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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64

"아주머니" Ⅰ 호칭 선정 문제는 자주 사람을 난처하게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뭘 좀 물어보고 싶을 때도 그렇습니다. 늙은이('어린이'가 존대어로 쓰인다면 그 말에 맞선말로서의 늙은이)에게 묻기는 그렇고, 아무래도 대답을 잘할 것 같은 '젊은이'에게 라면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이봐, 젊은이!" "어이, 형씨!" "이 보세요!" 그러면 자칫하다간 무슨 시비가 붙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한 번은 "아가씨!" 하고 불렀더니 나와 동행인 사람이 피식 웃었습니다. 술집 여자 부르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참, 그렇게 잘 하면 자신이 나서서 물어볼 일이지……' Ⅱ TV에서는, 산속에서 혼자 생활하는 사람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볼 때,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맛집' 같은 걸 물어볼 때.. 2015. 11. 12.
힘겨웠던 설득 힘겨웠던 설득 2015.1.1.14:02 Ⅰ 권력이나 지위, 돈, 지식 같은 걸 가지고 있으면 영향력 있는 말을 하기가 수월한 것 같습니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하는 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게 되고, 특별히 다듬지 않은 말을 해도 듣는 쪽에서 스스로 좋은 뜻으로 해석하여 의미를 찾으려고 할 수도 .. 2015. 11. 8.
"열심히들 적는군" "열심히들 적는군" 2○○○년 □월, ○○○ 장관은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딸만 셋인 그는 퇴임 직후 미국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딸의 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 표까지 끊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장관 후보로 예정됐던 ◇◇◇이 갖은 구설에 휘말리며 국회에서 의원들의 호된 .. 2015. 10. 25.
弔辭 "종민아" 종민아. 오전에 내 아들이 내 핸드폰에 문자로 "최종민 선생님 돌아가셨습니다. 분당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9호실. 16일 발인"이라 찍어 보냈구나. 어떻게 알았냐니까 페이스북에 났더라고 했다. 그럼 네가 죽었단 말 아니냐? 이게 무슨 짓거리냐? 일 년 전 뇌에 혹이 생겨 수술 후에 너는 분명 경과가 좋다고 했지 않았나? 구례 국악 행사에도 다녀올 거라 하기에 올라오는 길에 안동 들러 쉬어 가라 했는데 그 후에 소식이 없어 전화했더니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다. 그 후 1년 여를 네 전화는 먹통이고 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기에 수신확인을 했더니 열어보지도 않았더구나. 우석이, 오춘이, 보영에게 전화로 네 근황 물어봐도 아무도 모르더구나. 언제 시간 나면 경기도 너네 집으로 찾아가든가 실종신고라도 내야겠다는 .. 2015. 10. 16.
새로운 여행 새로운 여행 사무실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입니다. 지난 초여름부터 새로 나가고 있는 사무실입니다. 환승역까지는 급행열차로 사십 분 정도 걸립니다. 오가며 생각합니다. '얼마나 좋은 여행인가!' 열차가 지상을 달리니까 그것도 좋고, 차창 너머 풍경도 좋은 편입니다. 환승역에서 .. 2015. 10. 13.
심장병에 걸리고 싶으면?(방법 안내) 출처 :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소식'(2014.10.16)  ♬ '2014년 사망원인통계'(통계청)'을 보면, 암과 심장질환, 뇌혈관질환(3대 사망원인)이 전체 사망자 수의 47.7%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자꾸 증가하고 있는데, 전체 사망자 수가 하루에 733명이었고, 이중 심장병으로 죽은 사람은 73.3명(1일)이었답니다. 심혈관질환은 콜레스트롤 등 지방질이 심장 주변 혈관에 쌓여 혈관을 막기 때문에 심장을 비롯한 각종 장기에 산소와 영양분이 전달되지 못하는 병으로, 세계심장연합(World Heart Federation)에서는 금연, 식생활 개선, 비만 관리, 운동 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고(CBS 뉴스, '심혈관질환 원인, 무엇부터 제거해야 하나?' 2015.9.14. 안연.. 2015. 10. 1.
