' J의 모습

 

  쌀(米)을 검토하고 있었다. '검토'라니? 내가 평소에 검토라는 용어를 너무 '흔하게' 혹은 '마구' 쓰고 있기 때문인가?

  J가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들어서며 그 쌀의 인지도(認知度)가 낮다는 견해를 표시했다. 나는 심사가 뒤틀렸다. '어쭙잖은 주제에……'

 

  누군가, 창문틀을 비틀어 버린 걸 발견했다. 침입하려고 그렇게 한 것 같았다. 아마도 교실 창문이었다. 꿈속에서는 아직도 교실이라니……

 

 

 

  2014.4.20(일).

 

공작

 

  공작을 생포해서 숙소로 데리고 왔다. 놈은 영 못마땅해 했다.

  아무래도 그렇게 갇혀서 나와 함께 지낼 의향이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볼일로 밖에 나아야 하는 시간에도 그렇게 갇혀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은 문제일 것이었다. 놓아 주기로 하고 바깥 풍경과 환경이 좋은 쪽 창을 열고 손을 놓았다.

  녀석이 내게 잡혀 있는 동안에 이미 골병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푸드덕!' 날아간 그 자리에 놈의 바이브레이션과 미세한 깃털들이 남아 물결무늬가 아롱지고 있었다.

  잘한 일이구나 싶었다.

 

 

 

  2014.8.18(월).

 

세간의 평가

 

  세간의 평가에 초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 자신이 아직도 그런 것에 매몰되어 있는 것인지……

 

  어젯밤에는 자리에 누운 지 한 시간쯤 지나 화장실에 가면서 방금 꿈속의 일을 생각하였다.

  교과서 개발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중에 '아, 그렇게 전개하면 좋겠구나!' 하고 떠오른 아이디어는, 요즘 내가 강의할 때마다 주장하는 대로 "교과서 개발 환경이 현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현장교원들이 지휘하는 교과서 개발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 쪽 창가에 걸터앉은 한 사람이 "왜 이 강의가 있는 것인지, 다른 강의실의 강의를 들으면 될 것 아닌지?"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다행히 다른 연수생들은 그 사람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고, 내 강의를 계속해서 듣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번에는 새벽 4시 30분경에 또 화장실에 가면서 기억한 꿈이다.

  제주에 가서 살고 있는 이 선생님이 전임 교장에 대해 옳은 행정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다른 교사들도 있었다. 이 선생님은 내 곁에서 편안한 자세로 그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나는 그의 이야기가 내가 행정을 잘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는 평가 자체보다는 아내는 내가 이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안심을 한다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2014.11.29(금). 새벽

 

기이한 무덤

 

  아내와 함께 무덤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개의 동심원으로 된 원형의 가운데 부분이 평평하고 주변에 비해 낮게 되어 있었다. 두 개의 동심원이 그 무덤의 핵심 부분이었다.

  그곳으로 싸락눈이 내리듯, 별이 쏟아지듯, 무수한 꽃잎이 날아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만들어 날리는 꽃이라고 했고, 내가 아내에게 그걸 설명해주고 있었다.

 

 

 

  2014.12.17(수). 새벽

 

불만

 

  긴 간이용 목제 탁자의 양쪽으로 사람들이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중 두 명은 석간 ○○일보를 뒤적이고 있었는데 한 명은 '인간' J였다.

  그들은 내가 나타났는데도 그 신문을 넘겨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내가 아내를 통해 불쾌해하자 겨우 헝클어진 채로 접어서 내 앞에 놓았다. 아내는 내 마음을 달래 주려고 했는데, 그건 그렇게 해서 내 차로 J의 아이를 데리러 가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J도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그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식사부터 했는데, 카레라이스처럼 매우 간소한 음식이 담긴 그릇에는, 뒤집어보면 빈 껍질뿐인 전복 서너 개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큰 슈퍼에서 마음에 드는 식품을 골라서 구입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했고, 내 자동차는 또 저렇게 낡았는데, J이의 에쿠스도 처음 나오자마자 구입한 것이니까 이제 많이 낡았을까, 아니면 그새 또 더 좋은 차를 구입했을까 생각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고, 아내와 J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얼른 마음을 바꾸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는 늘 그렇게 내 비위를 맞추며 살아온 것이었다.

 

 

 

  2014.12.31(수). 새벽

 

세모에 채영이 씻어주기

 

  채영이의 몸을 씻어주었다. 열두어 살 때의 그 아이였다.

  방금 전까지 씻어주다가 다른 볼 일 때문에 중단되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옷을 입어버려서 겨우 옷을 내리고 씻기지 못한 곳을 샤워기로 씻어주었는데 아무래도 옷에 물이 좀 묻는 것 같았고, 그 애는 옷이 젖는 것쯤은 무관해하였다.

  다 씻고 나자 채영은 앞장서 걸어갔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가다가 잠이 깨어서 생각하였다.

  '오늘이 세모구나. 내가 그 애를 씻어준 꿈은 좋은 것이겠지? 그 아이가 묵은 것들을 다 씻어내고 훨훨 날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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