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1162 참 한가로운 날 참 한가로운 날 혼자 집에 있습니다. 누구를 초청하지도 않았습니다. …… 초청할 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청소를 해놓고 남은 커피도 마시고 이쪽저쪽 창문을 내다보기도 하고 읽다가 만 책을 두어 페이지만 읽고 허리가 정말로 고장 났는지 헬스장에 가서 살금살금 조금만 움직여보기도.. 2016. 5. 8. 이세돌 Ⅱ : 서정적 대전평(大戰評) 3월 16일이면 한 달여가 지났는데 오래 전의 일 같습니다. 몇몇 신문의 지난 3월 16일 1면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大戰)' 기사를 다시 보았습니다. "아빠는 슈퍼맨" "인간, 아름다운 패배" "'AI 넘는 인류' 새 숙제" "AI는 놀라웠고 인간은 위대했다" "아름다운 투혼" "인류의 미래에 '長考'를 남기다" "'신인종'이 온다" "감동을 준 패배" Ⅰ 여기에 옮겨놓지 못한 다른 신문, 다른 나라 신문들은 어떻게 보았는지도 궁금하긴 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뭐랄까 좀 서정적이기까지 한 표현을 남겨 놓고 넘어가버리면 그만인가 싶은 것입니다. 혹 지금도 저 제목들에 스며 있는 생각으로 뭔가 궁리하고 조사하고, 심층적인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Ⅱ 한국에 온 『사피엔.. 2016. 4. 27. 《은하철도 999》 출처 : 다음영상 동영상 "할아버지! 내 노래 들려줘!" 아이는 내 차에 오를 때마다 꼭 그렇게 주문합니다. 그 중 한 CD의 21번이 《은하철도 999》입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이건 너희 아빠가 어렸을 때 영국 고모, 인천 고마와 함께 셋이서 일요일만 되면 꼭 보던 만화영화 노래야." 지난해 초겨울엔가 그 말을 했더니 이후로는 21번을 연속으로 듣겠다고도 하는데, 그러면 애들 할머니는 내가 핸들이나 정신줄을 놓을까봐 걱정을 합니다. 사실은 나도 열심히 듣습니다. '몰래' 듣습니다. '몰래'?…… '안 듣는 척' 듣는 것입니다. 삼십여 년 전의 그날들이 수많은 영상으로 떠오릅니다. 애들 할머니 '몰래' 떠올려보는 영상들입니다. '몰래?'…… 미안하기 .. 2016. 4. 20. 한국 아빠들은 분발하라고? 한국 아빠들은 분발하라고? 책을 읽어주면 유아들의 창의력이 증진되는 게 증명되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것보다는 아빠가 읽어주는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도 했습니다. 엄마는 읽어준 내용에 대해 곧이곧대로 묻는 질문을 하는데 비해 아빠는 창의적인 생각을 유.. 2016. 4. 10. 잘도 오는 봄 잘도 오는 봄 경춘선 응봉역 부근 2016.3.30. 오전 해마다 봄은 잘도 오고 잘도 갔습니다. 올해는 또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2016. 4. 1. 명품시계, 왜 한국에서만 잘 팔릴까 명품시계, 왜 한국에서만 잘 팔릴까 조선일보, 2016.3.25. B5.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① 돈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많아서일까? ② 명품은 시간이 지나면 값이 더 오르기도 하고, 언제든 되팔 수가 있기 때문일까? ③ 명품을 갖고 싶었던 욕구를 아직 충족시키지 못한 한이 서려서일까? .. 2016. 3. 31. 잠들기 전 잠들기 전 잠들기 전, 그날 일들을 떠올려봅니다. 하루 또 하루, 소중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도 별로 없고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하루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갑니다. '그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잠든 새 별일 없으면 내일 아침에 다시 일어날 수 있.. 2016. 3. 22. 내 사랑 이야기 내 사랑 이야기 한강. 2016.3.12. Ⅰ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아이들? 저 강물처럼 흘러가버린 세월 때문에 어느덧 오십 넘은 '아줌마'들입니다. Ⅱ 전에도 얘기한, 지금 남해안 어느 곳에서 배(아니면 기차, 아니면 비행기, 비행기도 아니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자.. 2016. 3. 19. 이세돌 Ⅰ : 마음연구? 조선일보 2016.3.10. 1면. 한겨레 2016.3.10. 1면. 오후에는 바둑을 배웠다. 그것은 수많은 흑색과 백색 돌로 된 고상한 판놀이였다. 희고 고운, 종이 같이 엷은 바둑돌에서 나는 바닷가의 조개 부스러기를 연상했다. 검은 돌은 굵고 둥글며 석판처럼 회색이 돌았다. 그것들은 강바닥에서 주워 온 것 같았다. 내가 주의 깊게 희고 검은 돌들을 살피고 있을 때, "자, 검은 돌을 쥐어라."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네 힘껏 돌을 판 위에 놓아라!" 나는 그렇게 했고, 위가 바둑판인 상자는 맑고 은은한 소리를 오랫동안 울렸다. 상자의 빈 곳은 많은 동선으로 감겨 있다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상대방이 돌을 놓거든 소리가 울리는 동안 기다려라. 그리고는 너의 돌을 놓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경솔하게 .. 2016. 3. 13. 누구 말을 경청하라는 것인가? 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제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한 펩시 회장 인드라 누이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준 조언이 경청 습관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 조언은 바로 "상대가 긍정적인 의도를 품고 있다고 믿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이나 문제를 대하는 접근법이 놀랄 만큼 달라질 겁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마 그들은 내가 들어 본 적 없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상대를 이해하고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죠."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는 막무가내 상사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 사실을 간과하고 불통의 원인을 상사의 성격으로 지목할 때, 당신의 귀도 서서히 닫히고 있음.. 2016. 3. 9. "아인슈타인은 저 위에서 웃고 있겠지" Albert Einstein 『시지프의 신화』는 자꾸 읽고 싶은 에세이입니다. 나 같은 사람도 알아차리기 좋도록 번역한 책이 있을까 싶어서 여러 가지 번역본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자살을 할 것까지는 없다'는 알베르 카뮈의 특별한 부탁은 두고라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 많아서 읽고 싶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부분도 그렇습니다. 여기 나무들이 있다. 나는 그 꺼칠꺼칠한 촉감이나 물기를 알고 있으며 그 맛을 느낀다. 여기 이 풀잎과 별들의 냄새, 밤, 마음이 느긋해지는 저녁나절들, 내가 이토록 저력과 힘을 실감하는 터인 이 세계의 존재를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상의 모든 지식은, 이 세계가 나의 것이라고 확신시켜줄 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 2016. 2. 24. 창(窓) 창(窓) 자주 저 창 앞으로 갑니다. 저것도 숲이라고 한겨울에도 새들이 와서 지저귑니다. "들립니까?" 하고 묻고 싶습니다. 여름엔 저 길이 보일 듯 말듯 합니다. 저 풍경은 내다볼 때마다 바뀌어 있고 밖에서 보는 모습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서로 다릅니다. 1980년대에 살던 아파트.. 2016. 2. 17. 이전 1 ··· 60 61 62 63 64 65 66 ··· 97 다음