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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야자타임 - 새아가에게 -

by 답설재 2015. 2. 8.

 

 

 

 

 

 

 

 

야자타임

                                                        - 새아가에게 -

 

 

  "낚였다"고 할까봐 먼저 밝힌다. 너하고 '야자타임'1 하자는 게 아니다. 내 손녀 얘기다. 아파트 마당가 잡초로 만든 쪼끄마한 들꽃다발을 받아들고 마냥 즐거워하던 지난해 봄 얘기다.

 

  고것이 우리 동(棟) 출입구에서 갑자기 뒤돌아서더구나.

  "할아버진 어디 살아?"

  (이것 봐라?)

  "응? …… 여기, 111동. 넌?"

  "난 여기 살지 않아."

  "그럼, 웬일이야?"

  "아, 여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우리 할아버지가 살아. 할아버지도 나를 참 좋아해."

  "…………"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더구나.

 

  그냥 웃으면 되나?

  아니, 눈물을 좀 보여도 되나?

  직접적으로 그러지 말고, 모른 척, 뭐라고 말을 더 이어가야 하나?

 

  '난 아무래도 너를 만나보려고 여기 온 것 같아.'

  누구나 하는, 그 말만 떠오르더구나.

 

 

 

 

 

 

 

 

 

 

 

 

 

 

 

  1. 나이에 따른 서열을 뒤집어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말을 놓을 수 있도록 일정하게 정해 놓은 시간. 또는 그런 놀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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