기승전결(起承轉結) 기(起) 승(承) 전(轉) 결(結) '나도 저렇게 해서 오늘 여기에 이르렀다면……' 소용도 없고 무책임한 생각을 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일을 저렇게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 왔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약속한 건 단 한 가지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더러 오탁번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핑계를 대고 위안을 삼고자 한 것입니다. 구름을 비껴 날으는 기러기 같은 당신을 밤나무나 느티나무 가지 위에 얼기설기 지어놓은 까마귀 둥지로 손짓해 불렀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어둠의 문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서 우리가 꿈꾸어온 시간은 나뭇가지 끝 겨우살이처럼 덧없는 목숨은 아니었습니다 여름날 장독대 위에 내리는 여우비처럼 울 수만은 없어서 이렇게 높은 하는 쳐다보고 또 쳐다봅.. 2015. 9. 7.
"소변금지!" 저곳에서 볼일을 보는 사람도 "좀 그렇다"라고 할 수 있지만, 저렇게 써붙인 사람도 "좀 그렇다"라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저걸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 오죽 급했으면…… 그래도 그렇지. - 이 넓은 역을 관리하자면 얼마나 힘들까…… 그래도 그렇지. - 그러니까 피장파장인가? 피장파장이라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가위'를 그려 놓지는 않았고, 크지 않게, 단정한 글씨로 써붙였는데도 볼 때마다 괜히 불편해집니다. -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다녀? 저게 보기 거북하다고? 꼴보기 싫다고? - 그럼, 어떻게 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 - 무슨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서 직원을 찾아갈까? 어떤 아이디어? ♬ 후기 최근(2016.4) 저 표지판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2015. 8. 28.
알자스(Alsace)에서 온 엽서 알사스(Alsace)에서 온 엽서 Ⅰ 그 날 아침, 나는 학교에 매우 늦었다. 게다가 아멜 선생님께서 동사에 대해 질문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아 야단맞지나 않을까 몹시 두려웠다. 문득 수업을 빼먹고 들판으로 놀러나 다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늘은 티없이 맑고 날씨.. 2015. 8. 21.
늙어가기 Ⅰ 일요일 새벽은 부지런한 이웃 주민이 폐품을 정리하는 소리로 시작됩니다. 그 순간에 부스스 잠을 깹니다. 이 아파트의 우리 동(棟)은 앞과 옆이 열려 있어서 이웃 주민들이 오르내리는 길이 훤히 보이고 그 길가에 재활용 분리수거함들이 놓여 있습니다. 빈 병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일요일 새벽이구나. 그새 또 일주일이 지나가다니……' 그렇게 생각하는 일요일 새벽의 기억들은 쉽게 겹쳐지기 때문에 지난 일주일이 무슨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저 텅 빈 시간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세월이 빨리 흐른다는 느낌은 그래서 더욱 절실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Ⅱ 순간(瞬間), 순식간(瞬息間).1 처음에 이 말을 만들어낸 사람도 나와 같은 경험으로써 이 말들을 .. 2015. 8. 19.
"할아버지! 이것 좀 봐!" "할아버지! 이것 좀 봐!" Ⅰ 서너 살 아이가 유리창 안의 저 인형들을 들여다보며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할아버지는 갈 길을 재촉하지 않고, 꼬박꼬박 대꾸해 줍니다. '추임새'를 넣으며 하염없이 서 있습니다. 아이의 등 뒤를 지킵니다. 그 할아버지와 손자를, 아침나절의 저.. 2015. 8. 17.
선물 혹은 그리움 청소기를 앞세우고 돌아다니다가 발견했습니다. ― 자칫하면 지울 뻔했구나. 고것들이 와서 남겨 놓았습니다. ― 어느 녀석일까? ― 뭘 하려고 이쪽으로 갔을까? 다 그만두고 앉아 있었습니다. 2015.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